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 피우던 그 시절 나의 멘토들

전문가적 소양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감정평가사 시험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이듬해 여름 2007년도 7월. 한국부동산원에 실무 수습 신청과 동시에 입사를 했다.


합격의 기쁨은 잠시 이론 수습기간 동안 합격 동기

들과의 잡담은 취업 걱정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은행, 자산관리회사, 증권사, 신탁사 등 감정평가법인 외에도 취업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있지만, 감정평가 업무 경력 기간이 길수록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확대되어 신입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법인을 선호한다.


대중 감정평가경력 10년이면 보상, 경매, 소송 등 모든 유형의 감정평가를 할 수 있다.

또한 입찰 등 참여 시 경력 많은 평가사 수에 따라 높은 평점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어 여러모로 감정평가 경력은 중요하다.


문제는 은행, 신탁사, 증권회사 등 순수 감정평가업무를 하지 않는 기관에 취업을 하게 되면 감정평가경력을 전혀 인정받을 수 없다. 갓 합격한 감정평가사의 취업 시장이 생각보다 넓지 않다.


한국부동산도 감정평가업무를 직접 수행했을 때는 공기업이지만 감정평가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감정평가 유관 부서에서 근무하지 않으면 감정평가 경력을 전혀 인정받을 수 없다. 또한 감정평가 유관부서에 근무하더라도 근무 기간의 절반밖에 감정평가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에 근무하던 많은 젊은 감정평가사들이 퇴사한 이유이기도 하다.(감정평가사들은 입사도 거의 하지 않는다. 뭐 이제는 감정평가 회사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나도 작년에 퇴사하고 경력조회를 해보니 근무기간 중 평가 경력 8년 정도는 날려 먹었다.(이런, 다행히 감정평가 전체 경력은 10년 이상이다)


당시 한국부동산원의 사명은 한국감정원. 지금보다 묵직한 사명이었던 감정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유일한 공기업이기도 했다. 감정평가법인의 이사를 꿈꾸며 좀 더 자유로운 민간 법인에 취업을 하는 감정평가사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영업의 부담을 덜어 낼 수 있고 다양한 감정평가 실무 능력을 함양하고자 하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은 평가사들은 한국감정원을 선호했었다.


최종 합격지 중 결국 한국감정원을 선택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인천이 고향, 초등~중등~고등~대학을 거쳐 결국 첫 직장도 인천행. 한국감정원 인천지사에서 2007년 여름이 시작됐다.


신입도 아닌 수습딱지를 붙이고 입성한 첫 직장이었지만, 이제 갓 합격한 새내기 감정평가사는 이미 전문가가 된 양 어깨뽕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입사를 하면 이런저런 유념해야 할 것들이 있었을 텐데 당시에는 순진하게도 시험에 합격만 하면 모든 것은 알아서 될 줄 알았던 것이다.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르는 새내기 정 감사.

호랑이 때고참들의 먹잇감이 되는 일은 한순간이었다.


인사도 똑바로 할 줄 모른다로 혼나는 일부터 시작


“정대리, 인사를 왜 고개만 까딱해서 하나?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정성을 들여. “


“대충 입구에서 한 번에 퉁치지 말고 고참들 앉아 있으면 자리마다 돌면서 인사해야지!”


“출근할 때도 퇴근할 때도 출장 갈 때도 출장 가서 들어올 때도 인사 잘해야지! 직장생활의 기본은 인사야~“


도대체 하루에 인사를 몇 번을 하라는 건지? 진심인 건가? 감정평가 업무는 뒷전이고 인사에 대한 잔소리만 몇 달째 들었던 것 같다.


문제는 이 인간들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도 않고 본인들 일하기에만 정신없다는 사실. 신입 사원에게 하는 으름장 같은 그냥 한 소리인가 싶어 출장 다녀와서 인사하는 일을 슬쩍 생략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호랑이 고참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관심 없는 척하면서 항시 째려보고 있나 봄)


황당한 건 한국부동산원 인천지사에 대대로 내려오는 인사문화 전통이라는 것이 있었다.


신입은 입사 후 한 달 동안 출근하고 자리에 바로 앉지 말고, 가방을 멘 채로 입구에서 고참들이 다 출근할 때까지 서서 맞이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정성을 들여 고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하는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얄밉상 고참이 “정대리~부담스럽게 뭐 해? “라는 겉으로만 살가운 말에 냅다 자리에 앉았더니 당연히 또 혼났다.


인사에 대한 실랑이를 반복하는 동안 신입사원 정대리는 한국부동산원 인천지사 인사정법으로 도 닦는 기분까지 들었다.


정은경 감정평가사라는 어깨뽕은 입사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쭉 빠져버린다.


신입사원의 인사하는 모양에도 섬세하게 지적질을 하는 때고참들.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자 역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섬세한 갈굼은 업무 할 때도 마찬가지 었다.


“평가사 자격증만 있으면 평가사냐? 정대리 도대체 이게 뭐야?” 모든 업무 시작과 피드백에 꼭 따라붙는 이런 언사는 항상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


여자 화장실에서 훌쩍훌쩍 울다가

‘정말 참을 수 없다. 이런 일이 세 번만 더 있으면 퇴사하고 감정평가법인 다시 알아봐야지. 때려치울 거야!

마음을 다잡았지만,


때고참들은 나의 표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평가사 자격증만 있으면 평가사냐? 정대리 도대체 이게 뭐야?”

라는 말을 꼬박꼬박 붙여서 말했고, 나는 어느새

그 문장에 익숙해지고 친숙해져 아무리 험한 말을 해도 더 이상 수치심이 느껴지지 않는 이상한 지경에 이르러 이후로 20년이나 한국부동산원에 근무하게 된다. 하하하 삼세번만 더하면 퇴사하겠다니 골백번 들으면서 잘 다녔지요.


당시에는 사무실 내에서 담배도 피우던 시절, 담배 냄새에 취약했던 나는 사무실 내에서 하루 종일 쿨럭거리면서 일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타인의 재산을 평가하는 일. 알고 보면 예민함과 섬세함이 필요하다. 책임 소재와 민원 등 분란에 휩싸일 일도 많고 개별성이 큰 부동산을 다루는 일은 꼼꼼함이 요구된다.


그래서 때고참들 그토록 열심히 갈궜던게 아닐까요? 한대라도 덜 맞기 위한 생존을 위해 습득한 지식은 잘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그때 배웠던 감정평가업무는 인이 베겨있는지 시간이 오래 지나도 까먹지 않는다.(자랑이냐?이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나의 멘토들.

하드코어적인 스타일로 습득했던 감정평가 소양.

지나고 나니 추억이네요.


나의 멘토들이여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깊이 존경합니다!

(후일이 두려워서 하는 말이 아님)










멘토 (Mentor)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경력이 부족하거나 배우는 입장에 있는 사람(멘티)에게 조언이나 도움을 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