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갖고 기다리고 응원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마음인지 알아요."
살면서 '내가 신이 된다면'하는 상상, 한 번 쯤은 있으시죠? 그런 꿈만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여성향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신도 야근을 하나요?> 속에서는 가능합니다. 심지어 신이 되어 4인 4색 로맨스까지 경험할 수 있어요.
처음 프로젝트 소개글을 봤을 때 스크롤이 멈춘 부분은 "제가 신이라구요…? 저 내일 출근인데요…"라는 문구가 적힌 도입부였어요. 홀린 듯 스크롤을 내리다 보니 4명의 등장인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재생과 동시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지요. 심지어 더 읽다 보니 이들과 문자와 통화도 할 수 있다는 설명에 진지하게 등장 캐릭터 '백', '유예', '활', '서은한' 중 한 명을 고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고요.
그렇게 좋아하는 마음에 인터뷰를 청했고, 두서 없이 쏟아놓은 질문 속에서 "팀원들 간의 굳건한 믿음과 애정이 있었기에 멈추지 않고 달려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지금껏 만났을 수많은 불확실성에도 무너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어디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텀블벅을 진행하면서 보내주시는 응원을 받고 처음으로 ‘견디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기다리고 응원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마음인지 잘 알고 있다는 이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이번에도 후원하길 잘 했다는 마음이 피어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미 텀블벅과 각종 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자세한 팀 소개를 부탁드려요. 특히 팀 구성은 만화로 볼 수 있기는 하지만 한 번 더 언급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 안녕하세요. 여성향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신도 야근을 하나요?> 제작팀 밋앤그릿(MEET&GREET)입니다. 저희는 기획1/아트2/시나리오1/프로그래밍1 총 5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팀이에요. 학부 신입생부터 친한 친구로 지내던 기획자와 시나리오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들어진 팀입니다. 그 후 재미있고 설레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지금의 밋앤그릿이 되었습니다.
<신도 야근을 하나요?>(이하 <신야근>)이 목표 금액의 900%를 가뿐히 넘었고, 후원자도 약 1,500명이에요. 흥행을 예상하셨나요? 또 지금 기분은 어떠신지 들려주세요.
사실 실감이 잘 안나요. 첫날 목표 금액의 300%를 달성했었는데, 다들 놀라서 서로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만 쳐다봤어요. 많은 분들이 유튜브나 트위터, 블로그 등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시고 계신데요. 비록 일일이 답은 드리지 못하지만, 개발하다 힘들 때면 가장 먼저 꺼내 보고는 한답니다. 정말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사실 본 인터뷰도 응원을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하게 되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렇다면 텀블벅 펀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펀딩을 준비하면서 애로 사항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텀블벅을 시작하기 전, 정말 오랜 기간 고민했어요. 많은 분들의 후원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이니까요. 자금 문제로 개발에만 집중하는 게 어려워졌기에 결국 텀블벅을 준비하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개발과는 또 다른 부분이다 보니 리워드 구성부터 일정 수립까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았었죠.
그래도 텀블벅 담당자님을 비롯해, 그동안 옆에서 저희를 지켜봐 온 친구들이 제 일처럼 도와준 덕분에 무사히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소원시에 대해 좀 더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설화와 전설이 숨 쉬는 곳이라니, 혹시 자랑해주실만한 독특한 세계관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소원시는 우리가 아는 서울과 많이 닮았지만, 세시풍속이나 풍수지리 같은 삶 자체에 스며든 전설이나 신화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요. 설날에 다들 떡국 드시죠? 소원시에서는 떡국도 먹고 연도 날리고 설빔도 사 입어요. 섣달 그믐밤에는 잠을 자면 안 된다고 해서 새벽까지 큰 축제가 열리고, 도깨비 터에 집 자리를 지으면 도깨비가 좋아한다는 술을 가끔 놓아두기도 합니다.
꼭 종교적 믿음이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할아버지가 온다고 믿을 때만 가질 수 있는 기쁨이 있고 추억이 있잖아요. 소원시는 그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곳이기도 해요. 이 게임과 소원시라는 공간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한국의 설화나 풍습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면 무척 기쁠 것 같아요.
NPC 제작 리워드가 50만원 후원에 10명 한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선착순 마감되었어요. 혹시 이런 캐릭터 요청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이 있으신가요?
