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

PART 3. 28-79-0

by GIMIN

이 앨범은 강산에의 음악에 초점을 맞출 때 앨범의 일관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박청귀가 모든 곡의 편곡과 기타 연주, 두 곡의 작곡(「사랑하는 것들」, 「검은비(Black rain)」)을 담당했으며, 강기영이 베이스 연주를, 김민기가 드럼 연주를, 황수권이 건반악기 연주를 담당했다. 앨범 대부분의 곡을 만들고 부른 강산에 또한 자신의 하모니카 연주를 이 앨범에 보탰다.


이 앨범의 브라스 파트를 맡은 세션들은 그야말로 당대의 ‘브라스 드림팀’이었다. 전원일기 오프닝의 색소폰 연주(!)로 유명한 김원용이 테너 색소폰 연주를, 김형서가 알토 색소폰 연주를, 각종 가요 앨범의 트럼펫 세션으로 참여한 김국헌이 트럼펫 연주를, 한국 재즈의 ‘거인’ 정성조와 자주 합을 맞췄던 윤광섭이 트롬본 연주를 맡았다. 이토록 많은 베테랑 세션의 손길이 이 신인 가수의 앨범에 모두 닿았다는 걸 생각할 때마다 사뭇 새삼스럽다.


박청귀는 강산에의 곡을 (로큰롤에 바탕삼은) 제법 다양한 장르로 수놓았다. 그는 (정서용의 코러스가 인상적인) 「할아버지와 수박」에 (간주로 들어간 브라스 사운드가 꽤나 흥겨운) 짜릿한 로큰롤을 입혔고, 「...라구요」엔 기타 노이즈를 적절히 활용하며, 해당 곡에 멋들어진 여운을 아로새겼다. 그는 또한 토속적인 성격을 지닌 「장가가는 날」에 레게 리듬의 키보드 연주로 참신하게 입혔고, 「예럴랄라」를 리드미컬하게 편곡하며 곡이 지닌 고유의 쾌(快)와 결을 한껏 살렸다. (또한 그의 기타 연주는 「사랑하는 것들」의 간주나 「검은 비」의 후반부, 그의 주 장르인 블루스 장르의 곡인 「훔쳐본 여자」 같은 곡에서 그야말로 불을 뿜었다.


「돈」은 검열로 인해 탑라인(보컬 멜로디)을 신디사이저로 연주하는 ‘연주곡’이 되었지만, 덕분에 강기영의 베이스 연주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이 앨범의 숨은 보석으로 거듭났다. 김민기 또한 「예럴랄라」나 「훔쳐본 여자」와 같은 곡에서 자신의 안정적인 드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장가가는 날」의 나긋나긋한 간주나 「돈」의 강한 타건의 피아노 연주를 동시에 해내는 황수권의 역량 또한 따로 언급해서 말할 가치가 있을 정도로 탁월하다.


강산에는 그 당시에 활약한 가수들이 으레 사용했던 관습적인 표현에 익숙지 않았던 덕분에 이 앨범의 참신한 곡을 만들 수 있었다. (라‘구’요를 고집하고, ‘예럴랄라’를 창안한 그의 솜씨가 이를 증명했다.) 그는 그저 자기 몸 안에 새겨진 그리움을 진솔하게 썼다. 이 앨범에 등장하는 전원적이고 토속적인 가족 공동체의 이야기는 기실 그의 몸에 새겨진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리라. 바로 그 점 덕분에 「할아버지와 수박」은 더 매력적이고, 「...라구요」는 더 감동적이었으며, 「예럴랄라」는 더 자유롭게 들렸다. “작가와 작품은 별개”라고 주장하는 쇠고집도, 일단 한 번 「장가가는 날」을 딱 들으면, 헤실헤실 웃으며 자기 뜻을 철회할 듯하다. (「훔쳐본 여자」가 기실 ‘상상 속에 그려본 여자’라는 걸 사람들은 흔히 간과한다.)


탁월한 뮤지션이, 개성이 강한 곡을 훌륭히 소화하여 연주하는 베테랑 세션과, 실력 있는 코러스와, 실력 있는 엔지니어를 몽땅 데리고 앨범을 만들면, 이처럼 훌륭한 앨범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 앨범에 깃든 (훗날 『Vol. 6 강영걸』 같은 작품에서 만개하는) 흙냄새 가득한 록이 증명했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잘 차린 동네 잔칫상 같은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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