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上春樹の夢、 2/3
<에스프리(esprit)>
프랑스어로 ‘기지, 재치’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일종의 하루키적인 세련된 문체와 주인공의 무덤덤하면서도 재치 있고, 일상의 특별함을 부추기는 생활 습관들은 소설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의 소설 속에 머무는 음악, 요리, 문학 등은 별도의 책으로도 출간되어 ‘하루키 따라잡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클래식, 재즈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글 속에 표현된 다양하고 맛깔스런 요리들은 누구나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요리는 그것이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간단한 파스타 만들기, 일본 가정식 요리의 조촐한 준비들이지만,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그 묘사력은 독보적이다. 다양한 파스타 면과 토마토 소스, 두부, 우엉, 양배추 등 간단한 재료를 이용한 그만의 레시피.
소설을 읽다 요리를 해보고 싶단 생각이 몇 번이나 든 지 모른다.
<패션>
다양한 인물 묘사에 있어 중요한 그만의 방식은 패션 감각으로 드러난다. 올리브 그린색 양복에, 니트 타이, 감색 버튼다운 셔츠 등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 인물들의 옷들은 그들만의 감성으로 재탄생 한다.
정작 하루키는 시상식 수상을 하러 가기 위해 양복을 구입하는 것이 큰 애로사항이라고 말한 적이 있으며, 무슨 옷을 입을까에 대한 고민 속에 소설 속의 패션이 좀 더 디테일하게 그려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루키 vs 소설>
하루키의 실제 삶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소설 속의 등장인물과 다양한 습관, 취미, 머무는 장소 등에 있어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평소의 외부 접촉이나 방송출연을 거의 하지 않는 하루키는 소설 속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다양한 생각과 상념을 에세이로 표현한다.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잡문집’ 등 다양한 출간으로 실제 하루키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독자의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게 된다.
에세이 연재도 일정한 출판 형식이 아닌, 다양한 문집이나 잡지에 연재를 하는데 특히 여성 잡지 ‘앙앙’에 연재되는 것 또한 재미있는 발상이다. 오히려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은 잡지이기 때문에, 무엇을 표현해도 자유로울 것 같다는 그의 발상은 일정한 것에 구속 되지 않는 다양한 범세계적인 소설을 완성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그의 지나온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다음과 같다.
- 국어교사이자 다독가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일본 고전문학을 섭렵했다.
- 중고등학교 시절 러시아, 미국문학과 재즈에 탐닉했다.
- 와세다대 문학부 연극과에 입학하여, 다양한 각본읽기와 영화감상에 빠져든다.
- 전공투 세대를 경험하며, 상실감과 젊은 시절에 대한 덧없는 단상이 있다.
- 고양이를 좋아한다.
- 29살 처음으로 소설을 쓰기 전, 20대 중반 재즈바 ‘피터 캣’을 운영했다.
- 마라톤과 맥주를 좋아한다.
- 아오야마에 오랫동안 거주하며, 그의 소설 일러스트 작가와 동네 친분을 오랫 동안 유지하고 있다. (안자이 미즈마루, 와다 마코토)
그 외에도 많은 일상들이 있지만, 다 떠올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한 작가를 10년 이상 심취한 결과는 의외로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의 삶의 직간접적인 경험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때로는 변형되어 묻어난다.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주인공이 늘 들르는 제이스 바
- 미국 문학과 재즈, 각종 클래식에 대한 방대한 지식: 거의 모든 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드러나며,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도 절묘하게 반영한다.
- 인물설정의 가능성 : 하루키 동네 아오야마는 ‘1Q84’의 ‘아오마메’로, 소설 일러스트 작가 ‘안자이 미즈마루’의 본명인 ‘와타나베 노보루’는 ‘노르웨이 의 숲’의 남자주인공 ‘와타나베’로, 또한 ‘태엽감는 새’에서의 주인공 아내 오빠 ‘와타야 노보루’로 이름이 붙여진 것만 같다.
- 고양이 : ‘태엽감는 새’에서 돌아오지 않는 고양이로 사건은 시작된다.
- 전공투 세대 : ‘상실의 시대’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나오는 각종 상실감
- 연극 전공 : 다양한 옛날 서부영화를 떠올리는 인물들
<인물의 중복성>
처음에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지만,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다른 소설에 등장했던 인물이 이어져 나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특히, ‘쥐’와 ‘양’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댄스댄스댄스’, ‘양을 쫓는 모험’ 등 다양한 소설에 지속 등장하면서 주인공과의 친분을 과시하는데, 그래서인지 하루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특정 책의 스토리가 잘 떠오르지 않는 기묘함이 있다. 그래서 몇 번씩이나 같은 소설을 읽으면서도 의미가 새로워 지는 지도 모른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