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 AND UP』

PART 3. 34-96-0

by GIMIN

이 앨범이 시나위의 최고작이라는 주장을 자주 접했다. 이 앨범이 시나위의 야심작이라는 주장도 자주 접했다. 두 주장을 부정하는 주장 또한 물론 자주 접했다. 어느 쪽이 내 의견에 가까운지 한참 고민했다. 자연스레 앨범의 첫 곡을 다시 들었다. 강기영의 두터운 베이스 연주와 김민기의 드러밍, 신대철의 기타 속주와 김종서의 보컬이 한데 어우러진 「새가 되어가리」를 들으며 마침내 깨달았다. 이 앨범은 시나위의 새로운 데뷔 앨범이었다.


1986년에 나온 시나위 1집의 ‘험난한’ 제작 과정은 (보컬이 다른) 여러 버전의 1집 앨범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들은 아마도 자신들이 원하는 앨범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거듭해야 한다는 점을 비교적 절실히 깨달았으리라. 이 앨범은 바로 이들의 염원을 적극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오랜 준비기간, 충분한 곡 구상의 시간, 수많은 연습, (이들이 만족할 때까지 녹음할 수 있었던) 정교한 레코딩이 이 앨범을 더욱 빛나게 했다.


신대철은 이 앨범에서 본격적으로 속주 지향의 기타 연주를 전면에 내세웠다. 리프를 빠르게 연주하는 그의 기타 연주는 안정적이면서도 날카로우며 또한 믿음직스럽다. 이 앨범에 등장하는 그의 모든 기타 연주는 그가 1980년대 한국 헤비메탈 계에서 가장 첫째가는 테크니션 기타리스트라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게 한다.


김종서의 보컬은 당대의 록 보컬이 지니지 못한 날카로움으로 이 앨범의 모든 곡을 충만하게 채웠다. (곡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멤버들의 잡담 또한 그렇지만,) 「마음의 춤」의 인트로에서 들리는 김종서의 보컬 애드리브는 여유롭고 호방하다. 「해 저문 길에서」의 실험적인 면모나, 「들리는 노래」의 서정적인 톤은 훗날 나오는 신대철의 ‘걸작’을 예비한 ‘예고편’의 위치에 머물렀지만, 김종서는 (김민기와 강기영이 맡은 리듬 파트 연주처럼) 섬세한 실력으로 이 두 곡의 향취를 최대한 돋웠다.


강기영의 베이스 연주는 그 당시 한국 헤비메탈 밴드가 흔히 간과했던 중저음부 사운드로 충만했다. 그의 탄탄한 베이스 연주는 김민기의 (정확한 타점을 치는) 깔끔한 드럼 연주와 더불어 이 앨범 전체의 리듬과 텐션을 모두 책임졌다. (특히나 김민기는 이 앨범에서 글램 메탈 본연의 속도감 있는 드러밍을 무람없이 구사했다.) 이들의 합은 「빈 하늘」과 같은 느리고 난삽한 리듬도, 「진실한 모습」에서 등장하는 블래스트 주법 위주의 묵직한 리듬도 제대로 소화했다. 김종서의 날카로운 보컬과 신대철의 기타 속주가 자칫 앙상하게 들릴 수 있었던 리스크를 이들은 (중저음부를 살린) 밀도 높은 연주로 보완했다. (연주곡 「연착」은 바로 이러한 무시무시한 연주력이 곡의 구성력을 한껏 빛낸 작품이었다.)


장르에 대한 강박이 앨범 구조의 경직을 초래한 1집과 달리, 이 앨범은 복잡한 구조의 구성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헤비메탈 사운드가 지녔던 팻(Fat)한 사운드를 쾌히 획득했다. 네 명의 재능 있는 멤버가 (충분한 사전 작업이 필요한 장르의 음악을) 마음껏 구상해 만들었던 이 앨범은 이들이 일군 투쟁이 결코 헛짓이 아니었음을 똑똑히 증명했다. 1980년대 한국 헤비메탈은 이 앨범으로 인해 비로소 해당 장르의 존립 근거를 겨우 마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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