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달』

PART 2. X-90-0

by GIMIN

한대수의 소개로 김현보와 아일랜드 사람인 린다 컬린(Lynda Cullen)이 만났다. 이후 박진우, 박혜리, 최진경, 백선열, 조윤정이 이 두 사람과 함께 팀을 꾸렸다. 발치뉴 아나스따시우(Valtinho Anastacio), 빅터 존스(Victor Jones), 허진호, 김영민, 이승현을 비롯한 세션(과 수많은 스트링 세션)이 이들의 음악을 서포트했다. 박혜리, 김현보, 최진경, 박진우가 쓴 연주곡과, 린다 컬린이 쓴 노래, 박혜리의 곡에 린다 컬린이 가사를 쓴 「Falling stars」가 이 앨범에 빠짐없이 들어갔다. 그 결과 무려 17곡이 이 한 장의 CD 안에 풍성하게 담겼다.


(마치 이 앨범의 ‘순환’을 암시하는 듯,) 발치뉴 아나시따시우(Valtinho Anastacio)의 퍼커션 연주와 스캣으로 문을 연 「여행의 시작」은 앞으로 나올 「꽃개구리 喪輿歌(상여가)」의 후주를 맨 먼저 인용했다.대담한 스케일을 지닌 이 곡을 과감한 어프로치로 연주하는 (아이리시 휘슬을 맛깔나게 연주하며 곡의 흥겨움을 돋운 박혜리의 연주를 포함한) 멤버들의 연주는 매우 감동적이다. 이들은 그저 각자의 역할에 충실히 임했다. 수많은 템포와 멜로디를 오가는 박진우 작곡의 「바람구두」에서도, 멜로디온 연주와 바이올린 연주가 매력적인 최진경 작곡의 「The Boy From Wonderland」에서도 이들의 연주는 조화롭고 풍성하다. 「고양이 효과」의 후반부 연주와, 「얼음연못」의 시리도록 맑은 서정적인 연주는 이들이 무척이나 감각적인 ‘뮤지션’이라는 점 또한 충분히 어필한다.


린다 컬린(Lynda Cullen)이 직접 만든 두 '노래'는 이 앨범의 연주곡과 매우 잘 어울린다. 「Anti-Rain Dance」는 퍼커션 연주와 리듬 기타 연주가 만드는 흥겨움 속에 들리는 그이의 (춤추는 고독을 표현한 듯한) 허스키한 보이스가 일품이다. 「Communication」은 (취기와 더불어) 소통의 불가능을 통해 소통을 노래한 그윽한 포크 곡이다. 김현보가 작곡하고 그이가 직접 게일어 가사를 붙인 아이리쉬 포크 곡 「Ag Damhsa leis an Ghaoth」 또한 그이의 보컬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이의 보컬은 이 ‘연주곡 앨범’에 사람의 숨결을 보탰다.


박혜리가 작곡한 「케쉐트[קשת : 히브리어로 ‘무지개’를 뜻한다.]」를 다 들으면, 이 앨범의 주제적 ‘핵심’인 ‘꽃개구리 3부작’이 등장한다. (긴 제목의 첫 두 곡도 좋지만) 이 '3부작'의 마지막에 자리한 「꽃개구리 喪輿歌(상여가)」는 이 앨범의 생태주의적인 성격을 순환적인 구조와 집중력 높은 연주로 표현한 이 앨범의 수작(秀作)이다.


박혜리가 만든 「서쪽 하늘에」를 비롯하여 이 앨범의 많은 곡이 드라마나 광고의 삽입곡으로 쓰였다. 지금도 많은 영상 제작자들이나 광고 제작자들이 이들의 곡을 사용하며 이들이 만든 ‘아름다운 협업’을 대중에게 줄기차게 전달했다. 순혈주의나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산뜻하고도 당당하게 (생태주의를 품은) 세계시민주의로 나아간 이 ‘다른 세계’는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대중적인 성공’까지 충분히 거머쥐었다. 이 ‘다른 세계’의 충만한 자신감 덕분에, 우리는 당당히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이 앨범은 ‘국제화’가 예술적 굴종이나 상업적 추종이 아닌, 새로운 음악을 탐구하는 음악적 탐색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처음 일깨웠다. 이들의 음악을 논하지 않고, 한국 대중음악의 (특히나 K-POP의) ‘국제적 통용’을 논할 수 없다. 이들이 K-POP이 세계를 흔들기 이전부터 이미 그 ‘세계’를 가로질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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