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텀블벅 Dec 12. 2019

3년간 사이드 프로젝트 한계 뛰어 넘은 후추게임스튜디오

"텀블벅 펀딩으로 받게 된 관심과 후원은 너무나 크고 강한 원동력입니다"

최근 텀블벅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신대륙과도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텀블벅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게임이 대형 게임사의 품에 안기기도 하고, 상상도 못 했던 세계관을 등에 업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후원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는 등 즐거운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예상하기조차 어려운 노력과 그 몇 배의 시간이 얽히고설켜야만 합니다.

게임을 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요. 제가 기다렸던 게임이 출시 예정이라는 말만 몇 년을 거듭한 끝에 내놓았던 거로 봐선 정말 짧게 잡아 1년 이상은 걸리는 것 같아요. 사실 기다리는 유저들이야 일상 속에서 이따금씩 게임을 떠올리지만, 매일같이 개발하는 이들의 속내는 헤아릴 수 조차 없을 테지요. 

그렇게 몇 년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달리면서도 끈을 놓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감히 상상도 못 할 지난한 시간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3년간 사이드 프로젝트로 <우산금지>라는 근사한 게임을 제작해 선보인 후추게임스튜디오의 문을 두드려 보기로 했습니다. 



항상 재밋거리를 찾는 강아지처럼, 톡 쏘는 후추처럼


<우산게임>으로 텀블벅의 문을 처음 두드리셨는데, 텀블벅 펀딩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해요. 또 텀블벅 펀딩을 준비하면서 힘든 점이나 애로사항이 있었을까요.

<우산금지>는 텍스트가 굉장히 많아서 시작 단계부터 번역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독자적인 세계관을 짠 만큼 게임 분위기를 더 살려줄 배경 음악 퀄리티도 타협하고 싶지 않았고요. 팀에 번역가와 사운드 디자이너가 없어 이를 자체 조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텀블벅 펀딩을 결심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에는 스토리텔링도 쉽지 않았지만 리워드를 구성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덕분에 게임을 잘 만드는 것만큼 후원자들에게 <우산금지>의 재미 포인트를 잘 짚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운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현재 후원자가 거의 800명에 육박하고, 달성율도 362%가 넘는데, 이러한 결과를 예상 하셨나요? 또 현재 기분이 어떠신지 들려주세요.

사실 실감이 안나요. 지인한테 연락도 오고 평소 즐겨보던 스트리머 풍월량 님이 저희 데모를 즐기는 방송을 내주시는 걸 보면서 ‘정말 모든 상황이 실제가 맞나’ 싶었어요.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셔서 부담은 크지만 이를 원동력 삼아 더 열심히 스퍼트 올려 개발하려 해요.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텀블벅에도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우산게임>을 보고, 세계관에 매료돼서 후추게임스튜디오에 대해 검색을 했는데 아직까지는 자료가 많지 않더라고요. 텀블벅 펀딩에도 작성되어 있지만, 더 자세하게 팀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후추게임스튜디오는 현재 기획자, 개발자, 아티스트, 작가로 구성돼 있어요. 4명이 동시에 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모두 학부생일 때 <우산금지>를 구상했고 이제는 각자 일을 병행하며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후추게임스튜디오란 이름은 저희 팀 아티스트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에서 따왔어요. 저희 스튜디오 로고에 있는 강아지가 바로 후추예요. 언제든 모든 것에 흥미를 갖고 재밋거리를 찾는 강아지 후추처럼 저희 팀도 항상 열린 마음으로 새롭고 재밌는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이었어요. 마침 '다른' 후추(향신료!)도 톡 쏘는 듯하지만 자꾸 찾게 되는 매력을 갖고 있어서 후추게임스튜디오란 이름을 낙점했습니다.


로고에 등장하는 멋진 강아지가 바로 '후추'


후추게임스튜디오는 스마일게이트 멤버쉽 프로젝트을 계기로 결성되었다고 들었는데, 원래 네 분이 알고 지냈던 사이셨나요? 아니면 프로젝트를 위해 급하게 결성된 팀인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요.

