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 will never die』

PART 9. 12-18-59

by GIMIN

이 앨범을 듣는 내내, 나는 이 앨범의 모든 사운드를 (레코딩 과정이나, 믹싱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충만한 공간감을 담아내며 녹음한 엔지니어에게 문득 절하고 싶었다. 적어도 이 앨범 LP A면의 수록곡은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확실히 증명했으니까.


이승철의 보컬이 (「너 뿐이야」에서 훌륭한 베이스 연주를 구사한) 김병찬의 베이스 연주와 같이 등장하는 「희야」의 인트로를 (김태원이 기타 바디의 픽업 부분을 손으로 쳐서 만든) 기타 현의 (노이즈가 약간 뜬) 울리는 사운드가 먼저 장식한다. 자칫 실수처럼 들리는 이 부분은, 비 오는 소리를 패드 음향으로 넣고, 리버브를 적극 사용해 공간감을 함께 담은 레코딩 덕분에 곡의 서정적 분위기와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졌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또한 이러한 장점이 빛났다. 이 곡의 벌스(Verse)와 브릿지(Bridge)에 등장한 송태호의 신디사이저 연주는, 곡의 인트로를 채우는 솔로 기타 사운드의 톤(과 황태순의 라이드 심벌 연주가 특징인 드러밍)과, 훅에서 본격적으로 폭발하는 기타 연주 사운드의 톤을 음악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완벽히 이었다. 공간감 있는 레코딩이 이 신디사이저 연주 사운드를 최대한 살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서서히 페이드아웃 한다고 생각한 이 곡은 전혀 다른 맥락의 후주가 뒤이어 나오며, 끝나지 않고 계속 새롭게 부활하는 밴드의 이미지에 부합했다.) 덕분에 이 곡 또한 (그 시절의 '라이브 공연장'에서 개최한) 콘서트를 바로 녹음한 것 같은 현장감과 생생함으로 가득했다. 부활이 라이브 공연에서 태어났다는 점과, 부활의 곡이 지닌 서정성(이자 이승철의 보컬이 지닌 특징)을 이러한 레코딩 방식이 동시에 강조한 셈이었다. 밴드의 정체성이 가장 대변하는 이 곡을 (다른 누구도 아닌) 김태원이 쓰고, (초반부는 이승철이 불렀지만) 김태원이 불렀다는 점 또한 이 곡의 레코딩 덕에 훨씬 더 선명하게 청자에게 아로새겨질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대곡인 「인형의 부활」이 포문을 여는 LP B면에서 (부활의 탄생에 결정적으로 공헌했던 이지웅의 곡이자, 부활의 이름으로 낸 첫 자작곡인) 「사랑 아닌 친구」와, 「사랑의 흔적」은 이승철의 보컬이 지닌 풋풋한 음색으로 인해 70년대 캠퍼스 밴드가 부른 곡과 테마를 공유했다. 그러나 70년대 캠퍼스 밴드가 연주한 곡과 이 앨범의 곡은 연주와 사운드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들 수록곡엔 그들의 곡보다 상대적으로 기타 애드리브 연주와 태핑 주법을 비롯한 여러 테크닉이 가득했다. 이들은 단순히 리듬 스트로크 연주나 솔로잉 같은 주법으로만 앨범 전체의 기타 사운드를 채우지 않았다. 이들은 훨씬 세밀한 기타 주법을 (이펙터와 더불어) 치밀하게 구사하여, 이 앨범의 기타 사운드를 구축했다. (황태순의 단단한 드러밍과 김병찬의 묵직한 베이스 연주 또한 이 구축에 크게 공헌했다.) 앨범의 숨은 명곡인 「슬픈 환상」 또한 이승철의 보컬이 보다 전면에 등장하고, 배킹 기타 연주가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하는 곡임에도, 제대로 각 잡힌 연주 덕분에 훨씬 더 선명한 서정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들은 아마추어 뮤지션에서 프로 뮤지션으로 거듭나며, 잃은 것도 많았고 얻은 것도 많았다. 이 앨범의 선명한 서정성과 탄탄한 완성도는 이들의 ‘야심’이 없었던들 끝내 획득하기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이 앨범은 의도치 않게 이들이 잃은 것과 이들이 얻은 것을 이 앨범 안에 한데 그러모았다. 앨범에 대한 말보다 앨범의 내용물이 훨씬 이들을 잘 대변했던 이 앨범은 사술(邪術)을 부릴 숫기마저 없는 정직함 덕분에 독특한 음악적 당위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105.jpg


이전 13화『3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