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9. 92-67-85
「엄마! 엄마!」의 하모니카 세션은 대체 누구였을까. (누가 썼는지 불분명한) 「Oh, My Darling Clementine」에 한국어 가사를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완전히 다 입힌 이 곡은, (통기타와 12현 기타를 비롯한) 두 대의 기타 연주와 양희은의 목소리만 가득한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다른 악기 연주가 등장하는 곡이다. 이 앨범은 이 곡의 하모니카를 누가 담당했는지 표기하지 않았다. 이 앨범의 크레디트엔 기타를 맡은 김민기와 이용복의 이름만 써져 있다.
노래의 멜로디마저도 신원 미상의 작곡가가 지었는데, 하모니카 세션도 신원 미상이라니. 우연치고는 신기한 일이다. (애당초 한국의 세션과 미국의 작곡가가 무슨 공통점이 있겠는가.) 대다수의 포크 음악 또한 신원 미상이 지은 곡이 많지 않던가.
양희은을 비롯한 세 사람은 아마도 이 앨범을 만들면서 자신들이 뭘 만든 건지를 제대로 짐작하지 못했으리라. 그이는 그저 첫 앨범을 만들기 위해 김민기를 불렀고, 김민기가 거기에 응하며, (시각장애인 가수인) 이용복과 함께 이 앨범의 모든 기타 반주를 담당했을 따름이었다. 김민기의 창작곡 2곡과 김광희가 만든 「세노야」, 7개의 번안곡을 그이는 거의 한 번에 다 녹음했다. 이 앨범의 녹음은 단 하루 만에 동시 녹음 작업까지 끝냈다. (이들은 어쩌면 자기들이 평소에 자주 불렀던 곡을 녹음했기 때문에 훨씬 수월히 작업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앨범을 들으면 나는 어쩐지 양희은이 처음 노래를 불렀던 서울 YMCA의 ‘청개구리의 집’에 있는 낮은 무대가 떠올랐다. 이 앨범을 발표할 때의 그이가 생계를 위해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을 아는 데도 그렇다. 시간이 지나서야 왜 그렇게 들렸는지 깨달았다. 이 앨범엔 양희은의 목소리와 기타 2대의 연주(와 하모니카 연주)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코러스도 없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이 앨범의 사운드는 충만하기 이를 데 없다. 통기타와 목소리로 모든 걸 표현한 모던 ‘포크’의 이디엄을 이 앨범은 의도치 않게 제대로 실천했다.
이 앨범의 (파격적인 곡 구조를 지닌) 「아침이슬」은 양희은의 목소리 말고는 그 어떤 목소리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영롱하게 들릴 수 있었다. 멜로디 기타 반주를 맡은 김민기는 양희은이 훅을 부르는 대목에서 자신의 기타 연주를 삼갔다. 이용복은 이 곡의 훅에서 (12현 스틸 기타로) 스트로크 주법의 리듬 기타 연주를 구사하며 양희은의 목소리에 힘을 불어넣었다. 양희은의 목소리는 두 기타 세션의 배려와 서포트에 힘입어 그야말로 오롯이 솟구쳤다. 2대의 기타와 하나의 목소리로만 이룰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이 곡은 발휘했다. 이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나머지 곡을 ‘나긋나긋’ 부르는 양희은의 목소리 또한 예사소리처럼 들리지 않게 했다. 이 앨범에 맺힌 「아침이슬」은 그 영롱한 힘을 점차 세상에 보태기 시작했다.
(발매일 표기가 정확하다면) 이 앨범에 뒤이어 바로 『김민기』(1971)가 나왔다. 물론 그 앨범에 실린 김민기의 기타 연주 또한 탁월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아침이슬」의 사회적인 파급력 덕분(?)에, 이 앨범 또한 김민기의 탁월한 기타 연주가 실려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기교 부리지 않는 정순함으로 인해 더욱 특별한 그의 기타 연주 실력은 이 앨범에서도 빛난다. 이 앨범은 양희은의 걸작이자, 김민기와 이용복의 숨은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