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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Nov 23. 2021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패션은

PROJECT PEOPLE ② : 낫아워스  

PROJECT PEOPLE

〈프로젝트 피플〉은 시작하는 용기와 지속하는 끈기에 귀를 기울이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비건’이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되기 전부터 국내에서 ‘비건 패션’이라는 선택지를 제시해 온 브랜드가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친숙한 이름인 낫아워스. 재활용 섬유로 만든 복슬복슬한 외투부터 은은한 광택의 선인장 가죽 가방까지, 낫아워스는 동물성 소재 없이도 편안하고, 포근하고, 멋스러운 옷차림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2017년 론칭부터 낫아워스를 함께 이끌고 있는 박진영, 신하나 공동대표와 합정 근처의 쇼룸 겸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젝트 피플 ② 

낫아워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패션은


①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낫아워스(Not Ours)

② 소재가 디자인을 만든다

③ 조금 덜 피곤한 패션이 있다면


낫아워스 박진영, 신하나 대표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낫아워스(Not Ours)


낫아워스는 '비건 패션 브랜드'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정식 소개는 '지속가능한 패션'이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박진영(이하 ‘박’) 동물권을 생각하다 보면 환경권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걸 알 수 밖에 없다. 또 비건이라는 말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거나, 반대로 너무 강해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서 당연히 비동물성 소재로 모든 제품을 제작하지만 친환경 소재 비율도 늘려가고 재고는 줄이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통해 더 넓은 공감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신하나(이하 ‘신’)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 더 궁극적인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겠다.

박) 첫 텀블벅 프로젝트를 했을 때, 한 번으로 끝날지 두 번으로 끝날지 몰라도 철학을 담은 이름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낫아워스(Not Ours)'는 '우리의 것이 아닌'이라는 뜻인데, 동물의 털이나 가죽이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도 담고 있지만 더 나아가 그 어떤 자원도 우리의 것이 아닌 미래 세대의 자원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두 분은 어떻게 비건을 선택하게 되었고, 서로 어떤 영향을 주었나?

박) 2009년 쯤이었다. 그 때는 비건이라는 말도 사람들이 잘 몰랐다. 동물들이 식품 산업 안에서 많이 착취당한다는 걸 알게 된 후 비건식을 시작했다.

하지만 옷 입는 문제까지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모피는 잔인한 거야' 정도로 알고는 있지만 가죽벨트나 지갑 이런 것까지 소비하지 않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특히 회사에 소속된 패션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문제를 느꼈다고 할지라도 일하면서 그런 얘기를 하기는 불가능했다. 식생활에서는 비건인데도 직장에서는 좋은 가죽, 좋은 양모를 찾아야 했다. 일은 일일 뿐이야, 애써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신하나 대표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 친구는 오히려 비건으로 먹는 게 더 어렵고 옷이나 잡화를 줄이는 게 더 쉽다며 실천하고 있더라. 그 계기로 내 생각도 바뀌었다. 함께 낫아워스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평소 동물성 소재 옷을 입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 됐다.




신) 우리가 만났을 때 내가 이미 비건이었던 건 아니었다. 채식하는 분들과 같이 일하고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며 채식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정도였다. 그러다 어느 날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식사를 할 일이 있었는데, 갑자기 피비린내가 확 올라오더라. 그래서 당분간 좀 쉬어야겠다 이렇게만 생각하고 있다가 게리 유로프스키라는 동물권 운동가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먹는 고기가 공장식 축산을 통해 어떻게 우리에게까지 오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잔인한지에 대해 별로 알 생각이 없었는데 그 영상은 내게 큰 충격이자 설득이 되었다. 그 때부터 비거니즘을 지향하게 됐다. 그런데 고기는 먼저 끊었지만 치즈도, 우유도 끊는 건 훨씬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러면 일단 옷으로 시작해볼까? 맨날 사는 것도 아니고 가끔 한 번 사는 거니까. 그렇게 시작했다.


"흔히 비건이 되면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비건이 되고 나서 더 진정한 선택권을 갖게 되었다고 느낀다."


비거니즘이 전보다 대중화되기는 했지만 그만큼 '내가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박) 모든 실천은 결국에는 ‘지향’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의지가 있더라도 100% 비건이 되는 것은 어렵다. 음식이든 옷이든 사실 뭐부터 하냐가 중요하지 않다. 비거니즘이란 것은 동물을 착취하지 말자는 큰 철학이기 때문에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어떤 지향점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고기를 안 먹는다거나 하는 것도 다 비거니즘을 지향점으로 둔 실천이다.

