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 창작자 이전에 후원자가 되어 보세요"
텀블벅은 독립 출판계에서는 '기회의 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특히 글쓰기 열풍과 독립 출판 성장세에 힘입어 2018년에는 약 700권 이상의 신권이 텀블벅을 통해 출간되었고, 2019년 역시 그 흐름세가 이어지고 있지요. 텀블벅에서도 출판 분야는 매년 두 배 이상의 성장을 거듭할 만큼 창작자와 후원자들의 참여가 가장 활발합니다. 뛰어난 창작물이 많이 생산되는 것 이상으로 후원도 하신다는 뜻이지요. 이처럼 독립 출판계에 떠오른 '텀블벅 표 로켓'에 탑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텀블벅은 현재까지 4권의 북펀딩을 진행,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책덕' 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특히 1인 번역가로 활동하셨던 만큼 1) 출판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 2) 텀블벅 프로젝트 진행 시 중요한 것 3) 지속 가능한 활동 등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책덕님은 스스로를 자유 일꾼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웃기는 여자들이 세상을 뒤집는다'는 메시지로 여성 코미디언들의 이야기를 담은 <코믹 릴리프> 시리즈를 세상에 선보이고 있고요. 코믹 릴리프는 지난 2015년 4월 <미란다처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텀블벅에서 총 4권의 종이책을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작은 전자책>을 통해 1인 출판과 기획에 대해 알렸고, <책 만들기 책>이라는 책의 공저로 참여했지요. 해당 도서 역시 텀블벅을 통해 출간했답니다.
북펀딩에서는 꾸준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왔기 때문에 1인 출판의 어려움이나 텀블벅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노하우, 지속 가능한 활동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주셨어요. 1인 번역가를 꿈꾸는 예비 창작자 혹은 기창작자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자세히 설명해 드립니다.
우선 첫 시작의 계기를 더듬어 보자면 출판사 편집자로 3년간 일을 하던 때였다고 해요. 영국드라마, 미국드라마 덕후인 책덕님은 영국 시트콤인 <미란다>를 즐겨보던 중 우연히 대형 서점 외서 코너에서 <미란다>의 미란다 하트가 책을 썼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번역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었던 터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더니 미란다 하트의 책에서도 시트콤을 보면서 받은 유쾌함과 엉뚱함이 잘 연결되어 있었다고 해요. 책덕님은 '내가 이걸 번역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계약을 맺고 출판하기보다는 팬의 입장에서 번역 공부도 하고 있었으니까 책의 판권이 살아있는지 궁금했대요. 해당 출판사의 홈페이지에 기재된 저작권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답장은 현재 책의 한국 판권이 살아있고 이를 원하는 경우 해당 계약을 도와줄 수 있도록 에이전시에게 전달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는 다를 수 있지만, 영미권 해외 원서에 대한 번역 판권 계약은 1) 판권이 살아있는지 여부 확인 후 2) 이를 독점적으로 거래하는 별도 에이전시를 통해 계약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고 해요. 이때 전자책 계약 역시 함께 하는 경우가 많고, 예외적이긴 하지만 인디 규모의 작은 출판사는 에이전시 없이 직접 거래 하는 경우도 있으니 각각 확인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처음에는 출판까지 할 생각이 크게 없었지만, 해당 출판사에서 이미 에이전시 측에 '한국 출판에 관심있는 곳이 있다'고 전달했고, 이후 에이전시에서 먼저 책덕님에게 연락을 하면서 출판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보통 에이전시는 개인은 상대하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 등록까지 어찌 하게 되었다고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마치고, 선인세를 송금까지 마치고 본격적인 번역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책마다 출판 계약 조건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표지를 변경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포함될 수 있기에 계약 조건에 따라서 번역서에 대한 사양이 결정되고, 계약 이후에는 반기별로 인세 보고 작업을 에이전시를 통해 해야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체적인 계약 과정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음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한국은 빨리빨리 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요.
계약서 이미지와 함께 설명 드리자면 선인세와 함께 로열티, 전자책에 대한 계약 조건이 명시되어 있지요. 계약 기간을 보시면 계약일로부터 5년까지 기간이 되어있는데 통상적으로 계약 기간은 5년이며, 또 계약일로부터 24개월 내에 한국어판을 출간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약을 마치면 작업을 할 수 있게 원서를 보내 줍니다. 참고로 책 내부에 있는 삽화는 저작권이 별도로 존재하기에 해당 삽화를 사용하려면 저작권자와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덕님은 <미란다처럼>을 제작할 때 직접 그림도 그리셨다고 합니다.