아티스트와 개발자, 기획자는 같은 학과 친구에요. 기획자는 다른 팀으로 스마일게이트 멤버쉽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다음에 아티스트와 개발자가 스마일게이트 챌린지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이때 <우산금지>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이 탄생했습니다. 이후에 기획자가 합류하여 기획과 시나리오를 맡았으나 더 빠른 진행을 위해 개발에 투입되면서 지금의 스토리 작가를 섭외했습니다.


게임 개발을 하면서 어려움도, 힘든 순간도, 또 반대로 희열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으셨을 텐데, 3년간 개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

리모트 워크로 인한 불통과 더딘 진척을 극복하기 위해 혜화동에 장소를 대여하여 무박 2일 회의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1절지를 두세 장 사서 꽉꽉 채워가며 회의를 했고 중간에 밥을 먹겠다며 밖으로 도주했다 다시 돌아온 작가, 멜론 한 통을 들고 와 냉장고 한 켠에 넣었다가 사료처럼 틈틈이 꺼내 썰어준 아티스트, 목이 터져라 새로운 기획안을 설득하는 기획자, 바뀐 기획에 아주 잠시 뿌듯하다가 다시 눈물 흘리러 간 개발자가 기억에 남습니다.


실은.. 세계관이 뒤집어졌어요


게임 이름을 왜 <우산금지>로 지었나요.

세계관과 연관되어 있는데, 게임 무대인 '마인들시아'라는 가상 국가에는 정부보다 힘이 센 '과욕범죄 피해자 연대(줄여서 과피연)'란 시민단체가 있어요. 과피연의 목표는 시민들이 과욕을 부리지 못하게 만드는 거고요. 과피연은 꽤 극단적인 방법으로 목표를 실현하는데 그게 바로 '픽서'라는 감정 제거제를 인공 강우로 뿌리는 갓입니다. <우산금지>란 제목은 무차별하게 하늘에서 내리는 픽서를 맞을지 피할지 결정할 자유조차 빼앗긴 상황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세계관과 소재는 아예 다르지만 기본 플레이 스타일인 탁자를 두고 누군가와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고 이를 통해서 결과를 도출한다는 방식 때문에 ‘Paper Please(페이퍼 플리즈)’가 떠오르기도 해요. 

사실 게임보다는 전당포 운영자가 주인공인 방송 프로그램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물론 Paper Please(페이퍼 플리즈)는 전설적인 작품인 만큼 저희도 플레이해 봤고 영향도 받았습니다. 특히 감정 매뉴얼을 보며 손님이 주는 정보가 진실일까 거짓일까 따지는 부분에서 페이퍼 플리즈를 연상하는 분들이 꽤 계실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가 강조하고 싶은 건 '같은 물건을 보고도 사람마다 해석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손님이 주는 정보의 참거짓을 가리는 '감정' 단계뿐 아니라 물건의 가치가 얼마인지 합의하는 '흥정' 단계도 핵심 재미 포인트로 꼽고 있어요.


편리한 재고관리는 물론 효율적인 가게 운영까지 배울 수 있는 <우산금지>


텀블벅 펀딩에 작성해 준 스토리를 읽다가 독특한 세계관에 빠져들었어요. 그래서 후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다소 푸근하면서 따뜻한(?) 전당포였다면서요. 어떻게 다크한 세계관으로 변신하게 되었나요?

스토리 작가가 중간에 들어오면서 초기 기획한 세계관에 변화를 주게 됐어요. 여기부터는 작가 개인적 생각을 들려 드릴게요. 세상은 전략을 기획하는 쪽과 전략의 타깃이 되는 쪽, 둘로 나뉜다고 봐요. 지금 세상을 보면 양측 가운데 전략가는 기술을 투입해 타겟의 행동을 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싶어 해요. 하지만 타깃, 그니까 일반 대중은 갈수록 본인 개성대로, 취향대로 소비하며 예측하기 어렵게 행동하고 있죠. 이게 꼭 쫓고 쫓기는 추격전 같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만약 전략을 세우는 쪽, 즉 기술을 동원할 자본과 힘을 가진 쪽이 결국 이 추격전에서 이긴다면 어떻게 이길까, 이기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하는 상상에 이르렀어요. 그래서 조금은 어둡고 유쾌하지만은 않은 세계관이 나온 것 같아요.