신) 비건이 되고 나서 진정한 의미의 선택지가 생겼다. 이전에는 뭔가를 사면서 그냥 예쁘다, 맛있다 이런 관점으로 생각했다면 비건이 되고 나서는 내 주체적인 선택과 나름의 기준에 의해 살아가게 된 것이다. 음식을 주문하면서 '이 재료만 빼 주세요'라고 처음 요청했을 때에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런 걸 얘기하는 내가, 변화하는 내가 신기했다.




낫아워스의 출발이 된 <페이크 퍼 하프 코트> 프로젝트. 어떻게 시작되었나?

신) 거창하게 사업을 시작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둘 다 패션 일을 해 봤기 때문에 브랜드를 론치하고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 잘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걸 목표했다면 우리는 시작도 못했을 거다. 공교롭게도 당시 둘 다 노는 시기여서 ‘우리 옷 하나 만들어서 그냥 펀딩 한 번 올려볼까?’ 이렇게 시작한 일이었다.

사실 패션하는 사람들은 이런 방식이 멋지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가까운 과거에만 해도 시즌과 무관하게 프로젝트 단위로 브랜드를 전개한다는 게 특이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보편화됐다.

박) 첫 텀블벅 펀딩 결과가 성공이긴 했지만 엄청난 성공은 아니었다. 다만 각자 한 두 달 인건비를 가져가고 다음 샘플을 만들 수 있을 정도는 됐다. 한 번으로 끝내기 좀 아쉽다는 생각에 사업자를 냈다. 그렇다고 길게 보면서 계속 이어온 게 아니고, 매번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이번만은 꼭 성공시켜야 돼'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 프로젝트를 10번 정도 하면서 우리를 알리고 자리를 잡는 데 텀블벅이 많은 도움이 됐다. 처음부터 홈페이지나 SNS만 가지고는 파워가 약했을 것 같다. 지금도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주문 제작을 하다가도 간혹 콘셉트가 새롭다거나 더 큰 힘을 얻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을 때에는 텀블벅에 가서 해볼까 한다. 지나치게 상업적인 곳보다는 텀블벅이어서 우리가 가진 스토리가 이용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텀블벅은 대중적이면서도 의미를 추구하는 이용자 층이 있고, 창작자의 의도를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좋다.


첫 프로젝트 때부터 펀딩 기간 동안 오프라인 쇼룸에서 샘플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이미 많은 노하우를 알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었다.

신) 크라우드펀딩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뭔가를 구매하는 것 자체가 실물을 보지 않고 하는 것이다. 게다가 제품 가격이 30만 원대로 높았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 없이 신생 브랜드로부터 덥석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나. 우리는 옷을 만들던 사람들이니까 품질에 자신이 있었고 실제로 보면 더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별도 공간이 없어서 집에서 하다가 어쩌다 가게라는 공간을 거쳐 여기 서교동에 쇼룸을 열었다.

박) 쇼룸에 사람들이 와서 보고, 후기를 남기고, 다른 분들이 그걸 보고 더 후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펀딩 기간도 길게 잡았다. 직접 못 오더라도 후기 포스팅을 보고 설득되기도 하니까.

신) 제작기간도 되도록 충분하게 잡는 편이다. 우리는 소재가 큰 변수다. 예를 들면 선인장 가죽 소재는 수입 자체가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박) 그냥 막연히 15일이면 되겠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공장 협의를 충분히 거친다. 그럼에도 항상 생각하지 못한 사고가 생기더라. 여유 기간을 무조건 한 달 정도로 잡고 있다.


"낫아워스 후원자 중에는 환경을 위해 택배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픽업하겠다는 분들, 포장을 일부러 빼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꼭 있다."




소재가 디자인을 만든다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고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 특히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신) 패션에서 동물성 소재는 정말 광범위하다. 기술도 그것을 중심으로 발달되어 있다. 양모 같은 경우에는 아직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

박) 요즘에는 동물성 소재가 그리 비싸지도 않다. 울도 캐시미어도 많이 저렴해졌다. 그런데도 아직도 인식은 동물성 소재가 고급이라는 인식이 있다. 캐시미어라고 하면 '좋은 스웨터'다 이런 식이다. 또 가죽, 양모 제조에서 여전히 여러 잔인한 방식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건 제품이 선택받거나 제값을 받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 편견을 깨는 게 브랜드로서는 힘든 점이 있다.