인디자인을 처음 하시는 분들께 팁을 드리자면 이미 편집이나 자간이 좋게 잘 되어있는 책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원하는 느낌의 책을 두고, 이 책은 어떻게 했는지 찾아보면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책덕님도 책 하나를 고르고, 그 책에 사용되었던 kopub 폰트를 사용하고, 행간과 자간도 그 책을 벤치마킹해서 편집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후 편집과 교정 시 꿀팁을 하나 들려주셨는데, "책의 제목이나 카피에 쓸만한 문구를 메모를 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나중에 작업이 끝난 후 생각하려면 잘 떠오르지 않거든요."라는 말을 덧붙여 주셨답니다.
편집과 관련해서 추천해 드릴 만한 책은 열린책들에서 매년 나오는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입니다. 매년 나오면서 달라지기 때문에 참고하기에 무척 좋아요. 저 당시에 제가 또 참고했던 책들은 <책 잘 만드는 책>과 <만만한 출판제작>과 같은 책이 있습니다.
교정 완료 후 표지 작업에 돌입했는데, 디자인도 여러 번 교체하고, 출력도 다양한 시안으로 뽑아보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셨다고 합니다. 최종 표지까지 결정된 후 텀블벅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텀블벅 펀딩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해외 원서 계약의 경우, 1,500권 정도로 큰 규모로 계약하기 때문에 독립 출판보다는 상업 출판으로 가야 하기에 직접 파주를 돌아다니며 물류 창고도 계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쇄도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책덕님은 네이버에서 '꿈꾸는 책공장'이라는 카페에서 도움을 받으셨다고 해요. 1인 출판이나 독립 출판사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많이 모여서 정보 공유를 하는 카페다 보니 평이 좋은 인쇄소를 찾을 수 있었고,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이미 알던 인쇄소도 있어 여러 군데에서 견적을 받을 수 있었다고요. 인쇄소는 미리 견학할 수 있으면 무척 좋은 데다가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최근에는 1인 출판 하시는 분들과의 만남도 성사될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되실 거라고 하셨지요.
독립 출판물은 ISBN을 받지 않아도 되다 보니 보통은 100~500부의 소량 인쇄를 하는데 이 경우엔 단가가 높긴 하지만 소량 인쇄가 가능한 인디고 인쇄를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독립 출판을 할 생각이라면 검색 포털 사이트에서 인디고 인쇄(혹은 인디고 출력)이라고 검색하면 결과가 많이 나오는데, 해당 인쇄소 홈페이지의 견적 시스템을 이용해 대략적인 단가를 숙지한 뒤 다른 인쇄소에서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을 추천해 주셨어요.
반대로 1,000부 이상의 상업 출판을 하게 된다면, 해당 부수를 소진하기 위해선 온-오프라인의 대형 서점에 입고해야 하니 ISBN을 필수로 받아야겠지요. 대량 인쇄의 경우 일반적으로 오프셋 인쇄를 많이 합니다. 책덕님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업 출판이다 보니 오프셋 인쇄를 하게 되었고, 감리까지 진행했다고 합니다. 웬만하면 감리를 하러 가겠다고 하면 편의를 봐주시기 때문에 내 책이 내 의도대로 색감이 잘 나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되도록이면 가는 것을 권해주셨어요.
물류와 배본은 책덕님의 경험을 토대로 유통 경로를 간단하게 작성해 소개해 주셨습니다. 출판사(본인)를 기준으로, 서점으로부터 'ㅇㅇ 책 0권을 보내 달라'고 요청을 받으면 다시 물류 창고로 연락해서 'ㅇㅇ 물류센터로 0권을 전달해 달라'라 요청하면 물류 창고에서 직접 센터까지 배달해주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역에 있는 서점이나 독립 서점은 도매상을 통해야만 여러 서점을 한꺼번에 케어할 수 있습니다.
동네 작은 책방은 배본사 혹은 도매상을 끼지 않는다면 택배로 보내야 하므로 별도의 택배비가 발생합니다. 독립서점에서는 위탁과 현매로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위탁은 책을 먼저 보낸 뒤 판매가 되면 추후에 정산해서 주는 방식을 뜻합니다. 현매는 그 자리에서 즉시 몇 권의 책을 구입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현매가 좋지만, 독립서점에서는 얼마나 팔릴지 모르는 책을 현매로 사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테니 이를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덕님은 <코믹 릴리프 시리즈>가 4종이 되기 전까지는 도매상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택배를 보내거나 직거래를 하셨다고 합니다.
