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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와 Apr 12. 2024

조금만 그리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그리게 되었네요.



주말에 남편과 함께 도서관에 왔습니다. 힘든 주부의 삶에 활력소를 넣어주기 위해 그림 그리기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많은 책들 중에서 초보자 아니 거의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책 위주로 찾기 시작했죠. '그림 그리기가 이토록 쉬울 줄이야'라는 책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라는 사람이 용감한건지 아니면 아줌마가 되어서 용감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무턱대고 그림을 따라 그려보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모르던 집중력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죠. 잘 그리지 못했어도 내가 그렸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그려보려고 했는데 여러가지 일들이 생기면서 그림을 잠시 멈추게 되었어요. 

빌렸던 책을 연장하러 다시 도서관을 찾았을 때 저는 그림 관련 책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책의 제목은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입니다. 그림보다는 글 위주의 책이었지만 그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잘 쓰여진 책이었어요.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들도 두려움을 갖고 그린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구요. 

그렇게 그림 그리기 위한 마음가짐을 준비하고 '볼펜 한 자루로 그리는 모나미 인물 드로잉'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복잡한 그림들과는 달리 눈, 코, 입을 각각 설명하고 있었죠. 왠지 따라만 하면 비슷하게 그릴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출처 :볼펜 한 자루로 그리는 모나미 인물 드로잉 표지 - 모넥스>


책에서 시키는 대로 아이처럼 하나씩 따라했습니다.

책에서는 볼펜으로 그리라고 했는데 자신이 없어서 연필로 그려봤습니다. 틀리면 지우개 찬스~


눈 정면

선 하나로 시작해서 눈꺼풀 위, 아래, 눈동자를 따라서 그렸습니다. 

1번부터 26번까지 따라하고 나니까 눈이 완성됐습니다.


눈 반측면 (1번 ~ 26번) 

눈 측면 (1번 ~ 26번)


코정면 (1번 ~ 42번)

코 반측면 (1번 ~ 27번)

코 측면 (1번 ~ 27번)


입 정면 (1번 ~ 27번)

입 반측면 (1번 ~ 27번)

입 측면 ((1번 ~ 12번)

<내가 연습한 흔적들>




그렇게 하나씩 그리고 나서 책 표지를 봤습니다.

눈, 코, 입을 연습했던 종이에 나도 모르게 표지 인물의 눈을 그리기 시작했죠.

그렇게 순서대로 그리고 나니 코가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입술을 보는 순간. 내가 연습한 입술 모양이 아니네 하고 포기하지 않고

'어차피 연습이니까'라고 생각하며 부담없이 이로 깨물고 있는 입술 그리기에 도전을 했죠.

하나 하나의 선이 더해지면서 평면인 그림이 입체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죠.


입체적으로 잘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서 저런 그림들은 아주 잘 그리는 사람들이 그리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따라서 눈을 그리고 코를 그리고 입을 그리다보니까 어느새 얼굴이

완성되어갔어요. 아쉬운 마음에 얼굴 테두리를 그렸더니 그림이 이상하더군요. 그래서 무모한 도전이지만 

머리카락까지 그려봤습니다. 다행히 머리카락 덕분에 얼굴이 좀 괜찮아지더군요.


다 그리고 나니까 기왕에 그리는 거 깨끗한 종이에 그렸으면 눈을 두 개 모두 그렸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연습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게 부담을 줄이게 해주었고 표지까지 따라서 그려보겠다는 대담함에 이르게 한 것이겠죠. 잘 그리는 작가들도 흰 종이는 부담스럽다고 하더라구요. 

무슨 일이든 힘을 빼고 해야한다는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비록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완성까지 갔다는 게

중요하니까요. 혹시 표지 그림이랑 제가 따라서 그린 그림이랑 다른 게 보이시나요?

저도 다 그리고 나서 알게 되었는데요. 표지는 얼굴을 갸우뚱하면서 왼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는데 저는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는 얼굴을 그렸더군요. 아마도 전체를 보지 못하고 눈, 코, 입에만 치중해서 바라봐서인거 같습니다. 우리가 작가들이 쓱쓱 그림을 그리는 걸 보면서 쉽게 잘 그린다고 생각하는데 디테일을 많이 연습해서 

자연스럽다보니까 못알아차리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이런 수많은 작업들이 들어간 눈, 코, 입을 갖고 살아간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지네요.

더 많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앞으로 시간을 내서 그림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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