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UXISM』

PART 3. 54-84-0

by GIMIN

이현도가 만든 비트는 스네어 소리부터 다르다. 그는 드럼머신과 코르그(KORG) 01/W 신디사이저(와 직접 한 비트박스)로만 듀스의 데뷔 앨범인 『DEUX』(1993)의 모든 사운드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독특한 질감의 비트가 없었다면, 이 앨범은 소박한 소품으로만 남았으리라.


『DEUXISM』은 전작에서도 특출 났던 이현도의 비트 메이킹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했다. 이 앨범은 또한 그의 훌륭한 비트에서 그의 훌륭한 그루브가 시작한다는 점도 증명했다. 이현도는 이 앨범에서도 여전히 직접 프로듀싱에 관여했다. 그는 자신이 몸으로 느꼈던 댄서의 감각을 음악적 직관으로 세심히 치환하여, 이 앨범의 사운드를 보다 오롯하게 세웠다. 리얼 악기 사운드와 미디로 만든 사운드의 조화를 고려하면서, 동시에 인상적인 킥이 담긴 비트를 음악을 아로새기는 일은 그 당시의 레코딩 환경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작에서는 그저 곡 짓는 일에만 몰두했던 이현도는 이 앨범을 만드는 내내, 90년대의 녹음 스튜디오와 방송국을 자주 오갔다. 이 앨범의 오롯한 사운드는 바로 이런 ‘강행군’ 속에서 태어났다.


이 앨범에서 가장 뛰어난 곡인 「우리는」의 간주를 강타하는 (스네어 소리가 강한) 비트는, 신디사이저 연주의 다이내믹한 사운드와, 날렵한 스크래치 사운드와 한데 얽히며 한층 강력하게 거듭났다. H2O의 리얼 악기 연주가 주도한 「Go! Go! Go! - Deux with H2O」는 김민기의 깔끔한 드러밍에 일정한 라임을 넣으며 (라임에 해당하는 부분에 더블링 또한 넣으며) 정박 특유의 단조로운 질감을 보다 리드미컬하게 풀어냈다. 비트 위주의 편곡과 약간의 샘플링이 반주의 전부인 「약한 남자」는 이들이 적절히 구사한 보컬(과 코러스)만으로도 흥이 난다. 비트의 선명한 킥과 속도 속에서 (사운드의 선명함을 잃지 않은) 신디사이저 연주가 빛나는 「무제(無題)」, 이정식이 연주한 크리스피한 톤의 색소폰 사운드에도 주눅이 들지 않고, (R&B의 유려함까지 획득하며) 그루브를 구현한 「빗속에서」 같은 곡은 (8개월 전에 나온) 이들의 데뷔 앨범이 지녔던 ‘아쉬움’을 단번에 털어버릴 만큼 강력했다.


이 앨범에서는 김성재 또한 음악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이현도의 ‘플로우 중심의 한 랩’과 차별점을 지닌 개성적인 톤의 랩을 구사하며, 앨범 수록곡의 질감을 더욱 입체적으로 강조했다. 「개성」이나, 「우리는」에서 그가 구사한 랩은 얼핏 플랫하게 들릴 수 있었을 해당 곡에 입체적이고도 역동적인 뉘앙스를 부여했다.


익스페리멘탈 힙합이 힙합의 새로운 판을 짠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시대의 한국 힙합 뮤지션과 ‘그루브’의 개념이 미처 정착하지 못한 시대에 처음부터 모든 걸 직접 일궈야만 했던 이들은 힙합을 랩에만 한정 지어 평가하는 (지금은 그나마 곡해가 풀렸지만) 뿌리 깊은 ‘곡해’를 지금도(또는 아직도!) 계속 함께 허물고 있다.


댄스 뮤직까지 범위를 넓혀서 생각한다면 이들의 사운드는 더더욱 평가절하할 수 없다. 브레이크를 비롯한 힙합 댄스를 체화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필링을 이 앨범은 진하게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힙합 뮤직이 지닌 그루브를 체화하여 풀어낸 듀스의 음악과 춤은 기존의 한국 댄스 뮤직이 (힙합 베이스의) 댄스와 충돌하며 발생한 ‘괴리감’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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