판매 시 공급률의 경우엔 우리가 다 알법한 대형서점에서는 60-65%가 평균적이고, 작은 책방의 공급률이 평균적으로 70% 정도지만, 책마다 다르니 단순 참고용으로 알고 있으면 된다고 해주셨지요.
마지막으로 책 제작 시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 궁금하실 텐데, 책 사양에 따라 다 다르다고 합니다. 예시로 <미란다처럼>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신국판 사이즈에 페이지 수는 300pg 정도의 책입니다. 이중 선인세는 해외 출판사에, 저작중개료는 에이전시에 제공하는 비용이라고 합니다. 이에 더해 인쇄에 필요한 비용은 텀블벅 펀딩으로 충당했다고 합니다. 출간 이후에는 마케팅 비용, 물류비용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이때 책덕님은 "직접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면 비용은 줄어드나,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방법입니다"라는 조언도 전달해 주셨습니다.
텀블벅 펀딩을 시작하기 전 고려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리워드, 목표 금액, 리워드 발송 등이 아닐까요. 우선 후원자들은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다채로운 리워드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메인 리워드에 집중하는 걸 원합니다. 그러므로 "단순 가짓수를 늘리기 보다는 창작물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텀블벅 펀딩 목표 금액은 수수료 8%(텀블벅 플랫폼 수수료 5%+결제 대행 수수료 3%)와 부가가가치세, 택배 발송에 필요한 배송료 등을 최종 고려해서 금액을 설정해주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텀블벅 펀딩을 준비해야겠죠. 먼저 텀블벅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직접 후원자가 되어 보는 것입니다. 책덕님은 현재까지 총 64개 프로젝트에 후원했는데, 이를 통해 각 창작자별로 텀블벅 펀딩 스토리텔링과 강조하는 내용이 전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후원자가 되어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지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후원하게 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어느 부분이 나를 움직이는지도 알 수 있고 후원자 입장에서 리워드를 기대하는 마음도 알게 됩니다. 특히 이 정도 리워드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치도 형성하게 되기 때문에, 실망한 텀블벅 펀딩은 반면교사로 삼고, 실제로 받아보고 감동한 리워드는 기준으로 삼아서 준비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스토리텔링은 항상 강조 드리는 영역입니다. 우선 텀블벅은 쇼핑이 아니에요. 창작자와 일면식이 없고, 친분도 없더라도 그를 믿고 후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텀블벅 펀딩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해야 하고, 후원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건 기본입니다. 더불어 스토리텔링이 장황하면 읽다 지치기에 책덕님은 핵심을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서 전달한다고 해요. 그리고 주변 피드백을 받으면서 다듬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혼자 읽을 때보다 훨씬 정돈된 스토리텔링을 전달할 수 있어요. 당시 텀블벅 펀딩을 준비하면서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된 텀블벅 워크숍이라는 글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준비가 끝나고 텀블벅 펀딩을 시작했다면 홍보를 빼놓을 수 없지요. 프로젝트를 올리고 나서 이를 여러 군데 퍼뜨리지 않으면 자동으로 홍보가 되진 않습니다. 특히 텀블벅 펀딩 초반 후원율을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쏟으셔야 합니다. 프로젝트 개설 전부터 다양한 SNS를 활용해서 유저들과 소통해 두었다면 도움이 되겠죠. 아무래도 다른 후원자들이 봤을 때 후원율이 높으면 최근 기대받는 프로젝트라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초반 마중물이 꼭 필요합니다. 부끄러울 수 있지만 지인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걸 추천 드리고,얼리버드 리워드나 RT, 공유 이벤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SNS 상에 퍼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무 것도 안 하는것 보단 확실히 낫습니다.