신) 동물성 소재뿐 아니라 PVC(폴리염화비닐)의 경우 건강과 환경에 매우 유해하기에 쓰지 않는다. 그런데 주변에 인조 가죽 같은 소재부터 PVC로 만들어진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 환경호르몬이 사용되고 다이옥신 같은 오염물질 배출도 심각한데 말이다. 스텔라 맥카트니 같은 디자이너가 사용을 중지하는 등 조금씩 변화하고는 있다. 관련해서는 애니 레너드의 <물건 이야기(The Story of Stuff)>라는 책을 추천한다.



<완벽한 겨울 아우터 ‘페이크 퍼 하프 코트’> 프로젝트


소재 때문에 제품의 디자인이 달라지기도 하나?

박) 비건 소재라서 특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뭘 만들어도 소재마다 연구를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인조 모피 제품도 모피를 다루는 공장에서 만든다. 그 분들이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건 소재만의 특별한 성질 같은 것이 있는 건 아니다.

그보다 제품마다 그 소재가 받아들여지는 맥락을 반영해 디자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조 모피만 하더라도 브랜드마다 접근방식이 다르다. 쉬림스(Shrimps)라는 영국 브랜드는 굉장히 컬러풀한 인조 모피 코트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인조성을 오히려 강조해서 보여준 것이다.

낫아워스가 출시한 두 번째 인조 모피 코트의 경우 레퍼드 무늬가 있는 디자인도 있었다. 비건들 사이에서는 별로라는 반응도 있었다. 왜 진짜 모피를 흉내내느냐는 의견이었다. 일리있는 말이지만, 전통이라는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기존 이용자들이 익숙해할 만한 제품을 많이 찾기 때문에 다양한 중간 단계들이 꼭 필요하다. 먹는 걸로 생각하면 일종의 콩고기 같은 역할인 거다. 식물성 콩고기에 왜 굳이 비트 즙을 넣어서 빨간 핏물처럼 보이게 만들겠나? 전환이라는 과정을 돕기 위한 시도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카드 홀더> 프로젝트


선인장 가죽 제품들이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이 소재는 어떻게 선택했는지?

신) 사과 가죽, 와인 찌꺼기 가죽, 한지 가죽 등 다양한 신소재가 나오면 꼭 연락해 보지만, 우리 규모가 작다 보니 공급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선인장 가죽은 다행히 소량 공급이 가능했다. 소재를 먼저 선택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디자인했다.

박) 카드지갑이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의류나 가방에 비해 저렴하게 출시할 수 있어서 접근성이 좋았던 것 같다. 가죽의 탄력과 주름 지는 게 예뻐서 그 다음으로 만두 모양 가방을 만들더니 가운데 주름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이 두 제품에는 '이것은 진짜 선인장입니다(This is real cactus)'라고 적혀 있다. '진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문구다.


제작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가 있다면?                

박) 울을 대체할 소재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굉장히 좋아 보이는 재료를 찾은 적이 있었다. 그 소재로 샘플을 만들었는데 너무 예뻤고 반응도 뜨거웠다. 그런데 사람들이 쇼룸을 방문해서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다 보니, 옷이 망가지는 속도가 너무 눈에 빨리 보이는 거다. 입어본 사람들은 다 너무 예쁘다고 하니까 갈등이 됐다. 이게 정말 많이 입어봐서 이런 것인지 아니면 객관적으로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는지 며칠간 잠을 설쳐가며 고민한 끝에 접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기 때문에.

신) 사실 그 때 고민이 너무 많이 돼서 어플로 점을 봤다. 그런데 너무 적절하게 '작은 것을 얻으려다가 큰 것을 놓칠 수 있다' 같은 점괘가 나온 거다. 그걸 보고서 딱 이거 접자, 했더니 후련해졌다.

박)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설명하니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 경험이 지금까지도 브랜드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이상과 브랜드의 생존이라는 현실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가 많을 것 같다.

신) 브랜드로서 내세우는 가치와 원칙들은 처음과 지금이 동일하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그런 원칙을 적용하는 데에서는 조금씩 유연성을 발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수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했을 때 초기에는 매 프로젝트마다 기부를 했다면, 지금은 '지구를 위한 1%(One Percent for the Planet)' 이니셔티브에 참여해서 정기적으로 하는 식이다.

박) 원칙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브랜드로서 움직임을 계속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는 재고를 줄이느라 프로젝트를 하지 않을 때에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뒤늦게 제품을 알게 되고 찾는 분들께 드릴 수 없었던 경험도 많았다. 지금은 재고를 완전히 없애기보다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한다.




