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이 사는 나라

아들 둘 엄마입니다만, # 6

by 오이야


엄마가 소리쳤어.
“이 괴물 딱지 같은 녀석!”
맥스도 소리쳤지.
“그럼,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
- <괴물들이 사는 나라> 중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여타 동화책과 사뭇 다르다. 주인공 맥스는 정의의 사도도, 멋진 왕자도 아니다. 제 멋대로에 때때로 공격적이기까지 한 모습은 차라리 악당에 가깝다. 무시무시한 괴물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조용히 해!” 호통을 치는 맥스. 곧 괴물 나라의 왕이 되어 괴물들과 함께 괴물 소동을 벌인다. 그리고 여기 또, 괴물들이 사는 집이 있다.




화나면 문 ‘쾅!!!!’ 닫기는 기본, 엄마 뒤에 숨어 표정으로 약 올리기는 옵션. 오물오물 쫑알쫑알 귀여워 죽겠던 그 입술에선 이제 ‘아, 씨이’ 거친 말들이 튀어나온다. 억울하고 분해 울부짖는 변성기 아들의 목소리, 그 갈라지는 쇳소리란 손톱으로 칠판 긁기 저리 가라 이다. 그뿐인가. 이젠 종종 주먹다짐까지 오가는 아들들 말리느라 엄마는 ‘언제 부딪혔지?’ 싶은 멍이 들곤 한다. 그렇게 육탄전을 벌이고는 5분이 채 안돼 서로의 주변을 기웃거리며 낄낄대는 녀석들.


‘이것들이 나를 가지고 노나?’,

‘나 열 받게 하려고 일부러들 저러는 거 아니야?’,

‘아들의 사전에 진정 뒤끝이란 단어는 없는 것인가?’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은 늘 엄마이다. 한 손은 이마에, 한 손은 소파 밖으로. 그렇게 한동안 널브러져 있어야만 한다. 부엌 서랍을 뒤져 초콜릿이던 맥심 커피던 얼른 입에 털어 넣어야만 한다. 그리해야 버틸 수 있다. 늘어만 가는 몸무게는 호르몬 변화 때문인가, 과한 당 섭취 때문인가. 사춘기의 아들과 갱년기 엄마는 오늘도 한바탕 괴물 소동 중이다.




그날 밤에 맥스는 제 방으로 돌아왔어.
저녁밥이 맥스를 기다리고 있었지.
저녁밥은 아직 따뜻했어.
- <괴물들이 사는 나라> 중



촤르르. 모래가 빠져나간 손바닥 위로 어여쁜 새가 날갯짓을 하고 있다. 아기새들은 이미 저 멀리 까마득히 보이질 않는다. 제일 늦게까지 둥지를 지키고 있던 어미 새도 곧 저만의 세상을 찾아 떠날 것이다. 오늘 누구와 밥을 먹었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어미새와 아기새들은 알려 주지도, 알려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가끔씩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도일 것이다. 끝까지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면 모두 모래더미에 갇혀 질식하고 말았을 것이다. 여기저기 부딪히고 긁히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품 안에만 두었다면 아기새들은 날지 못했을 것이다. 아기새들이 끊임없이 날개 짓을 하지 않았다면 엄마새 역시 나는 법을 잊었을 것이다.




“스무 살 되면 모두 독립해서 나가야 한다!”

아이들에게 종종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나 스스로 다짐하는 말이기도 하다. 스무 살 성인이 될 때까지 첫째에겐 6년, 둘째에겐 8년의 시간이 남았다. 그때가 되면 나는 만세를 외치리라, 아이들과 나의 바로 섬을 축하하며. 아이들에게 한껏 귀 기울이고 아낌없이 안아주었으니 불안할 이유도, 후회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그저 서로의 행복과 안녕을 바랄 것이다. 엄마가 그리워 찾아올 때 언제든 따뜻한 밥을 지어 주리라. 엄마의 품이 필요해 돌아올 때 기꺼이 그들을 안아 주리라. 우리는 건강하고 아름다웠으며 앞으로도 그리할 것이다.


아들아,

방황하더라도 조금만 아프고 덜 상처 받길.
아프고 상처 받더라도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길.

너를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음을 늘 기억해 주길.



*이미지: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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