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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Nov 26. 2021

어쩔 수 없는 포크

[믹스테잎] 어떠한 포크이던 포크는 결국 역사를 대변하는 단어이자 역사

Mixtape

용기내어 녹음한 첫 곡부터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음악의 여정은 다양한 형태로 이어집니다. 

<믹스테잎> 시리즈는 뮤지션의 진심을 음악과 함께 담는 기획입니다. 



파제 


홍대와 인천을 오가며 활동하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 파제입니다. 기타연주와 노래, 전세계의 전통악기등을 연주합니다. 음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재미난 걸 하고 싶어 세계의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기도 하고 때론 전자 사운드만을 사용하여 음악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곡, 기타, 건반을 연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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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 없는 포크, 포래스트 EP[PIECE FOREST]



Mariza 〈Meu fado, meu〉

Trago um fado no meu canto  
Canto a noite até ser dia  
Do meu povo trago pranto 
No meu canto a Mouraria
Tenho saudades de mim
Do meu amor, mais amado
Eu canto um país sem fim
O mar, a terra, o meu fado
Meu fado, meu fado, meu fado, meu fado

De mim só me falto eu
Senhora da minha vida
Do sonho, digo que é meu
E dou por mim já nascida

Trago um fado no meu canto
Na minh'alma vem guardado
Vem por dentro do meu espanto
A procura do meu fado
Meu fado, meu fado, meu fado, meu fado


Track 1. 포르투갈의 Folk music, Fado.


나는 전통 음악에서 공통적으로 체념의 정서를 많이 느낀다. 특히 Fado, 파두 음악은 더 그렇다. (파두의 뜻부터가 운명, 숙명이다)

파두가 태동된(되었다고 보이는) 리스본, 포르투는 대표적 해안가 지역으로 지금 세상에서도 알기 쉽지 않은 바다에, 많은 생명들이 기대어 살았고 또한 죽어갔으니 그들에겐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어떠한 존재라고 생각되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그들의 파두 음악에서는 인간의 숙명들(나라, 가족, 사랑, 바다) 등에 대한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전통음악의 단적인 예로 파두를 들었지만 어느 나라건 보통의 삶이 그러했을 것이다.

불가항력에 대한 체념들로 가득 찬.


파제 EP 춘하추동 〈입동〉

가슴에 묻은 사람이여
당신은 어떠합니까
지난겨울에 시작된 나의 사랑의 홀로서기는

겨울이 한번 지나고 또다시 겨울이 다가와
나의 마음에도 눈보라와 함께 겨울이 찾아왔네
내 가슴에 묻은 사람이여
당신을 떠나보내려
고이 간직한 내 마음을 이제 눈 속에 묻으렵니다

내가 흘린 눈물 모두 흰 눈 되어 내려오네
흩날리는 눈발 사이에 내 마음을 흩뿌렸네


Track 2. 체념을 보내는 방법


2019년에 제작한 EP 앨범, [춘하추동]은 피하지 못하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감정을 이야기한다.

봄, 여름이 오면 꽃을 비롯한 여러 생명이 피어나고 그런가 하면 시간이 흘러 그 생명이 지고, 추운 겨울을 지나 또다시 봄이 온다. 이러한 자연의 굴레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잘 체념하는 것이다.

다가온 사랑에 마음이 치이는 것을 컨트롤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대신 상황을 대하는 태도는 컨트롤 가능할 테이다) 이별도 마찬가지고 사실상 통제 불가능의 영역이지 않을까 한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슬픔 또는 좌절, 종종 분노 같은 감정도 섞여 들어가지만 결국에는 체념으로 마무리가 된다. 체념이라 해도 감춰지지 않는(을) 마음을 곧 흩어져 사라질 흰 눈 사이에 어거지로 묻어두는 꼴이 되어버리겠지만, 그렇게라도 하게 된다. 사실상 체념보단 외면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체념은 포기와는 다른 성질을 가진다. 포기는 능동적인 태도이지만 체념은 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상황 안에서의 현상이다. 태도를 논하려면 어떻게 체념의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하고 체념의 과정을 잘 보내려면 체력의 비축도 중요하다.