외부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 중 하나입니다. 다만 외부 홍보 시 해당 커뮤니티에 스며들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해요. 가입 하자마자 홍보글을 쓰면 눈살 찌푸려질 수도 있으니까요. 확실히 잘 맞는 커뮤니티라면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것도 해야 돼?' 하는 걸 해야 프로젝트 페이지로 유입이 있습니다. 적은 금액으로 할 수 있는 마케팅으로는 페이스북 유료 광고 기능도 있고요. 책덕님은 네이버 포스트로 컨텐츠 연재도 했다고 하네요. 텀블벅 펀딩 초반, 후원할 사람이 다 하고 나면 어느 순간부터는 증가세가 완만하기 때문에 꾸준히 컨텐츠를 수급해주어야 후원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커뮤니케이션으로, 텀블벅 후원자와 창작자 관계가 특별한 만큼 조심해야 합니다. 책덕님은 한 번의 텀블벅 펀딩으로 끝나는 관계가 아닌, 계속 만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기에 리워드 수정 사항 등 중요한 내용은 반드시 커뮤니티 업데이트로 후원자들이 자동 메일 알람 기능을 통해 받아보고,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책이 제작되는 과정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면 좋을 듯해요. 후원자들도 함께 북펀딩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최대한 많이 공유하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후원만 했지만, 제작 과정에 창작자와 동참하는 기분이 들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마케팅을 할 땐 타깃팅을 확실하게 설정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책덕님은 <미란다처럼> 관련 마케팅을 진행할 때는 영국 시트콤 <미란다>의 주인공인 미란다 하트의 책이니 영국문화원과 연계해 이벤트를 진행했다고 해요. 확실히 해당 문화에 관심있는 분들이 있으니 호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대상 독자층이 많은 잡지에 글을 투고하기도 하고요. 이처럼 핀셋 전략을 세밀하게 세운 뒤 접근할 것을 덧붙였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영리 활동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해하고, 지속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내가 해도 지겹지 않을 것, 오래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책덕님은 이를 위해 왼쪽에는 하고 싶은 분야를, 오른쪽에는 할 수 있는 분야를 적어본 뒤 교집합을 찾아내 해보는 것을 추천했어요. 그렇게 펼쳐진 일이 <미란다처럼>과 <코믹 릴리프> 시리즈입니다.
주변에 자신이 하는 일을 알리고 나니 응원도 받고, 이런 에너지가 모이면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브런치 혹은 블로그에 꾸준히 올렸더니 이를 통해 일감이 이어지기도 했다고 해요.
이처럼 지속 가능한 활동은 롱테일의 법칙과도 비슷합니다. 한 권의 베스트셀러 매출보다 여러 가지 책의 매출이 이어지면 더 긴 꼬리를 만든다고 해요. 즉, 한 가지 일보다는 여러 개의 일을 벌려 놓고, 이를 알리면 사람들이 응원을 보내고, 알아봐 줄 테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보는 걸 추천해 드려요. 책덕님도 텀블벅을 함께 진행했던 파시클 출판사와 함께 '민희와 에밀리'라는 책방과 비슷한 공간을 운영하기도 하고, 브런치 플랫폼에 연재했던 '이것도 출판이라고'라는 책 출간도 앞두고 있습니다.
이어서 책덕님은 일문일답 시간을 끝으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실 듯하여 일문일답 내용도 공유해 드립니다.
Q. 만약 첫 텀블벅 펀딩을 준비하던 때로 돌아간다고 가정했을 때 아쉬운 부분이 있을까요? 처음으로 펀딩으로 출판을 하시려는 창작자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꿀팁이 있다면요.
A. 그 때 이미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 후회하거나 아쉬운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당시에 하고 싶은 리워드가 많아서 정말 다양한 리워드를 의욕적으로 밀어붙였는데 보다 컴팩트하게 했으면 더 편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합니다. 후원이 애매하게 들어오면 단가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했을 때와 달리 텀블벅도 많이 커지고 트렌드도 바뀌어서 저 역시 텀블벅 펀딩을 할 때마다 처음 진행하는 기분으로 알아보고 시작하는데요. 가장 좋은 것은 텀블벅에서 매달 진행하는 워크숍에 참석하는 것입니다. 자세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성공 사례와 함께 노하우를 들려주고, 멘토링까지 해주시니까 참석하시는 것을 권장 드려요.
Q. 조금 세속적인 질문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책을 4권 내셨는데, 그것만으로 생계유지가 가능한가요?
A. 세속적인 질문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질문이네요. 저는 모든 걸 혼자서 진행하기 때문에 출간 주기가 굉장히 깁니다. 때문에 다른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모인 돈으로 다시 출간을 준비하고, 또 출간을 통해서 얻은 수익을 기반으로 다른 일을 시작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출판의 좋은 점이 있다면 한 번 출판을 해두면, 그 책이 팔리는 동안 수입이 주기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출판 이후에도 에이전시나 해당 출판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특히 추가적인 수정 사항이 발생하지 않는지 여부와 전자책은 어떤 방식으로 유통하는지도 알려 주세요.
A. 번역서의 경우엔 정식 출간이 이루어지기 전에, 표지 등의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컨펌받고 진행합니다. 때문에 이후에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분기별로 하는 인세 보고 외엔 딱히 없습니다.
