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72-82-0
『Masterpiece』(2001)는 한대수의 1집과 3집의 합본 CD다. 이 앨범의 ‘무한대’ 파트는 곡 순서가 초판 LP의 곡 순서와 매우 달랐다. 초판 LP는 A면에 한국어 곡이, B면엔 영어 곡이 각각 모여 있었다. 『Masterpiece』의 ‘무한대’ 파트는 이 모든 게 한데 섞였다. 게다가 1996년에 녹음한 4곡의 데모가 이 파트의 보너스 트랙으로 들어있다. 이후에 나온 (그의 앨범 CD 전집인) 『The Box』(2005)에서, 이 앨범을 담은 CD는 다시 초판 LP의 곡 순서를 따랐다.
「One day」와 「나 혼자」는 하나의 곡에 각각 (대동소이한 내용의) 영어 가사와 한국어 가사가 붙은 두 곡이었다. 「One day」에선 손무현(기타), 김영진(베이스), 김민기(드럼), 송태호(신디사이저)이 세션으로, 「나 혼자」에선 송홍섭(베이스), 배수연(드럼), 김효국과 황수권(건반악기) 등이 세션으로 참여했다.(류복성이 「고무신」에 다시 한 번 퍼커션 세션으로 참여했고, 김종서는 「마지막 꿈」에서 코러스로 참여했다.) 「과부타령(Widow's theme)」과, (어린이들이 코러스한) 연주곡 「무한대」를 제외한 모든 곡은 김연, 김정윤, 최선경이 코러스로 담당했다. 「나 혼자」를 연주한 세션이 연주를 맡은 세 곡(「나 혼자」, 「‘Till that day」, 「무한대」)은 베이스를 연주한 송홍섭이 직접 편곡했다. 나머지 곡은 한대수가 모두 직접 편곡했다.
「나 혼자」는 기실 한대수의 자서(自序)였다. 상실의 ‘아픔’과 상실에도 그치지 않는 ‘사랑’을 슬픔(과 너털웃음을 곁들이며) 노래한 그의 노래는 굴곡 많은 그의 인생을 고스란히 은유하는 듯했다. 이 앨범에 정식으로 실린 (약간 개사한) 「하루 아침」 또한 이 점을 강조했다. 「나 혼자」가 송홍섭 주도의 편곡으로 그의 인생에 드리운 비애를 ‘오롯하게’ 조망했다면, 「하루 아침」은 시대에 맞게 개사한 곡에 한대수 자신이 직접 편곡한 포크 록의 질감을 새롭게 입혔다.
앨범의 전반부는 「또 가야지」의 서정적 ‘방랑’과 「마지막 꿈」의 내면에 억눌린 신경질적 ‘폭력’ 사이에서 번민하다 끝내 「고무신」의 ‘해탈’에 이르렀다.(이 앨범의 「고무신」 역시 예전 버전에 비해 훨씬 세밀해졌다.) 지금 당장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록 밴드 연주가 「나 혼자」 뒤로 이어지는 4곡에 풍부하게 담겼다. 여기까지만 해도 한대수의 변신(혹은 회귀)은 성공이라 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거기서 더 나아갔다. (「나 혼자」의 연주 또한 뛰어난 연주긴 하지만,) 한대수의 비탄이 지닌 감정을 섬세하게 푼 「One day」, 1960년대 영미 하드 록 풍의 「If You Want Me To」, 김효국과 손태권의 키보드 연주가 빛나는 「’Till that day」, 손무현의 기타 연주가 빛나는 곡이자, 이 앨범의 가장 훌륭한 곡인 (김민기의 드럼이 빛나는) 「과부타령(Widow's theme)」, 프로그레시브 록의 성향이 존재하는 연주곡 「무한대」. 이 모든 곡을 차례로 들을 때마다 되레 아연(啞然)하다. 한대수의 곡은 이 앨범에 참여한 훌륭한 세션과 조우하여 수준 높은 퀄리티의 사운드를 입었다. 그의 곡은 이 앨범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이 앨범은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당국의 ‘검열’이 이 앨범을 옥죄었다. 다시 미국으로 도망간 그는 90년대 중반까지 음악활동을 재개하지 못했다. 이 앨범은 그렇게 묻혔다. 우리의 80년대를 “시대는 어두워도, 예술은 아름답게 꽃 피웠던” 시대였노라고 ‘찬양’하는 사람들은 이 앨범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 먼저 대답해야 하리라. 이토록 훌륭한 앨범을 왜 그 시대는 외면했는지. 왜 이 앨범은 여전히 뿌리내리기 위해 이 땅을 떠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