우리는 스스로가 어쩌지 못하는 무언가(이를테면 숙명 같은)에 대해 체념을 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결론이 없는 굉장히 무책임한 글이었지만 나보다 먼저 나고 자라서 간 사람들도 결국 그렇게 보냈구나 싶다.


박영환 싱글 인천의 포크 〈두부, 유령〉

두부를 자르던 오후에
난 유령을 보았네
뿌연 햇살 먼지 위로
난 유령을 보았어  

두부를 부치던 오후에
난 유령을 보았네
고소한 냄새 그 위로
침을 삼키는 너를

두부 유령과 마주 앉아
늦은 아침을 먹었네
보이지 않는 그 얼굴 너머
난 유령을 보았어

두부 유령은 날 좋아해
그 옛날의 너처럼
두부 유령은 날 떠나가
그 옛날의 너처럼

두부 유령은 날 좋아해
그 옛날의 너처럼
두부 유령은 날 떠나가
그 옛날의 너처럼

유령도 떠나간 밤에는
난 거리에 있었네
얼굴 없던 그날처럼
난 거리에 있었지


Track 3. 현대적인 포크뮤직


포크의 일반적 모습은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인데 요즘은 사이키델릭 포크, 포크락, 포크 팝 등 다양한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한다.

2018년에 이권형, 박영환과 함께 만든 ‘인천의 포크’가 대표적이다.

박영환의 스트레이트한 통기타 연주와 읊조리는 노래, 이권형의 사이키델릭 한 요소를 넣은 포크, 파제의 기타와 노래 바탕에 현악이 들어가 사운드 스케이프를 쌓는 방식 모두 내가 생각하는 현시대의 포크를 하는 방식이다.


이권형 〈당신의 녹차 Anatano Green Tea〉

혼이 남아나니 니 그리 살다가
니가 우니 나도 이 맘이 아파라
돈이 다 나가니 이골이 난다네
도리 없이 가는 시간이 나뻐라
속이 남아나니 또 들이붓다가
이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단다


Track 4. 현대적인 folk music


이권형 2집에 실린 당신의 녹차는 일본 전통 악기인 산신을 사용하였고 일본의 전통 음악에서 사용되는 스케일을 차용하여 작업한 곡이다.

물론 일본의 엔까와는 결이 다르지만(그리고 우린 엔까를 잘 모른다) 우리 방식으로 일본의 folk music을 재치 있게 해석하여 이러한 모양새가 나왔다.

아마도 현대적으로 엔까를 해석한다면 비슷한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물론 상상이다)


파제 싱글 포래스트 〈Hill〉

어쩔 수 없는 마음이 있어
그곳에 올라가 둘러보면
그동안 내가 두고 왔던
부서진 상처가 가득하네  

나를 심어뒀던
꽃을 기다리던
화분들이 묻혀있네
화분들이 묻혀있네

기억 없는 색이 바랜
오래전에
다 읽은 편지처럼
나를 심어뒀던
꽃을 기다리던
다 읽은 편지처럼
화분들이 묻혀있네
화분들이 묻혀있네


Track 5. 어쩔 수 없는 포크


포크는 전통음악 측면에서도 우리가 아는 그 포크음악에서도 모두 포크로 결부되는 어떠한 특징이 있다.

전통음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한, 민족의 정서가 있겠고 포크음악에서는 포크기타가 같은.

프로젝트 팀 포래스트의 EP 앨범 ‘피스 포레스트’는 포크 싱어송라이터 엉망과 싱어송라이터, 기타 연주자, 외국 전통악기 연주자 파제가 만든 앨범이다.

파제는 방망이 깎는 노인같이 포크 깎는 엉망의 목소리를 다양한 음악을 사용하여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나온 음악에는 그간 우리가 해온 포크가 묻어있었다.

어떠한 포크이던 포크는 결국 역사를 대변하는 단어이고 현시대를 사는 우리도 결국 역사의 한 지점이 되는 것 이기에 포크에 대한 구분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포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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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estelle

디자인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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