단순히 중고 물건을 판매하고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승리한다는 뻔하고 단순한 공식에서 벗어나 가게 운영의 묘수를 배울 수 있는 흐름이라고 느껴져요. 다만, 이를 구현하려면 데이터나 수치화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감정 도구와 감정 매뉴얼을 바탕으로 어떻게 점수를 매기는지, 또 가격 흥정할 때 손님 성격이 흥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 여러 가지가 궁금해요.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는 후원자들을 위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것이 좋은 전략이란 결론은 따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한 행동마다 점수를 더 주지는 않고 있어요. 오히려 좋은 물건을 원하는 가격에 사기 위해 택하는 모든 전략이 유효하면 좋겠습니다. 다만 흥정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하는 모든 행동은 손님에게 영향을 주고 상황마다, 손님 성격마다 다른 반응이 나올 거예요. 그래서 거래에 꼭 성공하고 싶다면 손님 말투와 반응을 유심히 살피고 여러 가지 대응책을 세워야 해요.


<우산금지>를 플레이할 때 가장 유의 혹은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어디일까요?

각자 관심이 가는 곳에 집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물건을 수집하고 싶으면 물건에, 손님과 치열하게 눈치 싸움을 벌이고 싶으면 흥정에 주목하시면 돼요. 아직시티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여유롭게 플레이하셔도 좋아요. 저희로서는 모든 플레이 하나하나가 의미 있는 경험으로 성립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회의 중 찍은 단체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아티스트 화나미, 개발자 슬프미, 기획자 기쁘미, 작가 놀라미


신뢰와 책임감을 기반으로 한 사이드 프로젝트 <우산금지>


각자 본업이 따로 있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라고 들었어요. 퇴근 및 주말에 별도의 시간을 내서 하시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각자 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신가요. 또 각자 업무 사이클이 달라서 의견 조율이 어려울 법도 한 데요.

아무래도 평일에는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주말에 모여 작업하고 있어요. 물론 평일에도 각자 맡은 일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확실히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행히 요즘 좋은 협업 툴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저희 팀도 여러 가지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팀 채팅 '슬랙'과 최근 부상한 협업 툴 '노션'에 정착한 상태예요. 특히 노션은 업무 내용을 공유하거나 아카이빙하기 좋고 업무 싸이클을 점검하기도 좋아서 애용하고 있습니다. 텀블벅 펀딩을 시작하면서는 평일에도 자주 회의를 할 필요가 있어서 게이머용 음성, 텍스트 채팅 서비스 '디스코드'로 원격 회의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 후추게임스튜디오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게임 개발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성공사례로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요. 혹시 직접 해봤기에 들려줄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이나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요.

서로에 대한 신뢰, 신뢰를 위한 책임감을 모두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각자 맡은 일은 그 누구보다 잘한다는 확신을 갖되 이를 적극적으로 나누고 확인해주는 과정은 필수인 것 같습니다. 이건 어떤 협업 툴을 도입하더라도 변치 않는다고 봐요.

누군가는 오늘 직장에서 남보다 더 피곤한 하루를 보냈을 수 있고 누군가는 오늘따라 개발에 대한 의욕이 남보다 커질 수 있어요. 서로 사이클 어긋나는 상황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봐요. 그러니 각자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새로운 제안은 언제든 적극적으로 제시한다면 사이드 프로젝트가 갖는 한계를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텀블벅 후원자들이 보내는 관심과 후원이 개발의 원동력


마지막으로 우산금지를 후원해주신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남겨 주세요!

저희 게임에 후원과 피드백을 보내주신 분들과 한 번이라도 관심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3년간 외부에 크게 알리지 않고 개발을 이어 오면서 제일 두려운 건 비판보다는 무관심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가장 긴장되지만 텀블벅을 계기로 받게 된 관심과 후원은 너무나 크고 강한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우산금지>를 완성한 뒤에도, 그다음 게임을 준비할 때에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진행. 권수현 | 이미지 제공. 후추게임스튜디오


후추게임스튜디오의 <우산금지> 프로젝트 보기

텀블벅에서 진행 중인 게임 프로젝트 보러 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카피라이터, 만화가, 에세이스트, 시인인 루나입니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