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53-100-0
1981년에 나온 이 앨범의 초반과 1988년에 나온 이 앨범의 재반은 구성이 좀 다르다. 먼저 초반엔 「나비(Extended Version)」가 없다. (초반엔 그저 5분 길이로 축약한 ‘거친’ 형태의 「나비」만 있었다.) 「바람」은 초반의 A면 3번 트랙에서, 재반의 맨 마지막 트랙이 되었다. 초반 A면의 2번 곡인 「모래위에 핀 꽃처럼」은, 재반의 그 자리에 「나비」가 오면서, 3번 곡이 되었다. (제목도 「모래위에 핀 꽃」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아주 오랜 기억과의 조우’는 이 앨범의 재반에만 붙은 타이틀이었다. 이 앨범의 초반 제목은 그저 ‘N.E.W.S.’였다.
이 앨범의 내용물을 살펴보기에 앞서서, 이 ‘차이’를 제대로 톺아봐야 한다. 이 앨범을 만든 동서남북 멤버들이 재반의 변경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흔적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변경’은 당시에 횡행했던 ‘횡포’로 인해 일어난 게 아니었다.) 게다가 「나비」는 「나비(Extended Version)」를 단순히 축약만 한 곡이 아니었다. 전자의 곡이 멤버들이 모든 보컬 멜로디를 ‘함께’ 불렀지만, 후자의 곡은 김준응이 ‘혼자서’ 부른 보컬 멜로디가 뚜렷하게 들린다. 나머지 멤버들은 그저 ‘화음’ 파트에만 자신들의 목소리를 보탰다.
정말이지 몇 없었던 8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 ‘마니아’는 이 앨범 초반의 「나비」에 열광했다. 그러나 이 앨범의 음악적 의의는 결국 「나비(Extended Version)」에 있다. 이 앨범의 놀라운 ‘부활’은 초반이 주도했고, 이 앨범의 ‘존립 근거’는 재반이 확립했다. 때문에 이 앨범은 어느 한 ‘버전’만을 선택해서 말할 수 없다. 그나마 이 앨범의 초반과 재반의 차이를 먼저 이야기한 다음, 이들이 녹음한 곡 ‘전체’가 담긴 재반을 살피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리라.
3시간 30분 만에 (보컬과 연주를 비롯한) 거의 모든 소리를 녹음한 극악한 레코딩 과정을 통해 만들었는데도, 이 앨범의 수록곡은 (의외로 다양한 성격의 장르와) 에너지로 가득하다. (김광민이 맡은) 키보드 연주와 (이동훈이 맡은) 오르간 연주는 기실 이 앨범의 사운드를 맥동(脈動)하게 하는 두 코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두 건반악기 연주의 충만한 에너지 덕분에, 이 앨범은 캠퍼스 록 사운드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다채로운 앨범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나가 되어요」는 멤버들의 보컬 하모니와 키보드 연주가 조화로운 수작이다.) 태열의 탄력 넘치는 베이스 기타 연주와 김득권의 세밀한 드럼 연주는 이채롭다. 김준응은 자신의 내공을 유연한 보컬로 증명했다. 이태열이 쓴 곡인 「빗줄기」는 화성과 아트록, 소프트 록에 대한 이들의 ‘절실함’이 은은하지만 확실하게 들린다. 연주곡인 「밤비」는 이들이 퓨전 재즈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금의 청자에게도 똑똑히 전한다. 70년대 하드록 편곡과 헤비메탈 기타 리프 연주가 묘하게 얽힌 「모래 위의 핀 꽃」이나, (60년대 사이키델릭 록의 향취를 머금은) 오르간 연주가 인상적인 「그대」는 이 앨범이 프로그레시브 록으로만 채워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람」의 후주를 채운 (이 앨범에서 6곡을 만든) 박호준의 (블루스를 의식한) 기타 솔로 연주 또한 블루스 록 특유의 어조를 비교적 잘 구현했다.
이 앨범의 열악한 사운드는 어수룩한 풋풋함과 묘한 능숙함을 한데 어우러진 이 앨범의 활달한 에너지를 결코 죽이지 못했다. 에너지 넘치는 아름다움 하나로 우뚝 선 이 앨범은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가 (일부분이나마) 지녔던 끝 모를 묘한 생명력을 지금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