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많이 하세요

일상#1

by 글놀이

作(지을 작), 心(마음 심), 三(석 삼), 日(날 일). 작심삼일의 사전적 정의는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결심이 굳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의미하며, 대개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누구나 작심삼일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작심삼일의 일반적 과정을 한번 살펴보자. 언제나 그렇듯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떠한 계기로 인해 새로운 경험 혹은 아이디어를 접하게 된다. 번쩍이는 영감과 불타오르는 열정이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끓어오른다. 평소, 시간에 관대했던 내가 무슨 힘에 이끌리는지 1분 1초가 급하게 실행 계획을 세다. 완성된 계획에는 하루 할당량이 다소 무리해 보이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지만 문제 되지 않는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걸 해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드디어 디데이(D-day)가 다가왔고, 한껏 비장하게 시작한다. 첫날은 매우 흥미롭고 성공적이다. 그리곤 이튿날. 왠지 모르게 첫날과는 열정이 사뭇 다르다. 어찌어찌 계획에 따라보지만, 3일 차부터 하루씩 미루기 시작한 것이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된다. 해야 한다는 이성과 하기 싫다는 귀찮음이 하루가 멀다 하고 대치하지만, 언제나 승전보를 울리는 것은 후자다. '나는 왜 항상 이 꼴일까,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한 걸까' 자책하고 스스로를 자극하며 어쭙잖게 각성을 유도해 보지만, 어렵게 지핀 작은 다짐은 여리한 바람에도 금세 꺼져버리고 만다. 결국 '내가 그렇지 뭐' 애써 크게 개의치 않은 척하며, 비장했던 나의 결심은 이렇게 영영 잊히고 만다.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뭘까.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출연자들이 게을렀던 과거를 후회하고 달라지리라 다짐하여 끝내 이뤄낸 멋진 영웅담을 풀어낸다. 이 사람들의 말을 조합해 보면 성공 여부는 결국 의지력의 차이인 것 같다. 유튜브 쇼츠를 넘기다 보면 인생에 대해 조언해 주는 명언들이 왕왕 등장한다. 유명 학원 강사의 말, 성공한 연예인들의 말 등 대체로 포기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에 우연히 접하게 된 청룡영화제 박보영의 수상소감의 일부를 적어보겠다.

제3회 청룡시리즈 어워즈 여우주연상 수상자 박보영 / 수상소감 중

"너무 어둡고 긴 밤을 보내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지치지 말고 끝까지 잘 버티셔서 아침을 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불굴의 의지'. 참 좋은 말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마음을 수십 번 먹어봐도 내 삶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의지력'이라는 단어도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이미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해낼 수 없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 남다른 의지력의 소유자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여러 유명인들이 증명해 왔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유명 사례들이 아니다. 나 같이, 의지력이 정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면 되는지를 말하고 싶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선행돼야 할 내용이 있다. 오직 '의지'로만 산다는 건, 생각보다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 에너지 소모량이 크기 때문이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 정량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의지를 억지로 소모하면 열량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좋아하는 취미는 하루 종일 할 수 있지만, 하기 싫은 공부는 조금만 해도 몸이 근질거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억지로 한다는 것 자체에 이미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작용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몸소 느껴왔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의지력을 똑똑하게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의지력을 똑똑하게 쓴다라.. 무슨 뜻일까?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좋아하는 취미에 의지력을 사용해야 한다. 싫어하는 일에 비해 훨씬 수월다는 것을 금방 느낄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은 연비가 좋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지어 남은 에너지로 다른 것을 추가로 할 수 있다. 의지를 잘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인 것 같다.


좋다. 백번 양보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치자.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뭘까? 놀기? 컴퓨터 게임? 누워있기? 이것에만 내 의지를 사용한다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오는 명단어 '잉여인간'이 따로 없겠다. 물론 이렇게 살라는 뜻은 아니다. 신기하게도 우리 자신들은, 자기 자신을 생각보다 잘 모른다. 다들 경험해 봤을 것이다. 좋을 줄 알았던 것이 생각보다 그렇지 못했던 경험, 별기대가 없었지만 의외로 매우 만족했던 경험 등을 말이다. 조금 더 직관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자기 자신이 어떤 꽃향기를 좋아하는지, 음악엔 문외한이지만 악기를 연주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지, 우주의 매력에 빠질 수도 있는지 등 말이다. 각자 자신은 얼마든지 이러한 사람일 수 있지만 단지 경험이 없어서 본인에 대해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해보는 수밖에 없다. 나도 몰랐던 나의 관심사를 발견하게 된다면 생각보다 쉽게 이어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3일 안에 흥미를 잃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분야에 의지력을 비교적 쉽게 발휘할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작심삼일을 많이 해야 한다. 여러 작심삼일 중 나도 몰랐던, 내 DNA에 새겨진 내 관심사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한평생 본인이 겪어온 모든 실패를 의지력과 전혀 별개였다고 말하는 건 어리광을 달래는 과도한 위로인 것 같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내가 그저 의지력이 박약한 인간이라는 세상의 속임수에 속지 말았으면 한다. 자, 오늘도 마음껏 작심삼일을 찾아보자.

매거진의 이전글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