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춘기』

PART 3. 32-93-0

by GIMIN

강산에는 이 앨범을 발표하며 비로소 도시로 나왔다. 그의 전작인 『Vol. 0』(1992)은 고향이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 앨범이었다면, 이 앨범은 도회적인 소재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예럴랄라’(라는 자신만의 조어[造語])를 마음껏 불렀던 야생의 강산에는 이제 도시의 「아웃사이더」를 자청하며, 「블랙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스케일이 큰 풍경에 사유를 한껏 담은 「선」에 뒤이은) 「더 이상 더는」는 전쟁에 대한 강산에의 ‘의견’을 내레이션과 노래로 한껏 풀어냈다. 「문제」는 한상원의 (재즈와 블루스를 넘나드는) 기타 연주에 어울리는 강산에의 다이내믹하고 풍자적인 보컬이 꽤나 잘 어우러졌다. 전작에서 가사가 삭제된 채로 실렸던 「돈」을 완벽하게 리노베이션한 이 곡은 좀 더 각 잡힌 록 앨범을 표방한 이 앨범에서 더욱 강한 매력을 드러냈다.


베이시스트 이태윤은 이 앨범에서 세 곡의 베이스 연주와 「여느 때와 같이」의 편곡을 담당했다. 「아웃사이더」에서 구사한 그의 탭핑 베이스 연주는 그의 뛰어난 실력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증거로 활약한다. 전작의 편곡자(와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담당했던 박청귀는 이 앨범에서 공동 디렉터로 참여하여, 「노란 바나나」, 「선」의 편곡과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담당했다. (롤링스톤스의 여러 음악과 스타일을 오마주한) 「노란 바나나」는 능글맞은 그의 리듬 기타 연주가 일품이고, 「선」은 스케일 큰 곡을 능숙하게 다룬 그의 편곡 솜씨가 일품이다.(「아웃사이더」와 「더 이상 더는」의 편곡을 담당한 최태완 또한 훌륭하게 두 곡을 편곡했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주(主)인 「널 보고 있으면」나, 쟁글 팝인 「우리는」의 천진난만한 어프로치 또한 심각한 표정을 한 이 앨범의 다른 곡들과도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최태완의 신디사이저 연주가 일품인 「선」과 「더 이상 더는」의 단호함과 올곧음은 이로 인해 훨씬 감각적인 결과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앨범은 한상원이 편곡한 재즈곡인 「우리들의 사랑」으로 차분하게 마무리를 지었지만, 대중은 이 앨범에서 「넌 할 수 있어」의 오롯한 모놀로그를 선택했다. 건반악기 사운드와 강산에의 목소리로만 이뤄진 이 곡에서 강산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 활용하여 자칫 교조적으로 들릴 수 있는 메시지에 독특한 향취를 불어넣었다. 이 앨범에서도 강산에는 여전히 강산에처럼 노래 불렀다.


복잡한 프로듀싱 과정을 거쳤는데도, 이 앨범이 전체적으로 고르고 깔끔한 사운드를 지닌 앨범으로 거듭난 데에는, 앨범의 레코딩 엔지니어링을 담당한 최권순 엔지니어의 공이 컸다. 『Project Rock In Korea 1』(1989), 신성우의 초기작과 이승환의 초기작 같은 앨범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이 앨범에서도 그의 훌륭한 엔지니어링 솜씨를 적극 발휘했다.


강산에는 마침내 이 앨범에서 ‘거대한’ 록커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가 제목에서 미리 언급했다시피, 이 앨범은 그의 음악적 ‘사춘기’가 만든 앨범이었다. 이 앨범을 만들며 그가 전작을 돌아보지 않았듯, 후일 3집인 『삐따기』(1996)을 만든 그는 이 앨범을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다. 강산에는 늘 거기에 없었다. 맨발로 걷더라도 볕뉘 드리운 샛길을 찾다가, 이내 꽃밭으로 이탈하는 그의 행보는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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