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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Jul 08. 2022

구독서비스를 하는 창작자가 꼭 지켜야 할 것

스테디오 론치 기념 <일간 매일 마감> 이다 작가 강연 스케치

좋아서 선택한 일임에도 하고 싶은 마음과 하기 싫은 마음의 환장의 콜라보 말고도 창작에 방해가 되는 것들이 참 많죠. 트렌드와 대중성에 맞춰 작업하며 진정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을 수 없다는 데에서 겪는 좌절감, 작업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아 겪는 불안감 등…어떻게 해야 오래오래 창작자로 생존할 수 있을까요? 


크리에이터를 위한 월간 구독 서비스, 스테디오의 시작을 앞두고 지속가능한 창작을 꿈꾸는 창작자분들을 위해 20년째 창작 활동을 이어오며 3년간 자체적으로 진행한 메일 구독서비스로 매일 마감을 해온 <일간 매일 마감>의 이다 작가님을 모셔 지치지 않고 꾸준히 창작하는 방법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구독 서비스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구독서비스를 하는 작가가 꼭 지켜야 할 것 등 구독 멤버십을 시작하려는 이를 위한 조언을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이다 작가님은 2001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이다의 허접질>, <끄적끄적 길드로잉>, <내손으로 치앙마이> 등 10여권의 책을 출간하고, 출판 일러스트, 강의워크숍, 전시, 메일구독서비스 등 20년동안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림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이제 막 인터넷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지금의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없던 당시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림을 올리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게 계기가 되어 본격 그림작가로 활동하게 됐다고 해요. 첫 책 <이다의 허접질>도 그때 그린 그림들을 모아 나오게 되었고요. 


이다 작가의 저서 


만 5세부터 그림일기를 쓰기 시작해 만 6세에 그림대회에서 수상한 영재였지만, 만 18세에 남자친구를 위한 1인 잡지를 만들며 입시에 실패해 어쩌다 보니 전혀 관계없는 과에 가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설명하던 이다 작가도 외주 작업이 들어오지 않을 때에는 대인기피, 우울증이 오며 힘든 시간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이 대목에서 오프라인 강연에 참여한 창작자들의 안타까운 탄성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슬럼프를 지나고 시작한 메일링 구독서비스 <일간 매일 마감>은 코로나 이후 외주 작업과 강연 일이 끊긴 이후 유일하게 꾸준한 수입원이 되어준 버팀목이었다고 해요. "
3년간 무려 402번의 마감을 했다"라는 말에 '와' 하는 탄성이, "402번의 마감 중 단 한 번의 지각과 펑크가 없었다"라는 말에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이다 작가 / 해당 이미지 영리 목적 이용 및 변형 불가
ⓒ이다 작가 / 해당 이미지 영리 목적 이용 및 변형 불가


구독 서비스의 장점과 단점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 창작자들을 위해 보다 현실적인 조언이 이어졌어요. 3년간의 자체 구독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작가의 입장에서 느끼는 구독서비스의 명과 암'을 들려주셨습니다. 장점은 나의 작업을 꾸준히 봐주는 사람이 있어, 창작의 원동력이 되고 강제 마감으로 작업물이 쌓인다는 점을 말씀 주셨는데요매감에서 출발해 <세기말키드1999>, <반려물건>이 출간되었고 앞으로 3권의 책이 더 출간 예정에 있다고 해요. 그리고 정기적인 소득이 생긴다는 점, 무엇을 어떻게 하면 구독자들이 좋아해줄지 연구하다보니 자극도 되고 이전에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된다는 점을 좋은 점으로 꼽아주셨습니다. 


반면, 즉각적으로 구독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보니 반응이 적으면 시무룩해진다는 것과 <일간 매일 마감>의 경우 매일 마감이 있다 보니 다른 일을 할 수 없다는 점은 단점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창작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것이 '구독자는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탈하는 사람들은 작업물 퀄리티에 관계없이 계속 생기기 마련이기에, 자책하기 보다 새로운 구독자를 모집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라고 강조하셨어요. 구독자들은 작가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 콘텐츠에 대한 호기심으로 구독했지만 사람들은 주머니 사정이 아쉬울 때 고정비, 그중에서도 구독서비스부터 줄이고자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명언을 남기셨죠. "우리의 경쟁자는 다른 창작자가 아닌, 넷플릭스"라고요. 그리고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구독 서비스는 매월 구독자를 모집하고 입금받는 과정이 귀찮고 번거로운 구조였기에 이 때문에 구독자를 많이 잃었다고 합니다. 


구독 서비스를 하는 창작자가 꼭 지켜야 할 것은? 


