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랭피오의 별』

PART 2. X-85-0

by GIMIN

이 앨범은 (밴드 리더인 이기용의 솔로 앨범인) 스왈로우의 1집 『Sun Insane』과 같은 해에 나왔다. (두 앨범은 거의 반년 간격으로 연달아 나왔다.) 놀랍게도 두 앨범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좋다. 『Sun Insane』엔 지독하고 내밀한 모놀로그가, 이 앨범엔 (보다 밴드 사운드에 걸맞은) ‘방백’이 들어있었다.


팀이 데뷔하기 이전에 지은 창작곡도 들어간 이 앨범은 흥미롭게도 (「자폐」와 「I Know」의 스트레이트한 편곡이 이들의 전작과 이어지기는 하지만,) 전작보다 훨씬 더 가지런한 앨범이었다. 이 앨범은 앨범 특유의 일관성을 고른 사운드로 비교적 수월히 획득했다.


이 앨범엔 곪는 자상(刺傷)과 썩은 분노가 한데 뭉쳤다. 이들의 전작인 『나를 닮은 사내』(2001)의 곡이 외상으로 인한 절규를 사방으로 내뿜었다면, 이 앨범의 곡은 내상을 깊이 헤짚으며 한탄했다. 「민요」에 나오는 ‘민원인’의 ‘적의’ 또한 (조곤조곤 따지는 듯한) 포크 록 사운드에 가지런히 실렸다. ‘쇼만 남아있’(「Time」)는 세상을 뛰쳐나갔음에도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체념’과 자신을 자해하면서까지 떠난 사람을 그리는 ‘안타까움’이 이 울분을 노랗게 물들였다. 표출되지 못하고 속에서 썩는 ‘분노’와, 끊임없는 절망에 대한 ‘피곤’이 이 앨범 전체에 드러난다. (「Time」의 ‘귀환’과 「연」의 ‘연가’는 바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채로운 ‘서정’을 드러냈다.) 「올랭피오의 별」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바이올린 연주와 피아노 연주가 엇갈리는 초반부에서, 노란 울분을 지닌 이기용의 목소리가 메마른 사막에 핏방울을 뚝뚝 흘렸다.


이 앨범의 ‘노란’ 울분 밑엔 ‘검은’ 고독이 도사리고 있다. 이 앨범에서 가장 ‘흥겨운’ 「춤추는 고양이」는 고독으로 인한 단절을 계속 강조한다. 서정적인 연주와 그런지 록 특유의 무거운 톤을 번갈아 구사하는 「불안한 영혼」의 자기부정이나, 완전한 그런지 트랙인 「K」의 그리움에도 이 고독은 짙게 배어있다. 영원히 해갈(解渴)할 수 없는 고독(과 그리움)이, 이 앨범의 심연에 자리하며 청자를 지그시 바라본다.


이소영의 보컬은 분노와 서정 사이를 오가며 이 앨범의 심지를 더욱 굳혔다. 김윤태는 전작의 드러밍보다 훨씬 비트감을 살린 드러밍으로 앨범 전체 사운드의 텐션을 잡았다. 이기용은 다양한 테크닉을 조화롭게 구사하는 훌륭한 기타 연주로 이 앨범의 노란 ‘울분’을 더욱 깊이 표현했다.


그리움이 사랑의 다른 양태라면, 이들의 이 앨범 또한 연가(戀歌)로 가득한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이 앨범의 도저에 있는 지독한 절망은 이 ‘사랑’마저도 검게 물들인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우리는 이 절망에 공감하지 못한다. 이들(과 이 앨범의) 잘못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이 ‘절망’을 듣고 추억에 젖을 정도로 세상이 더더욱 각박해졌기 때문이다. 절망 밑에 더 어두운 절망이 있다는 걸 이때의 우리는 잘 몰랐다. 이 앨범이 나왔을 때는 고통 속에서도 삶의 불꽃이 아직은 활활 타올랐건만. 지금은 그 불꽃마저도 사라졌다. (그 사이 영영 떠나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포함한 우리가 함께 이룩한 현세의 유사(流砂) 속에서, 이 앨범은 여전히 ‘올랭피오의 별’을 심유(深幽)한 눈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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