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9. 18-36-82
이 앨범의 초반엔 (마이클 랜도[Michael Landau]의 강력한 기타 연주가 일품인) 「시대유감」과 (이정식의 색소폰 연주가 인상적인) 「Good bye」이 인스투르멘탈 트랙으로 실렸다. 「시대유감」에서 왜 이런 형태로 처음 나왔는지는 곧장 드러났다. (사실 이 앨범은 앨범에 실린 나머지 곡들 또한 이런 ‘문제’를 품고 있었다. 음반사는 당국과 곧장 합의하며 이를 간신히 무마했다.)「Good bye」는 이들의 ‘은퇴’ 이후로 나온 베스트 앨범에 (보컬 파트를 ‘복원’한) 그 ‘완전판’이 갑자기 실렸다. 따라서 이 앨범 초반의 후반 파트는 일부러 조악하게 만든 「Taiji boys」와 김종서와 협업한 「Free Style」에만 이들의 목소리가 들어갔을 따름이었다. (이 두 곡은 꽤나 은밀한 방식으로 이들의 발언을 표출했다.) 만약 「Good bye」까지 온전한 모습으로 이 앨범에 들어갔다면, 팬들은 즉각 이 앨범의 함의를 눈치 챘으리라. 2007년에 서태지가 직접 리마스터링해서 발매한 박스 세트 『[&] SEOTAIJI 15th ANNIVERSARY』(중에서 이 앨범이 담긴 CD)서부터 이 두 곡이 비로소 제 모습으로 담겼다.
소위 ‘뽕끼’가 다분했던 이 앨범의 「Yo! Taiji」의 (슬라이딩 기타 연주와 노래가 ‘묘한’ 「이너비리스너비」,「Free style」에서도 들리는) ‘장난기’와, (서태지와 팀 피어스[Tim Pierce]가 인상적인 트윈 기타 연주를 구사한) 「슬픈 아픔」과 (앨범의 수작인) 「필승」의 얼터너티브 록, (양현석의 제안으로 시도했던)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와 「Come Back Home」의 같은 (사운드적인 차원에서) 갱스터 랩이 공존했던 이 앨범의 앞부분은, 이들이 그 당시에 만들 수 있었던 가장 ‘날 선 음악’이 아니었을까. 「Come Back Home」의 귀환엔 분명한 체념이 깃들었고, 「슬픈 아픔」의 후주엔 불안한 뉘앙스로 가득했으니까.
이들은 여전히 입체적이고 과감한 음악적 어프로치로 분노와 조소를 ‘사적인 시선’으로 조망했다. (덕분에 이 앨범은 전작의 ‘거대 담론’에서도 자유로웠다.) 이들은 여전히 팬들을 주저하지 않고 바라봤다. 「Come Back Home」에서 실린 가출 청소년에 대한 ‘심리 묘사’나, 시각장애인 소년을 말한 「슬픈 아픔」의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는 기실 팬에 대한 이들의 안부 인사였으리라. 이 안부 인사는 오로지 팬을 믿으며 같이 걸었던 이들의 시간을 고스란히 증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하다.
초반의 「Good bye」에서 보컬 파트를 제거한 이들의 선택 또한 이런 마음에서 우러나왔으리라. LA와 서울의 여러 스튜디오를 종횡무진 옮겨가며 레코딩 하는 살인적인 제작 과정을 이들은 충분히 감내했다. 이들은 진심으로 이 앨범이 이들의 마지막이라고 여겼으리라.
기실 이 앨범의 온전한 모습을 되찾은 사람은,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이들과 주저 없이 ‘소통’했던 이들의 팬이었다. (이들이 이들의 전작부터 꾸준히 강조한) 팬을 지키려는 이들의 작은 소망은 정말 큰 사랑이 되어 돌아왔다. 때문에 이 앨범(특히나 이 앨범의 소위 ‘무삭제판’ 버전)은 기실 이들과 팬이 함께 만든 앨범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뮤지션과 팬 사이에 있었던 가장 혁신적이며 흥미로운 소통이 이 앨범을 만든 셈이었다. 이 앨범은 그 흥미로운 소통 속에서 자유롭고 유쾌하게 펼쳐진 ‘마지막 축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