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MA』

PART 9. 64-33-37

by GIMIN

「이럴 수가 있을까」에서도 조하문의 베이스 연주는 뚜렷하게 들린다. 김광현은 이 곡에서 클린 톤의 (묘한 박자 감을 지닌) 기타 배킹 연주를 충실히 구사했다. (그는 또한 이 곡 곳곳에 배킹 연주의 리듬감을 해치지 않는 기타 애드리브를 가득 심었다.) 문영식의 드럼 연주 또한 소프트 록을 표방한 이 곡에 적합한 비트를 구사했다. (그는 또한 「이제 우린 서로 사랑하니까」에서도 좋은 감각과 속도감을 지닌 드러밍을 구사했다.) 「기다리는 마음」은 미니멀한 드럼 연주를 훌륭하게 소화한 문영식의 드러밍과, 조하문의 선명한 베이스 라인 연주와 김광현의 ‘은밀’한 기타 연주의 합이 제법 잘 어우러졌다. 건반악기 하나 없이 기타, 드럼, 베이스로만 앨범의 모든 곡을 연주한 (물론 기타 파트는 오버 더빙을 했겠지만,) 이들은 3인조 밴드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연주를 이 앨범에 가득 담았다. (물론 2004년에 이 앨범의 마스터 테이프가 발견된 덕분에 이런 ‘긴장감’이 고스란히 지금 시대에 당도할 수 있었지만.)


이 앨범은 이들 스스로가 이들의 활동을 결산하려 했던 기념 앨범의 성격을 띠었다. 때문에 이들은 그야말로 자신들의 모든 걸 이 한 장의 앨범에 담으려 했다. 이 앨범은 강렬한 하드록 트랙과 같은 비중으로 이들이 만든 (소위) ‘캠퍼스 송’이 들어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이들을 구태여 이 둘을 구분하지 않았다. 「알 수 없어」라는 하드록 연주엔 분명 그 당시의 대학에서 불렸던 ‘캠퍼스 송’의 DNA가 들어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들은 이 곡의 후주까지도 충실하게 연주하여, 해당 곡의 팽팽한 텐션을 유지했다. (이 곡의 후주에 들리는 김광현의 블루스 기타 연주는 이 앨범의 숨은 하이라이트였다.) 이 앨범에서 이들은 하드록도 잘 소화하려 했지만, 소프트 록 또한 잘 소화하려 했다. 이들은 당대의 하드록에도 진심이었지만, 당대의 ‘캠퍼스 송’에도 마찬가지로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앨범이 이들의 하드록만을 분출하는 데서 그쳤다면, (인쇄 실수로 제목이 바뀐) 「잊혀진 사랑」의 묵직한 이야기는 뜬금없는 ‘잠꼬대’로 주저앉았으리라. 게다가 (박두진의 시에 가사를 붙인) 「해야」가 원초적인 에너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전부터, 조하문은 (특유의 날카로움을 겸비한) 자신의 카랑카랑한 보컬을 절제하는 대신, ‘고운’ 해의 느낌을 살린 부드러운 보컬로 곡의 ‘감성’을 먼저 살렸다. 이 ‘감성’은 이 앨범의 소프트 록 트랙이 노래하는 ‘사랑’과 (희미하게나마) 분명히 이어졌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이 앨범의 절정인 「아름다운 곳」과 같은 곡에서도 이 장점은 그대로 드러났다. ‘선녀들이 사는 곳’은 분명 「알 수 없어」와 「이럴 수가 있을까」의 ‘거절’을 겪고 난 자기부정에서 나온 것처럼 들리니까. (「아름다운 곳」 또한 김광현이 만든 기타 연주와 문영식의 드럼 연주가 퍼트린 무드를 충분히 들려주고 나서야 조하문의 날카로운 샤우팅이 솟구치지 않던가.) 조하문은 딜리버리가 명확한 보컬로 앨범 수록곡의 감정적 기반을 잘 다져놓았기에, 이 앨범의 사운드가 더욱 높이 솟구칠 수 있었다. 김광현의 퍼즈 톤 기타 연주와 (열악한 녹음 상태임에도 생생한) 문영식의 작렬하는 드럼 연주 또한 이와 같은 감정적인 기반 덕분에 뜬금없는 일탈로 들리지 않는다.


연주곡인 「탈출」은 이들의 훌륭한 연주로 충만하다. 조하문의 베이스 연주가 문영식의 파워 드러밍에 힘입어 김광현의 기타 연주를 충실히 서포트한 이 곡에서 김광현은 노래에서 해방된 자신의 기타 연주를 마음껏 구사하다가 스러졌다. 이 ‘연소’가 이 '앨범'생명력을 지금도 타오르게 한다. 물론 재속에서 불사조가 부활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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