스테디오는 복잡한 결제 과정 때문에 구독자가 이탈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도울 텐데요. 구독자 관리나 결제 이외에 이탈을 막기 위해 구독 서비스를 하는 창작자가 꼭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구독자와의 약속을 위한 정기적인 마감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체력과 단단한 멘탈을 탑재하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 루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세이브원고를 많이 쌓아놓으면 좋다고 말씀하시면서 구독자와 약속한 마감일과 정해진 갯수를 정확히 지키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어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마감일을 엄수하듯, 창작자들 또한 구독자와 계약을 맺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또한 오래 달리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에서 2~3개를 제외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만약 구독자가 줄어도 "구독자 줄어든다고 SNS에 자주 쓰지 마세요"라고 당부하셨는데요. 기존 독자들에게는 걱정과 압박감을 주고, 예비 독자들에게는 인기 없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독자는 숫자가 아니라는 것. 구독자의 숫자가 적던 많던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자기 생이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창작에 필요한 세 가지 


창작자로 생존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다 작가님은 20년간 몸소 보여줬습니다. 오래 걸릴 수 있고,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요. 이다 작가님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창작에 필요한 세 가지는 최저생계비, 자기 홍보, 건강 관리입니다. "최저생계비 없이는 창작할 수 없다"라는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는데요. 숨만 쉬어도 통신비, 식비, 주거비 등 한 달에 고정으로 100만원이 든다는 건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사실이기에 모두 공감하실 듯합니다. 이다작가님은 이를 ‘존재비용'이라고 표현했어요. 


두번째로 필요한 건 ‘자기홍보'입니다. 이다작가님은 창작자의 삶을 농부의 삶에 비유했는데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아무리 급해도 수확부터 할 수 없고 SNS에 씨를 뿌리고 연재처를 찾으며 인내심을 갖고 씨앗에서 싹이 틀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2. 수확한다고 하더라도 한 번의 수확으로 영원히 먹고 살 수 없다. 3. 열심히 한다고 풍년이 드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창작자는 농부처럼 기다려야 하는 숙명이라고 합니다. ‘창작에 몰입할 시간도 부족한데, SNS 활동까지 해야 하나?’하는 반문이 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다 작가님은 창작자는 나만의 정체성을 재료로 작업하는 사람이기에, 내 홍보는 내가 해야 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창작자에게 SNS는 개인의 공간이 아닌 직장이라는 명언도 날리셨죠. 그리고 인터넷 상에 내 작업물을 모아두는 곳을 만들고, 연락할 수 있는 메일주소를 기입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덧붙여 그라폴리오, 비핸즈, 텀블벅, 스테디오 등 창작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활동하기를 추천했어요. 


마지막으로 허리디스크 오지 않게 책상 앞에 앉은 자세 체크,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일정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강관리와 자기관리에 대한 내용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었습니다. 이어서 '꿈을 잡지 못하더라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모두 의미있는 길'이라는 감동적인 말을 끝으로 강연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다 작가님의 강연 Q&A 답변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Q. 꾸준함의 원동력은 어디서 오나요? 

미리 질러 놓음에서 온다. <일간 매일 마감> 할 때 5개월 구독료를 한번에 미리 받았다. 할 수밖에 없었다. 꾸준함이 있으려면 강제가 필요한 거 같다. 


Q. 작업 루틴에 있어서 관리법은? 

월화수목금은 정확히 루틴을 지키고, 휴일이나 공휴일은 지키지 않는다. 루틴을 지키려면 저녁에는 해가 떨어지고나서는 일을 하면 안된다. 9시에 샤워하는 게 루틴의 핵심 키포인트다. 작업 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일찍 침대에 눕는 게 중요하다.


Q. 수익이 내 가치를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수익과 내 창작의 가치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법은?

진짜 어려운 질문이다. 쉽지 않다. 나도 매일 겪는다. '나는 나만의 정체성을 가진 인디밴드'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사람들이 몰라준다고 해서 나의 작품성, 예술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 진행된 이날 강연은 무려 100여 명의 예비 창작자분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텀블벅 김민규 매니저의 스테디오 소개에 이어 이다 작가님의 강연이 진행됐고, 행사가 끝난 후 스테디오 멤버십이 궁금한 창작자분들과의 1:1 컨설팅이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도록 도운 텀블벅이 크리에이터를 위한 월간 구독서비스, 스테디오를 출시합니다. 스테디오는 내 창작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지지를 통해 창작 과정을 공유하며 정기적인 수입을 마련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월간 구독 서비스입니다. 스테디오의 시작을 앞두고 진행된 이다 작가의 강연을 시작으로 앞으로 텀블벅과 스테디오는 다양한 창작자와 꾸준히 이와 같은 자리를 마련해 지속가능한 창작이 가능한 길을 함께 모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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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이다 

강연 스케치 홍비 사진 배주한 

디자인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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