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클럽

양성종양 1기

by 튜머

미용실의 공기는 언제나 지나치게 깨끗합니다.
살이 아닌 머리카락을 자르는 곳이라 그런지, 청결이라기보다 인공적인 냄새가 감돕니다.
소독약과 열, 그리고 달콤한 향수 사이 어딘가에 머무는 공기.
그 안에서 숨을 들이쉴 때면 묘하게 긴장됩니다.

저는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습니다.

저와 미용사 둘만의 공간은 어쩐지 폐쇄적입니다

공간은 열려 있지만, 시야는 거울 속으로만 이어집니다.

모든 방향이 막혀 있는 건 아니지만,
저는 결국 제 얼굴과, 제 뒤에서 움직이는 미용사의 손만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거울 속의 저는 변화를 기다리는 얼굴로 앉아 있습니다.
그 반사된 이미지만이 실체처럼 존재하고,
그 밖의 세계는 희미하게 지워져 있습니다.


가볍게 오가는 대화는 표면적인 온기를 만들어 냅니다.
저는 원하는 스타일을 말하고, 미용사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겉으로는 제가 요구하고 그가 응하는 구조이지만,
정작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그의 손에 쥐어진 가위입니다.
저의 말은 제안처럼 들리지만, 현실은 그의 손끝에서 완성됩니다.
대화는 이어지지만, 주도권은 이미 넘어가 있습니다.

이윽고 커트보가 제 몸을 덮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보호막입니다.
곧 절단될 신체로 인해 주변이 더럽혀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이자,
동시에 제 안쪽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떨림과 열을 가려주는 천입니다.

이 얇은 천이 덮이는 순간, 공기마저 고요해집니다.
저는 정리될 준비를 마친 사람처럼,
그리고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처럼
그 아래서 숨을 고릅니다.


“고개를 조금 돌려주세요.”
미용사의 지시에 저는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복종의 원인이 부드러운 손길 때문인지,
아니면 귀 옆에서 울리는 서슬 퍼런 날붙이 때문인지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자세가 바뀔 때마다 그 날붙이는 저를 절단하고, 재단합니다.
살과 머리카락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짧아질수록 냉기가 피부 가까이 스며듭니다.
그러나 동시에 손의 온기도 같은 거리에서 전해집니다.
냉기와 온기가 번갈아 스치며,
저는 정리되는 동시에 어딘가 흐트러집니다.
이 불협화음 같은 감각은 역설적이게도 제 긴장을 완화시킵니다.
저는 스스로 눈을 감습니다.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조금 더 단정해지고, 조금 더 어지러워집니다.
저는 깔끔해짐과 동시에 더럽혀집니다.

1차적인 조치가 끝난 뒤, 저는 샴푸실로 인도됩니다.
그동안 앉아 있던 현장은 청소됩니다.
더럽혀진 흔적은 사라지고, 신체는 또 다른 장소로 옮겨집니다.
샴푸실에는 또 다른 나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장 취약한 목이 노출된 채로 눕혀집니다.
눈은 가려지고, 시야를 잃은 채 손길을 기다립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물 온도에 대한 약간의 항변뿐입니다.


손과 물이 동시에 머리를 난도합니다.
손길은 부드럽고 섬세하지만 폭력적입니다.
저의 신체는 만져지고, 흩어지고, 다시 모입니다.
냄새는 샴푸에 의해 사라집니다.
향기마저 재단됩니다.
이제 저는 완전히 복종당합니다.


다시 자리에 돌아오면, 거울 속엔 젖은 제가 보입니다.
머리가 말려집니다.
뜨거운 바람이 덮입니다.
그 열은 바람이 아니라, 입김 같습니다.
머리가 쓰다듬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눈썹이 다듬어집니다.
칼과 손이 눈앞까지 다가옵니다.

고전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지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위의 끝은 서늘하고, 손끝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2차 조치가 끝나면, 향이 한 번 더 덧입혀집니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비용이 지불됩니다.
양쪽 모두 만족한 듯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집니다.
그 자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닦이며 다음 이를 맞이합니다.

작가의 이전글드립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