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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야 Dec 24. 2021

아이는 하교 후 선생님이 된다

원윈하는 집 공부


엄마, 열 살까지 실컷 놀았으니
앞으로 십 년은 열심히 공부할게요.  

잘 놀아야 공부도 잘한다는 생각으로 키운 아이들. 그동안 열심히 놀고 돌아다녔으니 이제 진득하게 공부 좀 해보자? 가당치도 않은 말씀.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음을 여실히 깨닫는 중이다. 머리 다 큰 아이들의 공부습관을 뒤늦게 잡아주려니 순순히 따라올 리가 있나. 아이 잡고 뒷목 잡고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영어 싫어하는 둘째의 Pick,

화이트보드!  

      

둘째는 영어라면 특히 질색팔색이었다. '직접 고른 책은 좀 좋아하려나?' 싶어 서점에 데려간 것도 여러 번. 그때마다 아이는 파닉스 책을 고른다. '왜 하필 파닉스냐, 차라리 그림책을 사라.'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이를 앙 다물고 만다. 사고 싶은 책 고르라고 서점까지 데려와서는 "이 책 안 돼, 저 책도 안 돼" 하는 것만큼 힘 빠지는 일이 있을까? 나는 파닉스 교육은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빨대 없이 음료수를 잘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빨대로 마시는 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듯. 그렇게 둘째는 파닉스만 세 시리즈를 뗐다.  


직접 고른 파닉스 책으로 공부하던 날. 아이는 화이트보드에 한참을 붙어있었다. "엄마, 이리 와 보세요."  나를 불러 앉혀놓고는 이건 뭐고 저건 뭐라며 설명해주던 둘째. 영어는 그리 싫어해도 아는 내용을 보드에 표현하고 신나게 설명하는 모습은 세상 즐거워 보였다.     


주야장천 파닉스. 애타게 기다려주는 건 엄마 몫.

그리고 몇 달 후 마인드맵을 그려온 아이.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해 가는 중이라 믿는다.




아이=선생님, 엄마=학생.

모두에게 윈윈!  

      

'설명할 수 없으면 이해한 것이 아니다.'

문득 집 근처 수학학원의 홍보문구가 생각난다. 영어 공부는 싫어도, 발표는 좋아하는 둘째. 역사도 수학도 외우지 말고 질문하고 이해하며 배웠으면 하는 엄마. 그렇게 한국사를 시작으로 다른 과목도 '발표' 형식으로 조금씩 정착 중이다.

집 공부 수학 발표 시간. 아이는 선생님, 엄마는 학생이 되어 학교에서 배운 수업 내용을 확인한다.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다 보면 기가 쭉~쭉 빨리는 느낌인데, 역할을 바꾸니 에너지 소모가 적다. 중간중간 리액션과 질문으로 하니 말이다. 아이 혼자 앉아 문제집을 풀 때면 한 장에 20분 가량 걸린다. 하지만 아이가 선생님이 되어 '아무것도 몰라요~'하는 엄마에게 설명할 때면 한 문제를 20분 이상 붙잡고 있어야 하는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발표 수업을 더 좋아한다.       


역사 발표 준비 중인 첫째




고군분투 중인

아이들의 집공부 

      

작년 가을, 다이소에서 구입한 폭 50cm 화이트보드. 그 후 쿠팡에서 구입한 초록칠판을 거쳐 당근마켓에서 구입한 160cm 자석보드가 이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보통 아이들 네댓 살 때 그림 그리고 자석 놀이하기 위해 구입하는 자석보드. 그때도 안 사준 대형 자석보드를 아이들 다 커서 들여놓았는데 다행히 잘 활용하고 있다. 싱크대 위에 붙여두고 엄마만 보던 주간 학습 안내와 체크리스트를 아이들 자주 다니는 벽에 붙여두니 일정 관리가 수월해졌다. 심심하면 그림도 그리고, 발표할 때 활용하기도 좋다.



이 방법 저 방법 해보며 함께 고군분투 중인 아이들의 집 공부. 아이들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러면서 겪는 시행착오 때문에 아이들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아닌가 불안할 때도 있다. (엄마도 너희가 처음이라 ㅜ_ㅠ)

하지만 현재 아이들도 나도 만족하는, 최선이자 최고의 공부법은 '발표'이다. 아이들 그리고 엄마 모두 윈윈하는 우리 집 공부법. 이렇게 느리게 가도 되는 건지, 과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긴 하는 건지, 앞으로 또 어떤 변화를 주게 될지. 사실 나도 모른다. 내년에 중학교 입학하는 첫째 때문에 고민이 많은 요즘이지만 발표를 통한 다지기 학습은 계속 유지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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