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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Jul 15. 2022

사진가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전 세계 100개국 촬영에 도전하는 케이채 작가의 여정

흔히 여행하는 사진가라고 하면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로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이국적인 풍경 속 카메라를 들고 있는 멋진 모습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모든 직업이 그러하듯 사진가의 삶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때로는 날씨와 때로는 벌레떼와 사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그런 수고로움 덕분에 우리가 떠나지 못한 지난 세월에도 훗날의 여행을 기약하며, 그들이 기록한 멋진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이번 0%레터는 어쩌면 누군가의 동경이자 꿈이었던 세계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 일을 하는 케이채 작가님 인터뷰를 준비했어요. 누구보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 창작자로서, 사진가로서의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Interview

케이채 팔로우

저는 세상을 방랑하며 꾸며지지 않은 세상을 담아온 사진가입니다. 지난 12년간, 85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사진을 담았습니다. 지구의 반대편으로, 세상의 끝으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진을 담았습니다.




사진가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잊을만하면 ‘나도 당신처럼 여행하면서 사진작가 하고 싶은데 돈은 어떻게 버냐?’고 물어보는 메시지를 받는다.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다면 펀딩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늘 이야기한다. 사진은 사양 산업이라고. 얼마 전 포브스 선정 미래가 없는 전공 2위로 사진/영상이 뽑혔다. 사실 사진가라는 직업은, 사람들이 다 하지 말라고 뜯어말려도 하겠다고 막무가내인 사람이 하는 것이다.


성공한 사진가의 모습을 보면 부럽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사진 밖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는다고 화려한 삶을 살 것 같지만, 현실은 하루 건너 하루 굶어 가면서 무너져가는 숙소에서 자고 밖에서는 벌레∙모기 떼와 싸우면서 촬영한다. 농담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나 같은 사진가도 당장 다음 달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부유하고 성공한 사진가들도 있지만 아주 극소수다. 나 또한 그 위치를 목표로 하지만 기본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사진가라는 직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그만큼 사진을, 무엇보다 나의 사진을 믿기 때문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지구 어딘가에 존재하기에 세상을 방랑하는 것이다. 위태로울지라도 100개국까지는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다고 목표를 정한 이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페로 제도에 있다. 내가 사진으로 담는 87개국째다.



(아직) 찍히지 않은 사진을 소개합니다

프로젝트 탄생 비하인드


2009년부터 세계를 떠돌며 사진을 담는 작업을 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의 사진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책도 내고 전시도 했지만 아무 걱정 없이 사진 작업을 위해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만큼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예술 계통의 작업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사진 작업을 위해서는 돈이 먼저 필요하다. 사진을 찍어야 그 결과물로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하고, 책을 내든 전시를 하든 수익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여행은 선불이라는 사실이 나를 늘 힘들게 했다. 상업 사진 작업도 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지만, 여행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때 떠올리게 된 컨셉이 바로 이것이었다. 사진을 먼저 판다! 그곳에 가서 찍을 사진을, 아직 찍히지 않은 사진을 먼저 선 판매한다는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세계 100개국을 담고자 하는 목표에 점점 다가가고, 나의 사진이 대중에게 조금씩 알려지며 내가 어떤 사진을 하는지 알고 또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을 때 시도할 수 있었다. 그 첫 도전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 사진에 관심을 갖던 10여 분이 작품을 구입해주었고, 그 비용으로 102일 동안 스리랑카에서 파키스탄을 여행하며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그 뒤로도 작품 판매를 통해 비용을 마련해서 2017년 남미, 2018년 아프리카 사진 작업까지 마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 사진의 완성은 인화해서 액자로 제작한 ‘작품’이며, 이 형태야말로 내 사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꾸준히 말하고 또 알려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코로나로 3년 가까이 해외 작업을 하지 못하다가 다시 시작하기로 정했을 때, 이 컨셉을 조금 더 확장하고 싶었다. <낫 서울 사진집> 펀딩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텀블벅에서 다시 한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또 한 번 아직 찍히지 않은 사진을 믿어줄 사람들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들었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불가항력으로 탄생한 부분이 있다. 올해 봄에 열렸던 낫 서울 사진전과 사진집을 통해 여행 경비를 모두 마련하려고 했다. 100%까지 모으진 못했어도 어느 정도는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사건이 생겼다. 사진집 제작을 맡았던 인쇄소 담당자가 선금을 요구했고, 결국 그 돈을 가지고 부도를 내고 잠적한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은 한두 군데 빚을 진 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졌고, 해외 사진 작업을 위한 비용도 한 푼도 마련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실 전혀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오히려 더 큰 리스크를 가지고 시작한 셈이다. 펀딩이 완료되기 전에 이미 여행을 떠났는데, 프로젝트에 대한 자신감 때문은 아니다. 그린란드, 페로 제도, 아이슬란드 지역을 촬영하려면 6월에는 꼭 출국해야 했다. 비용을 모아서 출발한 게 아니라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이라는데 나의 운을 걸고 카드를 긁은 것이다. <100개국 촬영 프로젝트>가 잘 되어서 이 위기를 극복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극복이란 결국 이번 사진 작업을 비용 문제없이 마치는 것이다.



첫 여행지 그린란드에서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나?


이번 작업의 첫 목적지였던 그린란드에서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북극 바다에 드론이 수장된 것이다. 세계적인 드론 회사인 DJI에 무턱대고 연락해서 내가 이런 지역들에 가는데 드론 협찬을 문의했더니 흔쾌히 보내주었다. 내가 드론을 한 번도 날려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린란드에서 한번 테스트해보고 용기를 얻어 빙하 위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기기 이상이 생겼고, 최대한 육지로 데려오려고 했지만 결국 물속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드론을 잃은 것도 슬프지만 무엇보다 촬영한 데이터를 저장하지 못한 게 가장 슬펐다. 다행인 건 드론 대신 카메라로 빙하를 잘 담아냈기 때문에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반면 즐거웠던 경험도 많다. 6월 21일은 하루 중 낮이 가장 긴 날이자 그린란드의 국경일이다. 시시미웃이라는 마을에서 현지인들이 국경일을 즐기는 다양한 모습을 직접 경험하고 촬영할 수 있었고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대중은 주로 나의 풍경 사진을 좋아하는데, 사실 사람들의 꾸밈없는 감정들이 펼쳐지는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내가 사진가로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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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케이채

편집 배주한

디자인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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