두 분이 창업부터 5년 가까이 함께해 오고 있다. 의견 대립은 어떻게 조율하는지?

박) 대립이 거의 없다. (웃음)

신)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서로의 파트가 다른 게 도움이 된다. 성향상으로도 다르다. 나는 조금 조심하는 스타일이고, 박진영 대표는 조금 더 그래도 해보자고 용기를 주는 스타일이다.

박) 뭔가를 하는 게 좋을지 아닐지는 해봐야 안다 싶어서다. 특히 요즘은 조금 더 ‘저질러 보자’고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맞지 않는 제안이 왔을 때 '안 된다'고 결정하는 데에는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외부의 큰 기회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하나씩 만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에.

신) 혼자였으면 난 사실 시작도 못했을 것 같다.

박) 우리가 서로 너무 좋아서 죽고 못 사는 정도는 아니지만 친구랑 같이 일하는 게 정말 힘이 된다. 낫아워스 전에는 '친구랑 사업하는 거 아니다' 같은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해보니까 그냥 그것도 해 봐야 아는 것이다.



조금 덜 피곤한 패션이 있다면


친환경이 트렌드가 되다 보니 여러 기업에서 대체 소재, 재활용 제품 등을 출시하지만, 트렌드에 편승한 '그린워싱'이라는 비판도 있다.

박) 그런 시도라도 필요하다고 보는 편이다. 왜냐하면 모든 실천이 결국에는 향해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꿔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닥터 마틴만 해도 비건 제품을 출시했을 때, 그거 한 개 팔아줘봤자 나머지가 모두 소가죽 제품인데 의미가 있느냐 하는 비판도 있었다. 물론 공감은 되지만, 한 개가 두 개가 될 수 있고 나중에는 전 라인으로 바뀔 수도 있다. 고객들이 구매로 보여주면 회사에 분명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신) 물론 친환경을 말하면서도 미친 듯이 재고를 만들어내고 팔지 못한 것을 소각해 버리는 등, 비판받아 마땅한 패션 브랜드들이 많다. 하지만 비판할 건 비판하고, 잘한 건 잘했다고 이야기해줘야 한다. 무엇이 부족한지를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하는 것은 어렵고 지지가 필요하다.

박) 실천하는 사람은 사실 주변의 압박뿐 아니라 스스로의 완벽주의 때문에 지치기도 쉽다. 하나씩 해 나간다고 생각하고 시도하는 것을 응원해 주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래 입는 옷을 만든다는 건 어떤 일인가?

신) 되도록 오래 가는 소재를 선택하고, 높은 품질의 하이엔드 제품을 만드는 공장들과 협업하고 있다. 소재를 많이 다뤄보고 높은 요구사항에 맞춰본 공장들이 만든 제품은 확실히 다르다.

박) 사실 튼튼한 게 최고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섬세하면서 아름다운 소재가 있고 그런 소재만 줄 수 있는 피팅감이나 텍스처가 있으니까. 그래서 옷의 관리도 중요한데, 관리해서 입을 만한 가치가 있는 옷이냐가 관건이다. 만듬새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유행을 쫓으려다 빨리 잊혀지는 옷보다는 싫은 구석 없이 오래 함께하는 디자인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다.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박) 패션, 패션하는 직업이지만 패션이 좀 피곤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단지 쓰레기가 많아지고 하는 염려뿐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옷을 다 잘 입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강박이 심해서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그냥 좋아하는 옷을 매일 입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사람들이 패션을 그저 즐겼으면 좋겠다. 패스트 패션은 매일매일 사서 갈아입어야 할 것 같은 피곤함을 준다. 이제 그런 피곤함에서 빠져나와서 진짜 내 취향을 찾고, 좋아하는 것 하나로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신) 패션 브랜드와 제품들은 나날이 다양해지는데 사람들은 더 트렌드에 갇히기 쉽다. 나 스스로도 그렇다. 하나가 유행하면 이제는 전세계가 그 하나만을 하고 있다. 일시적으로는 그게 힙해 보일 수 있지만 좀 재미없기도 하다. 다 찢어진 신발을 신어도 타인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두 사람이 꿈꾸는 낫아워스의 미래가 궁금하다.

신) 그저 버티는 것이 아닐까.

박) 조금씩 성장하면서 계속 존재하고 싶다는 것.

신) 한 자리에서 구멍가게라도 오래 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지 않나. 우리가 지키려는 기준을 지키면서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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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괜저

사진: 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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