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의미
몇 시간을 걸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계가 멈춰 버렸기 때문이다. 두 시간일지도 모르고 이틀일지도 몰랐다. 공복감이나 피로감은 전혀 없었으며, 처음에 느낀 기묘한 힘은 변함없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때인가 그는 갑자기 태양 빛을 느꼈다. 옆 구멍은 다른 우물과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우물을 기어올라 가 다시 지상으로 나왔다. 그는 우물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아서 무엇 하나 가로막는 것이 없는 황야를 바라보고 그리고 태양을 바라보았다. 뭔가가 변해 있었다. 바람의 냄새, 태양...태양은 중천에 떠 있으면서, 마치 석양처럼 오렌지색의 거대한 덩어리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25만 년만 있으면 태양은 폭발하지. 쾅...OFF라구. 25만 년. 대단한 시간은 아니지만 말이야."
바람이 그에게 속삭였다.
"나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냥 바람이니까. 만일 당신이 화성인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도 좋아. 나쁜 울림은 아닐 거야. 하긴 말 따윈 나에게는 의미가 없지만."
"그렇지만 말하고 있잖아."
"내가? 말하고 있는 건 당신이지.
나는 당신의 마음에 힌트를 주고 있을 뿐이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中 (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