전자책의 경우엔 한국이퍼브, 리디북스, 교보문고 등의 유통사에 연락하여 직접 계약하면 됩니다. 다만 플랫폼별로 입점하는 것이 어려우시다면, e-KPC나 유페이퍼와 같이 전자책 유통을 중개하는 곳을 통하기도 합니다.
Q. 보통 한 권을 출간하는데 원고 작업 기간은 얼마나 걸리시나요. 검수는 혼자 하시는지도 들려주세요.
A. <미란다처럼>은 계약하고 나오기까지 1년 반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편집 공부도 하면서 편집도 하고, 디자인 삽질도 오래 했기 때문이에요. 만약 출판사에서 했다면 평균적으로 번역 기간은 3개월 정도를 잡습니다. <미란다처럼>은 처음이다 보니 번역 기간만 6개월 정도가 걸렸어요.
편집과 검수는 처음이라 혼자 하면 놓치는 부분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는 편집자분과 함께 크로스체크를 했습니다. 또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도 이용했고요. 일반 독자라고 생각하고 어색한 점을 알려달라고 했죠.
두 번째 책부터는 따로 리뷰어 먼저 모았는데, 커뮤니티에서 에이미 폴러를 알고 좋아하는 덕후분들을 따로 모집한 뒤 이분들께 책의 PDF 파일을 전달하고, 이상한 부분이 없는지 체크해달라고 했어요. '덕심'으로 도운 일이라며 사례를 받지 않겠다곤 하시겠지만 그래도 소소한 금액이라도 드리긴 했습니다.
텀블벅에서 덧붙여 드리자면 창작자님 중 실제로 검수를 후원자와 함께 진행한 경우도 있습니다. PDF 파일을 후원자에게 보내고,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통해서 오역이나 잘못된 정보 등을 적어달라고 하셨죠. 이렇게 진행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Q. 번역가인 저는 의뢰 받는 책을 번역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부분도 있고, 벅찬 부분도 있습니다. 오늘 강연을 들으면서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는 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으시는 분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어디서 얻으시나요.
A. 사실 번역 작업만 하면 때론 답답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모임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수다를 떠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번역가 모임도 굉장히 많다 보니 그런 모임으로 시작해도 좋지만, 동종업계 사람들만 모여 있으면 결국 비슷한 이야기만 나누고, 또 신세 한탄만 나누다 올 수 있거든요. 결이 다른 모임에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지금 당장 아이디어가 없더라도, 일단 내가 하고 있는 일 속에서 여러 가지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난 기록물 속에서 '당시에는 쓸데없어 보였던 생각이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래도 내가 관심이 있어 하는 분야 등에 있어서 일관성이 있구나' 하는 것을 발견하는 듯하거든요.
최근 제 텀블벅 프로젝트를 보고 연락을 주신 분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분도 번역되지 않은 해외의 책들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었는데 저와의 대회 이후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더라고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다채로운 분야의 사람을 만나서 수다를 떠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운영 중인 저희 책방에 놀러 오셔도 좋아요.
Q. 1인 출판사 설립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더불어 번역가로 일을 하시면서 자신만의 루틴이나 작업 방식을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출판사는 등록제여서 크게 설명할 게 별로 없지만 말씀드릴게요. 우선 현재 거주 지역의 구청을 방문해 출판사 등록한 후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을 하면 끝입니다.
출판사 설립 이후 수익과 관련된 세무적인 부분은 강연 시 말씀드렸던 네이버 카페에서 검색하면 굉장히 많은 정보가 나오니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프로세스 관리는 저도 자신 있게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전반적인 일의 프로세스 관리는 'trello' 어플을 이용해 스케줄을 미리 짜두고, 관리를 하려는 편이고, 출판을 진행할 때의 프로세스 관리는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에 나와 있는 순서대로 진행하고 있어요.
책덕
미국 드라마, 영국 드라마를 좋아해 잠을 자고 남는 시간에 책을 만드는 자유 일꾼입니다. 아무도 번역을 시켜 주지 않아 직접 출판사를 등록하고, <미란다처럼>과 <예스 플리즈>를 번역 및 출간했습니다. 최근 '유머는 여자의 무기를 모토로 하는 코믹 릴리프 시리즈를 만들고 있습니다.
강연 스케치. 권수현 | 자료 제공. 책덕 | 이미지 제공. 책덕, 김민규
﹅책덕 작가의 첫 번째 프로젝트 <미란다처럼>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