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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영퍼센트 May 22. 2020

느리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넓혀가는 야광토끼

"포기하지 않고 앨범 제작에 다시 도전한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본격화되기도 한참 전, 이미 메일로만 프로듀서와 곡 작업을 하던 가수가 있었다면 믿으시겠어요? 심지어 해당 뮤지션의 음악은 미래지향적이고 몽환적이라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어디 미래에서 온 건 아닐까 궁금하기까지 한 뮤지션은 바로 ‘야광토끼'입니다.

작업 방식이나 작업물은 미래에서 온 것 같지만, 막상 한 꺼풀 들춰 보면 이분, 실은 과거 지향적입니다. 스트리밍 시대가 도래한 이 시점에 기-승-전-결이 매우 확실한, ‘앨범’ 형태를 고수하고 있거든요. 싱글도 아니고, 앨범 제작이라니! 그러던 중 3집 앨범 <KOSMOS> 발매를 위해 텀블벅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펀딩 소개 글에는 ‘느리지만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것에 대하여'라는 부제 아래 자신만의 소신을 차분히 펼쳐 놓았습니다. 좋은 작품을 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저 역시 한 아름 질문을 작성해 메일을 띄워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야광토끼만의 세상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앨범 형태를 택해 조심스럽게 텀블벅 펀딩을 시작한 뮤지션 야광토끼에게 응원을 담아서요.




안녕하세요. 아직까지 텀블벅 후원에 참여하지 못한 유저들을 위해 자기소개 간략하게 부탁드려요. ‘야광토끼’라는 이름의 기원도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스팝이나 일렉트로닉팝 음악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야광토끼’이고 본명은 임유진이라고 합니다. 토끼를 워낙 좋아해서 모으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광토끼가 됐어요.


현재 앨범 작업으로 바쁘실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내세요?

텀블벅에 펀딩을 개설한 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안 하던 달리기를 하고, 이후에는 작업을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 요즘은 주로 회사원처럼 작업실에 꼬박꼬박 출근해 곡을 만들고, 주변 연주자들에게 연락해 녹음을 하자고 제안 드리고 있어요.


요즘처럼 한창 앨범을 만들고 있을 때는 하루, 또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요.

앨범 제작은 워낙 긴 호흡을 가지고 진행하는 일이다 보니 사실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겠는데, 문득 잠깐 뒤돌아보면 ‘어느새 이만큼 흘러왔구나’ 싶게 지나가는 것 같아요. 심지어 다른 세상에 있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최신 유행이 모두 바뀐 듯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니까요. 


상당히 몽환적인 음악을 만들고 계시는데, 사실 재즈피아노를 전공하셨잖아요. 결이 다른 듯한데, 어떻게 장르의 변화(!)를 꾀하게 되셨는지 알려 주세요.

단도직입적으로 스스로 느끼기에 피아노엔 큰 재능이 없는 대신 송 라이팅에는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연주를 못 한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음악 작업을 시작한 게 시초예요. 그렇게 시작하고 보니 일렉트로닉 뮤직 씬에도 마치 1920년대의 재즈 씬과 같은 무림 고수들이 보여서 더욱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웃음). 



대중음악의 시작은 검정치마의 키보디스트로, 또 시간이 흘러서는 본인만의 음악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아요.

사실 이 주제는 조금 민감한데요. 실은 검정치마는 더 이상 야광토끼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데 저만 계속 해야 하니 난감하고 난처할 때가 많아요. 저 말고도 다른 키보디스트분들도 많으시거든요.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저 때는 말이죠(야광토끼님 표현을 빌리자면 라떼는 말이죠). 그 당시 홍대 인디 씬에서는 아직까지 페미니즘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그 간극에서 오는 힘듦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처음 만나는 사람이 대뜸 ‘음악 하는 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질 때도 있었고요(웃음). 또한, 지금처럼 혼자서 음악을 다 완성할 수 있을 때까지 ‘여자는 프로듀싱을  못 할 것이다'라는 생각에 갇혀 있었던 적도 있고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두 추억이고, 재미있는 기억이에요. 그때의 힘든(또다시 야광토끼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빡센') 밴드 생활이 있었기에 지금의 강한 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키보드와 노래, 두 가지 다 매력적일 것 같은데 각각의 장, 단점 혹은 특별한 차이점이 있을까요.