장르가 여성향 연애시뮬레이션이다보니 아무래도 잘생긴 남자 캐릭터들이 잔뜩 나오는데요! (웃음) 미남 캐릭터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도 무척 즐겁지만, 저희는 사실 저마다의 개성이 살아있는 다양한 캐릭터들도 아주 좋아한답니다. 나이가 많다던가 스타일이 특이하다던가 자연스럽고 개성적인 면모를 가진 캐릭터의 리퀘스트가 들어오면 즐거울 것 같아요.
혹시 <신야근>을 만들면서 정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는지 궁금해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사실 없었던 것 같아요. 대신 위기였던 순간은 많았죠. 하나만 꼽아보자면.. 개발 만화에도 나와 있지만, 프로그래머님의 부재가 길어졌던 시간들을 이겨내는 것이 힘들었어요. 예술 전공이다 보니 프로그래밍은 저희와 가장 먼 분야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몇 개월간 게임 프로그래머님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 찾아가서 무작정 말을 걸고는 했어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만두는 게 좋지 않겠냐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었죠.
불안했던 몇 개월의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준 건 팀원들 간의 굳건한 믿음과 애정이었어요. 어려운 시기에도 작업을 멈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언제나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팀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또 반대로 뿌듯한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너무 많은 일이 스쳐 지나가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 지금 당장은 첫 빌드가 나왔을 때가 떠오릅니다. 캐릭터가 실제로 게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데 어찌나 신기하던지, ‘아! 정말 우리가 게임을 만들고 있구나’ 싶었어요. 오랜 기간 상상만 하던 것이 처음으로 현실화되던 순간이었습니다.
시즌제로 진행한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이어질 시즌의 방향은 어떻게 될지 살짝 귀띔해 주실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시즌1에 대한 대왕 스포가 될 것 같은데요.(웃음) 아직 게임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 먼저 시즌1 플레이를 통해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시즌이 진행됨에 따라 많은 분들이 문의해주신 주요 캐릭터들의 개별 루트를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생각지도 못했던 캐릭터들의 모습이 나타난답니다. 입체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긴 시간 노력해왔으니 다들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양방향 소통 미연시를 만들고 계시잖아요. 특히 통화를 제작하면서 성우의 힘이 중요할 것 같은데, 성우는 어떻게 섭외하게 되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캐릭터와 시나리오를 제작하는 데에 오랜 시간과 애정을 들인 만큼, 그 매력을 백 퍼센트로 발휘해줄 성우님들이 간절했어요. 시나리오를 드리고 답을 기다리는데 떨리는 마음에 하루종일 핸드폰만 보고 있었던 기억이 나요. 배역을 맡아주신 성우님들 모두 꼭 모시고 싶었던 분들입니다. 작은 인디팀인데도 불구하고 다들 연락을 받으시고는 흔쾌히 응해주셔서 무척 기뻤습니다.
<신야근>을 만들 때 제일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요? 그리고 <신야근>만의 매력 포인트를 자랑해주세요.
사실 제일 고민했던 건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스토리나 배경, 캐릭터 등 여러 콘텐츠들 간의 조화였던 것 같아요. 매력적인 한국 설화를 스토리에 차용하고,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배경과 캐릭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주인공이 처하는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음악을 고르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쏟았고요. 연애시뮬레이션 장르인 만큼, 캐릭터들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한창 캐릭터를 만들 때는 장발로 할 건지 단발로 할 건지를 두고 3시간을 토론한 적도 있었답니다. 가장 치열했던 회의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웃음)
미연시를 개발하고 싶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현실적인 조언이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요.
아직 남아있는 여정이 많아서, 감히 조언을 드리기에는 정말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신중해집니다.
다만, 그간의 게임 개발 과정에서 겪은 것이 있다면,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개발을 하다 보면 수없이 다시 해야 하고, 또 엎어야 합니다. 저희의 경우도 기획 단계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막상 해보니 쓸 수 없던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갑자기 톤이 맞지 않아 쓸 수 없게 되는 리소스들도 많았고요. 확실한 목표를 세우되, 그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과 방식이 늘 변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면 개발 과정의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야근>을 후원해주고, 응원해준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처음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저희의 꿈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되려 저희의 힘이 되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개발을 시작한 후로 지나왔던 2년간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어요. 모든 게 처음이어서 늘 긴장 상태였고 주어지는 변화에 적응하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쳤거든요. 그러다 홍보를 시작하고, 또 텀블벅을 진행하면서 보내주시는 응원을 받고 처음으로 ‘견디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기다리고 응원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마음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보내주시는 마음 귀중히 안고 좋은 게임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에디터_ 권수현 | 이미지 제공_ 밋앤그릿(MEET&GR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