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으로 노인 데뷔하는 자의 각오
노인이 된다.
이틀 있으면 대한민국에서 정식 노인이 된다. 노인이 되었다고해서 내게 새롭게 주어지는 혜택은 없고 겨우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지난 11월말에 주민센터에서 기초연금 신청하라는 통지서를 받고 문의하니 나는 해당이 안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좋아해야할지 언짢아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자녀들 넉넉하게 잘 사는데 자녀들에게 재산을 빼돌리고 기초수급자 되어서 나라의 온갖 세금을 다 빼먹는 노인 아주 많다. 내가 사는 소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3분의 1이 기초수급자이다. 정말 돈이 없어 기초수급자가 되었다면 70대 중반 이상의 노인이 어떻게 서울의 소형 아파트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가말이다. 이들을 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우리나라 사법체계가 썩었고, 정치인들도 사법조직과 합세하여 국가 세금 빼돌리기 바쁜데 어찌 노인들만 탓할 수가 있는가 말이다.
이제부터 나는 절대로 어글리 추한 노인이 아닌 새시대의 노인이 되려한다. 물론 외모도 잘 가꾸어야하겠지만(주민센타 직원이 날더러 “기초연금 못타더라도 얼굴이 동안이니 덜 억울하시겠다”고 위로아닌 위로를 건넸다), 젊은이들이 꺼려하는 어글리 추한 노인은 절대 되지않을 것이다. 일부 노인들을 보면 어떤 자식이 저런 노인하고 같이 살려할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추한 노인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우리 동네는 철로를 건널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2곳 설치되어있다. 창동역을 건널 수 있는 엘리베이터와 녹천역을 건널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다. 엘리베이터 우선 이용권을 갖는 주민은 주로 노약자, 유모차, 휠체어, 자전거 이용자이다. 그런데 특히 녹천역에 있는 엘리베이터에는 철로를 건너려는 자전거 이용자의 엘리베이터 이용을 제한하는 듯한 문구를 써붙여놓았다. 자전거가 실려서 엘리베이터가 금방 망가질 것 같으면, 애시당초 제대로 세금을 들여서 튼튼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어야하지않는가말이다. 그런데 이 동네는 노인들중에는 저질이 많은지(인간을 저질과 고질로 나눈다는 것도 어폐가 있지만) 만약 엘리베이터안에 노인이 함께 탔다면, 그 노인은 혼자서 편안히 널널하게 타야했는데, 자전거를 실었다고 불평을 넘어서서 쌍욕을 해대는 노인도 더러 있다. 동네가 후져서 그런가, 한번은 녹천역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실으려하니 양팔을 벌려서 가로막았다. 그래서 “나도 노인이다. 내가 무슨 힘으로 10킬로가 넘는 자전거를 어깨에 둘러매고 육교를 건널 수 있겠느냐”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할 수 없이 빙 돌아서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철로를 건넜다.
그리고 이런 노인도 있다. 바로 윗층에 70대 중반의 할머니가 혼자사는데 24시간 방바깥으로 나가지않고, 또한 아무도 찾아오지않는다. 이 노인의 유일한 낙은 하루종일 안마기 매트 같은 것 깔아놓고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놓는 것이다. 낮동안에는 참겠는데, 밤에 잠이 오지않는다고 밤새 틀어놓아서 잠을 못자게 하니 이런 고역이 없다. 관리사무소에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않는다. 나는 모친이 94세가 될 때까지 평생 모셔왔지만 어떤 자식도 이런 할머니와 같이 살고싶어하지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