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KING, THE FUNNY!
쇼미더머니(이하 ‘쇼미’)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랐다. 힙합을 전면에 내세운 특성을 뒤로 하고서라도 말이다. 2012년부터 방송되어 올해 시즌5를 맞이하는 매순간마다 화제의 중심에 서고 지원자는 시즌4의 1.5배인 9천명을 넘어섰다.
일단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감상하는 입장에 서 있지만, ‘쇼미’는 내가 직접 참여하는 입장이 되게끔 한다. 일반인이 참가자가 되는 상황은 똑같지만, 힙합의 랩핑에서 중심이 되는 메시지를 직접 참가자가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가기 때문에, 더욱 참가자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것이 아닌 자기중심적인 화법으로 풀어간다. 별 것 아니고 답답한 인생에서 나를 찾겠다는 자기 주장, 내가 세상에서 가장 최고라는 스웩과 타인에 대한 쓴소리, 그리고 무언가 해방감을 주도하는 다양한 비트와 플로우. 이 모든 메시지와 리듬감이 무언가 나에 대해서 더 말하게끔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누구나 자신을 주장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인정 받고 싶어한다. 내가 최고인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결국 누군가가 나를 봐줬으면 한다. 내 진심을 알아줬으면 한다. 마음 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속 시원한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 벌거벗겨진 기분이라도 그게 나의 본질에 가깝다면 기꺼이 나를 세상 앞에 드러낼 용기가 있다. 그게 바로 쇼미더머니 참가자의 본질이다.
내가 하는 공연과 랩과 플로우와 모든 드러냄에 동질감을 느낀다면 한 표를 던져라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돈을 달라라는 컨셉이지만, 돈은 어디까지나 매개체이지 실제적인 프로그램의 흐름과는 큰 관련이 없다. 자본주의로 점철된 사회에서 누군가 타인에게 관심을 던지는 가장 자극적인 방식은 바로 돈을 갖고 일종의 구매의사를 드러내는 것이다. Mnet PD는 랩하는 참가자의 가치에 대해, 단순히 투표하듯 한 표를 던지겠다고 하면 어딘가 진부한 것이라 생각했는 지도 모른다.
어쨌건 프로그램은 대중이 반응하게끔 만들었고, 시청률과 화제성 기사는 가파르게 인터넷을 휘젓고 다녔다. 시즌 1 우승자 LOCO는 박재범과 쌈디(사이먼 도미닉)의 소속사로 입성하고, 3차 합격까지 하게 된 누군가는 각종 공연에 불려 다니고,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버그라운드로 영역을 가뿐히 넘어서게 되었다.
릴보이, 씨잼, 베이식 등 이미 힙합씬에서 이름을 알린 이들은 다시 한 번 대중문화의 중심에서 상쾌한 공기를 만끽하며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난 시즌에서 마이크로닷과 릴보이를 만나 아깝게 탈락한 비와이가 더욱 탄탄해진 실력으로 돌아와 우승을 넘보고 있어 반갑다. 군더더기 없이 실력으로만 승부해서 그런지 모두들 환영하는 분위기다.
각종 악마의 편집과 사이퍼 논란으로 누군가를 공격하고 자신의 이빨을 드러내는 참가자는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한 편 또 다른 안티를 양산했다.
시즌4에서 아이돌 출신의 민호는 처음부터 편견에 시달렸고, 준우승을 하면서도 시즌3 우승자 바비와 비교를 당해야만 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줄세우기식 한국 문화를 싫어하고, 누군가에게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차별받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며 가사를 써내려갔던 랩퍼들이 어느 샌가 또 다른 경제논리를 긍정하며 심사위원의 마음에 들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넘치던 랩핑은, 어느새 누군가에게 있어 꽤나 입에 발린 가사를 만들어 내고,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게 원래 나였다는 다소 애매모호한 논리로 누군가를 비방해 가며 앞서 나가려 했다.
젊은 층에게 힙합이 인기 있는 것은 다름아닌, 세상의 주도권적 논리를 비켜가면서도 나다울 수 있다는 환상을 노래 하나로, 말 한 마디로 실현시켜 준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나도 한 시간만 펜을 잡고 종이 한 켠을 써내려가면, 그리 어렵지 않게 나다울 수 있다는 무언가의 동질감이 모든 리스너들에게 존재했다.
‘쇼미’는 기본적으로 힙합의 컨셉을 빌려서 누군가의 얘기를 담아내려고 하고, 힙합의 본질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또 다른 자본주의 논리, 경제 논리, 비교우의의 방식으로 편가르기, 순위매기기를 거리낌없이 전면에 내세우고 말았다. 나 역시 그러한 프로그램 전반을 흐르는 포멧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다시보기를 누르는 애청자이다.
그 방식도 결국 대중문화의 중심인 TV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생존방식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쇼미’를 통해 우승자가 된 사람은 조금 더 자신의 존재감은 드러냈을 지 모르지만, 얼마나 자신을 유지해 가며 오리지낼리티를 드러냈는지에 대해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내 목소리를 높인다고 정체성이 확보되는 게 아니다. 랩핑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가사로 누군가를 디스하고 스웩을 한껏 뿜어낸다고 해서 더 높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쇼미더머니라는 명제 하에, 누군가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흐름은 결국, TV SHOW 한 켠에서 왕으로 군림하고자 했던 감춰진 욕망의 드러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제목에서도 말했듯이 그 SHOW KING이 되고자 하는 열망들이 한 편으론 참 FUNNY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SHOW KING?
THE FUNNY!!
이제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각자의 인생의 쇼에서 누군가에게 재미있는 피식거림(THE FUNNY)으로 취급 받을 것인가. 아니면 꼭 ‘쇼미’ 같은 프로가 아니라도 각자 하고 싶었던 인생의 랩을, 나만의 이야기로 풀어갈 것인가.
모두에게 또 하나의 인생의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