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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리왕 Nov 09. 2021

신을 헤아리며 신처럼 선택하는 순간

컨택트(Arrival, 2016) Directed by 드니 빌뇌브

 [컨택트]를 관통하는 주제가 '소통'이라는 데는 어떤 관객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인류는 지구를 찾아온 낯선 존재들과 소통을 시도한다. 그러나 소통의 과정은 인류 전반에 걸쳐있는 불통만을 재확인할 뿐이다. 국가 간의 소통은 물론, 같은 베이스캠프 안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위기를 자초한다. 당국의 요원인 핼펀(마이클 스털버그)은 ‘더 진화한 종족에게 미개한 종족이 몰살당했다’며 역사 속 사례를 들어 헵타포드를 가늠한다. 이후 국면이 변화함에 따라 헵타포드의 행동은 대영제국이 식민지를 대상으로 펼쳤던 전략과 유사하다며 자신의 주장을 강화한다. 그는 과거와 소통하며 과거를 통해 배운다. 그들은 타자에 의해 받았던 피해의 경험을 떠올리고 겁을 먹으며 종국에는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루이스(에이미 아담스)의 소통 대상은 미래에 있다. 그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과의 대화를 통해 ‘논 제로섬 게임’을 떠올리며 헵타포드의 의도를 파악한다. 또한 섕 장군(티지 마)의 마음을 돌리는 것 역시 미래와 소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영화는 우리의 선험적 기준은 완전하지 않으며 미래를 통해 배우려 할 때 진정한 소통이 이뤄진다고 말한다.


 헵타포드가 루이즈에게 제공한 무기는 바로 후회 없는 삶이다. 헵타포드의 언어를 익힌 루이스는 시간을 뛰어넘는 존재로 거듭난다. 그에게는 과거, 현재, 미래 모든 날이 오늘이다. 그는 내일을 미리 예견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목격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신과 같은 차원을 공유한다. 전 생애를 알 수 있게 된 그는 그 지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한다. 이런 그의 선택은 3차원에 메인 우리로선 이해하기 힘들다. 왜 고통을 알면서도 감내하며 불행을 알면서도 사랑하는가? 이는 인간이 오래도록 신을 향해 품어왔던 질문이기도 하다. 신은 고통을 겪다 죽음을 맞고 심판을 받아야 할 줄을 알면서도 인간을 만들어 사랑한다. 인간으로선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그 마음을 루이스는 헤아린다. 그리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오히려 전적으로 기쁘게 신과 같은 선택을 한다. [컨택트]는 아서 클라크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유년기의 끝'을 제시한다. 인류가 진정한 소통에 성공하고, 그 덕으로 신의 마음을 헤아리며 신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순간, 비로소 우리의 유년기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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