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리 작가님의 <토지> 속 장면. 토지 2권.
평산과 칠성, 귀녀는 그들만의 계획에 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 일생을 건 도박입니다.
귀녀는 그녀의 몸 자체를 걸었고, 칠성은 “씨”를 제공하는 역할로 그 판에 참여합니다. 평산은 계획을 주도하는 듯 보여도, 그들을 이어주는 주선자일 뿐, 제 나름의 계산으로 칠성이를 방패로 세워둔 채, 여차하면 발뺌을 할 속셈입니다. 그럼에도 꿈은 누구보다도 커서, 그들이 벌인 도박판에서 떨어질 판돈을 쓸어 담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훈장과 문의원의 대화를 들어보면, 조선은 녹이 쓸어가고 있습니다.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을 살펴 사회적 병폐를 고쳐 볼 생각은 하지 않고, 사태를 해결한답시고 외세를 끌어들였고, 그로 인해 망국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나라가 망한다 해도 사실, 재산과 권력이 있는 대부분의 지배층들은 큰 풍파를 겪지 않습니다. 힘든 것은 민초들… 제 나라에서도 수탈의 대상이었던 그들은 나라의 주인이 바뀌면 더 큰 고초와 피해를 당할 것입니다. 나라가 이 모양이 되도록 끌고 간 책임은 지배층들에게 있건만, 나라 잃은 대가는 발언권조차 없었던 백성들이 치러야 합니다.
용이는 월선을 떠나보내고 쓸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강청댁이 월선에게 감행한 "한밤중의 습격"을 알게 된 이후, 육례로 맺어진 강청댁에 대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의리마저 차게 식어버렸고, 냉담해진 마음의 문제인지 실제로 육체에 이상이 생긴 건지… 본인도 판단할 수 없을 만큼, 남성으로서 기능까지 잃은 채 세상 쓸쓸한 용이가 되었습니다.
치수는 “사냥”을 하겠다는 미명하에 수동이와 강포수를 대동하여 지리산으로 오릅니다.
그들은 첫 번째 밤을 연곡사에서 보냅니다. 십여 년 만에 우관선사와 대면한 치수는 그가 여전히 건장하며 야망의 덩어리 같은 눈빛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두 사람은 마치 줄로 쇠를 쓸듯이 날 선 대화를 나눕니다. 치수의 입장에서 우관선사는 어머니의 비밀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 우관선사에게 치수는 조카인 환이와 윤씨부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둘은 끝내 침묵을 택합니다. 치수는 의심의 확증을 피하고 있고, 우관선사는 그들의 비밀이 굳건할 거라 착각하고 있습니다.
수동이는 사냥터에서 구천이가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함께 최참판댁의 하인 노릇을 했지만, 자신과는 여러모로 달라 보였던 옥골선풍의 구천이를 숭배하듯 사랑했던 그는, 구천이에게 소리 질러 경고하여 치수의 추적을 피하도록 일조하고 나서, 그 일의 후폭풍이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마음을 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