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Taiji and Boys II』

PART 9. 37-30-52

by GIMIN

이들은 전작에 대한 팬들의 ‘뜨거운’ 성원을 「우리들만의 추억」으로 응답했다. 이 ‘보답’은 당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소통’이었다. (K-pop 아이돌이 팬에 대한 ‘보답가’를 한 곡 부르는 아름다운 전통을 창안한) 이들은 ‘직접’ 팬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들이 먼저 문을 열자 팬들이 곧 이들과 함께했다. 이들은 이러한 어프로치로 이들이 벌인 1집 이후의 잠적에 많은 의구심과 걱정을 품었던 수많은 팬의 마음을 단번에 해소했다. 이 앨범은 바로 이 신선한 어프로치가 고스란히 음악에 깃든 앨범이었다.


이 앨범 곳곳에서 드러나는 ‘너와 나의 이야기’라는 ‘테마’는 바로 이러한 어프로치를 대변한다. (전작에 남아있었던) 관습적인 사운드 구현 방식과도 완전히 결별한 이 앨범의 사운드가 이 ‘테마’를 분명히 강조했다.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의 사운드에서 영향을 받은) 「죽음의 늪」은 위험한 대상과 관계 맺는 사람을 날카롭게 묘파했다. 「너에게」의 선명한 사운드엔 당시 한국 대중음악계가 미처 표현하지 못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앨범에서 가장 말이 많은 「하여가(何如歌)」와, 이 앨범에서 가장 말이 적은 「수시아(誰是我)」는 각각 변한 ‘너’와, 있는 ‘나’에 대해 다룬다. 「수시아(誰是我)」가 모호함으로 가득한 (개인적인) 암호였다면, 「하여가(何如歌)」는 복잡한 사운드 속에서도 ‘너’를 향한 ‘마음’이 잘 드러났다.


물론 그 이전에도 상대방과 맺는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는 가요는 많았다. 그러나 이 앨범처럼, ‘너’를 (디테일이나 음 하나하나를 조각처럼 이어 붙인) 거대한 모자이크(이자 콘셉트)로 그린 ‘앨범’은 없었다. 게다가 이러한 전대미문의 이야기 방식과 전대미문의 사운드가 이 앨범처럼 서로 참신하게 조응한 예는 없었다. 미스터리와 선명함이 절묘하게 섞인 이 앨범의 신선한 미감은, 미감의 ‘맥락’까지도 적극 파악하려는 팬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안겨줬다.


전작에선 일반 레코딩 스튜디오의 레코딩 프로세스에 일정 부분 의지했지만, 이 앨범에 이르러 서태지는 자신의 개인 스튜디오를 적극 활용하여 이 앨범의 모든 사운드를 거의 손수 만들었다. 그는 최소한의 세션을 기용하면서 잠시 손을 놨던 베이스도 다시 직접 잡았다. (레코딩 엔지니어링 또한 서태지가 직접 담당했다.) 당대의 어느 가요 앨범과 견주어도 뛰어난 믹싱 상태를 자랑하는 이 앨범의 사운드가 바로 이 ‘자립’의 성과였다. 서태지가 뮤지션이기 이전에 뛰어난 사운드 엔지니어라는 사실을 이 앨범의 효과적인 하모닉스와 (메탈 기타에 태평소를 집어넣는 등의 실험을 적극 도입했음에도) 안정적인 사운드가 증명한 셈이다. ‘고작’ 200여 일의 시간을 투자하여 이 앨범을 만들면서 그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지.


이 앨범은 전작의 ‘신드롬’이 단순한 우연이나 해프닝이 아니었음을 명쾌하게 증명했다. (유달리 수록곡이 적은) 이 앨범의 실질적인 마지막 곡 「마지막 축제」는, 이 앨범에서 「하여가(何如歌)」 다음으로 러닝 타임이 긴 곡이다. 재즈와 신스 팝이 절묘하게 결합한 이 곡의 산뜻한 ‘이별’은 이별의 ‘아픔’보다, 다시 만나리라는 굳센 ‘희망’으로 가득하다. 이들은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팬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친근하게 말을 건네길 주저하지 않았던 최초의 한국 대중음악인이었다. 이 앨범이 구축한 선명하고 입체적인 ‘너’는 이들의 이러한 음악적 선택이 바로 팬들의 성원에 대한 이들의 ‘화답’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뚜렷하게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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