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종양 1기
<1>
그는 1센티미터 크기의 작은 사람이었다.
작고 가벼워서, 입김에도 몸이 흔들렸고
물 한 방울에도 몸 전체가 잠길 수 있었다.
그는 먹을 것을 찾아 야식을 먹고 잠든 한 여성의 입속으로 들어왔다
음식 부스러기를 주워 먹고, 이빨 사이의 잔재를 핥으며 하루를 버텼다.
그녀의 입은 거대한 동굴 같았고, 따뜻했다.
그는 배불리 먹었고, 이내 졸음이 찾아왔다.
혀 위는 완벽한 침대였다. 부드럽고 미세하게 움직이며 체온이 일정했다.
그는 그 위에서 잠들었고, 그날 이후로 그녀의 입속을 자신의 집으로 삼았다.
<2>
그녀의 입은 작았지만 그는 훨씬 더 작았다.
점차 그에게 입속은 삶의 중심이 되었다.
그녀가 잠들면 그는 깨어났다.
혀 밑에서 숨을 고르고, 치아 사이로 기어들어갔다.
처음엔 살아남기 위한 일이었다.
그는 매일 밤 균들과 작은 전쟁을 치렀다.
썩어가는 부스러기와 싸우고, 미세한 틈의 냄새를 닦아냈다.
이건 생존이었고, 동시에 생존 이상의 무엇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그것은 노동이 되었다.
그는 치아의 줄을 따라 반복적으로 닦았다.
혀끝의 백태를 문질렀고, 잇몸 사이의 찌꺼기를 제거했다.
그 일은 생존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는 보람을 느꼈다.
그는 그 일에 정성을 쏟았다.
닦는다는 행위는 집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그녀의 내부를 보살피는 것처럼 느껴졌다.
<3>
그녀는 어느 날부터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입안을 헹굴 때, 평소보다 깨끗한 감각이 느껴졌다.
혀끝으로 닿는 매끄러움, 칫솔로 닿을 수 없는 틈새가 정리된 듯한 이상한 감촉.
그녀는 거울 앞에서 입을 벌리고, 혀로 잇몸을 더듬었다.
분명 누군가가 닦은 것처럼 깨끗했다.
그 순간,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혀 아래 어딘가에서.
그녀는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몇 번 숨을 고르며 그 감각이 환상이길 바랐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에도,
그 깨끗함은 여전했다.
그리고 희미한 달콤한 향까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입속의 그 기척을 눈치챘지만,
확인하지 않았다.
그건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입안을 열어 그를 본다면,
무언가가 끝나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침묵을 선택했다.
입을 다문 채, 그 존재를 받아들였다.
상호공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4>
그러다 어느 날, 그는 치아를 닦다가 손끝으로 그녀의 혀를 스쳤다.
그녀는 미세하게 몸을 떨었다.
그는 물러나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떨림은 두려움 같았고, 동시에 기쁨 같았다.
그날 이후 그의 손끝의 움직임은 더 느려지고, 더 섬세해졌다.
그는 닦는 대신 어루만졌다.
그녀의 숨결이 조금 더 길어졌다.
그건 애무에 가까웠다.
그녀는 식사 후에 포도 한알을 껍질채 입안에 넣었다.
그건 허락이었다.
그 이후로 그 역시 공생 이상의 감정을 느꼈다.
<5>
그렇게 봄의 어느날이 되었다.
그녀가 분홍빛 꽃잎을 올려놓은 화전을 베어 물 때, 그는 그 향기를 맡았다.
그날 밤 그는 고백을 결심했다.
평소라면 깨끗하게 청소했을 꽃잎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앞니에 온전한 꽃잎 하나를 붙였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꽃잎을 발견하곤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몸만한 꽃잎다발을 든 채 두 손가락에 의해 꺼내어졌다.
그녀의 눈동자가 그를 비추었다.
그녀의 6세제곱센티미터의 눈 속에서
그는 자신의 심장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건 경외였고, 동시에 두려움이었다.
그녀는 놀라지도,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를 손끝에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얼굴을 기울였다.
그건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였다.
<6>
그는 달콤한 숨결과 함께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입천장이 흔들리고, 세상이 기울었다.
식도의 어둠이 그를 삼켰다.
모든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녀는 목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내 사라졌다.
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가 완전히 소화되는데는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녀는 잠시 멍하니 입술을 만졌다.
놀란 듯 숨을 고르더니, 조용히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쿠팡 - 칫솔 / 치약 / 가글.”
장바구니에 담긴 세 품목을 결제하고,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하루가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