키보드를 잘 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작곡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칠 수 있는 것에 감사해요. 그리고 노래 실력이 뛰어나서라기 보다는 독특한 목소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 정도가 각각의 차이점일 듯하고, 단점이 있다면.. 자꾸 주변에서 “가수니까 노래를 불러 달라"고 요청하는 정도?(웃음)


야광토끼님처럼 새로운 길을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또 그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지도 궁금합니다.

음.. 가지 마세요(웃음). 그래도 가야 한다면, 또 가고 싶다면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가고 싶은 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 가도 떡이 나온다’와 같은 속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오히려 부모님이 반대하신다면 ‘지금 내가 맞는 길을 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한국은 신스팝이나 일렉트로닉 팝이 대중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국내보다는 외국에서도 주목하는 것 같은데, 가끔은 서운하진 않으신가요. 

사실 어디서든 제 음악을 들어만 주셔도 감사하죠. 그런데 결혼을 하고 새로운 식구들이 생기다 보니 조금 더 대중적이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는 있어요. 일화 중 하나로 시어머니가 처음 제 이름을 듣고는 ‘야간도끼’인 줄 아셨다고(웃음).


그렇다면 음악을 만드실 때 주로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는 편인가요.

주로 산책할 때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볼 때 영감을 자주 받는 편이라 ‘자연’이 제일 영감의 원천입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음악을 앨범 혹은 바이닐로 구매해 듣기보다는 간편하게 마치 인스턴트 음식처럼 스트리밍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가벼운 싱글보다는 속이 꽉 찬, 또 기승전결이 확실한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계시잖아요. 그 과정이 어렵고, 힘들진 않으신가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저 역시 종종 ‘왜 앨범을 만드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어요. 그저 저에겐 앨범이 더 익숙한 호흡이라서 관성처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모든 일은 마무리가 되어야 그 이유를 안다는 말이 있듯 저도 그 의미는 마침표를 찍어야만 깨달을 수 있을 듯해요(웃음).


늘 함께 작업하는 클리프 린 프로듀서분이랑은 만나지 않고, 메일을 이용해 비대면 작업(!)을 하신 걸로 들었어요. 어떻게 알고 작업을 하게 되셨는지 시작부터, 비대면으로 작업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많은 것이 궁금합니다.

이번에는 클리프 린 프로듀서가 믹싱 마스터링으로 참여해요. 사실 작년에 저희가 처음으로 서울에서 만나 돼지갈비 먹었습니다(웃음). 오래 작업을 비대면으로 해왔어서 그런지 몰라도 음악 얘기를 나누는 데 정말 오랜 친구처럼 편했어요. 

그래서 떠올려 보면 비대면 작업이 어려운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감정적으로 얽히지 않으니 트러블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코로나19로 도래한 언택트 시대에 저희가 정말 음악 산업의 미래였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첫 텀블벅 펀딩, 특히나 요즘 음악계에서는 크라우드펀딩이 새로운 추세로 자리 잡는 것 같아요. 이런 흐름이 텀블벅 펀딩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었나요?

네, 펀딩 준비하면서 림킴이 진행했던 펀딩을 봤어요. 그 덕에 저도 더욱 용기내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앞으로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펀딩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야광토끼님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 중인 리워드.


펀딩을 준비하면서, 또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걸 다시 깨달았어요. 리워드를 준비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음악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해도 되는 건지 많은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웃음).


펀딩 소개 글에서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본인만의 색깔이나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라는 글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야광토끼님이 완성하고 싶은 궁극적인 색깔 혹은 세상은 무엇일까요.

펀딩 소개 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지브리 스튜디오'를 떠올리면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반복적인 색감과 메시지 그리고 위로가 있잖아요. 저 역시 그런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야광토끼님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후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으시다면요.

제가 펀딩 준비하면서 적극적으로 라이브 방송도 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열심히 소통을 하면서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팬분들 이야기 많이 듣게 되는데, 모두 제 노래에 담겨있는 각자만의 추억을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 열심히 음악 해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앨범 제작에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후원자 여러분들께는 앨범 후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에디터_ 권수현 | 이미지 제공_ 야광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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