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ISFP의 연애

(4) 썸

by 티워터

그 뒤로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벙(번개모임)에 참여했다.

화요일에 정기전을 하고 금요일에 벙을 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또 볼링을 쳤다.

대화도 점점 길어지고 볼링모임이 아닌 때에도 가끔 카톡을 했다. 그리고 아무리 이모티콘의 세계가 관대하다고 해도 조심스러운 '하트'가 대화에 붙었다.


2023. 8. 5. 09:22, ISFP : 고마워 ~~♡♡


그리고 그즈음에 한 번은 잘못 알아듣긴 했지만 다른 여자와의 친분에 내가 질투하듯이 물어보니 그런 사이는 절대 아니라는 말을 듣고 속으로 좋아했던 적이 있다. 나도 조금은 마음이 있나 보다 느꼈다.


2023. 8. 27. 14:26, INFP : XX(여자) 데리러 갔어요?^^

2023. 8. 27. 14:27, ISFP : 제가 왜요?ㅋㅋ


아무리 봐도 질투 같다. 질투할 만한 일은 있지도 않은 오해였고 그 뒤로도 우리는 신나게 볼링을 같이 쳤다.

그즈음 회사에서 사람들을 자르기 시작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임원이 가득하고 정작 일할 사람은 별로 없는 구조가 이상했는데 신입사원은 또 잔뜩 뽑는 기이한 일도 있고 아무튼 이상했다. 다닌 지 1년 정도가 되자 이 일이 벌어진 건데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사람들을 자르기 시작했고 나도 그 대상에 포함됐다. 우리 팀의 팀장님은 나가셨고, 나는 별생각 없이 ‘바로 내일 나가지 뭐’라고 생각했다가 내가 잘못도 없는데 왜 나가며 당장 월급이 사라지는데 보상 한 푼 없이 나가는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권고사직 퇴사를 하지 않았다. 그 뒤로 드라마에서나 보던 진흙탕 싸움이 일어났고 나는 거창하게 싸우기로 했다.

이 일이 있고 힘들었을 때 연락을 좀 더 자주 하게 됐다. 일과 관련되지 않은 사람과의 가볍고 유쾌한 대화는 꽤 위로가 된다.

그리고 그즈음에 1년이 넘어서야 첫 전화통화를 할 뻔했는데 받지 못했다.


2023. 8. 30. 10:42, INFP : 전화못받았네^^미안요!!

2023. 8. 30. 10:46, ISFP : 잘가고 있나 안부 전화해봤지~^^

2023. 8. 30. 10:47, INFP : ㅠㅠ심심했는데 왜 못받았지, 지하철타기 싫어서 버스타고 여행좀했어요^^

2023. 8. 30. 10:54, ISFP : 그럴줄알고 전화한거야ㅋㅋ

2023. 8. 30. 11:17, INFP : 요즘 회사일때문에 오빠나 비씨사람들한테 위로 많이받아요 넘 고마워요

2023. 8. 30. 11:25, ISFP : 요새 힘들어 보이긴하드라 기운내고 볼링치러와서 사람들하고 장난도 많이치고 스트레스도 싸악~ 풀고~^^


조금씩 나도 연락을 기다렸고 카톡에서는 내가 더 많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2023. 9. 5. 14:39, ISFP : 왜? 정기전 취소야?

2023. 9. 5. 14:42, INFP : 아.. 못가겠어요. 회사가 점점 더 심하게 하고 있어서 어제 취소 눌렀어요

2023. 9. 5. 14:52, ISFP : 에고ㅜㅜ 스트레스 심하겠네ㅜ


S는 상황에 대해 해결하려고도 하지 않고 조언을 하지도 않았다. 약간 토라지면 미안해가 바로 나왔고 변명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질척거리지도 않았고 대화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고민하는 대화가 전혀 아니었다.


2023. 9. 12. 21:43, ISFP : 이따가 사진첩 확인요망 ~~

2023. 9. 12. 21:48, INFP : 오올~~~잘쳤나본데여!!!

2023. 9. 12. 21:49, ISFP : 그럭저럭ㅋㅋ

2023. 9. 12. 22:29, INFP : 와 진짜 잘쳤네여!!! 봤었어야 됐는데!!^^ 왜 잘쳤지? ㅋㅋ

2023. 9. 12. 22:30, ISFP : 약속 지킬려구 최선을 다했어~~^^

2023. 9. 12. 22:35, INFP : 볼링잘치면 멋있어여! (뒷모습이)

2023. 9. 12. 22:35, ISFP : 담에 너가 나오면 더 잘칠듯ㅋㅋ


내가 한발 더 나가지 않으면 절대 선을 넘지 않지만 내가 좀만 더 나가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바로 받아친다. 이것은 고수인가 겁쟁이인가


2023. 9. 13. 19:03 ISFP: 볼링 참석* 눌러~~

2023. 9. 13. 21:44, INFP : ㅠㅠ까먹고 못눌렀네요 대기 풀리겠져?^^

2023. 9. 13. 21:44, ISFP : 당근이지 여성우대~^

2023. 9. 13. 21:47, INFP : ㅋㅋㅋ 사이드** 붙어!! 이겨주겠다!

2023. 9. 13. 21:49, ISFP : 난 질 자신없다~~

2023. 9. 13. 21:49, INFP : 나돈데?

2023. 9. 13. 21:50, ISFP : 지고 울기없기

2023. 9. 13. 21:51, INFP : 내가 할소리

2023. 9. 13. 21:53, ISFP : 좋았어 ~~


*볼링 정기전에 참석하려면 앱에서 참가를 눌러야 한다. 그 클럽은 인기가 상당해서 방을 개설하면 1초 컷으로 참석이 마감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알람을 걸어놓고 수요일 7시가 되자마자 ‘참석’ 버튼을 누른다.


**사이드 : 볼링을 치면 보통 팀전 게임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하는 내기, 게임당 이기는 사람에게 천 원을 준다.


대화가 참 재미있었다. S를 아직 좋아하는 건 아닌데 대화가 일단 너무 재미있었다. 달달한 대화보다는 물고 뜯는 대화가 나와 맞았다. S도 달달한 얘기는 잘하지 않았지만 지금 보니 호감은 확실히 표현을 하기는 했다.

그래도 서로에게 올인하는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락이 기다려진다기보다 그냥 그 존재가 약간 신경 쓰인다는 정도였다.

회사를 나오게 된 그날 너무 울적해서 와인을 하나 사들고 클럽에 생전 안 만들던 술벙을 만들어 볼링장으로 갔다.

다행히 S도 왔고 내가 좋아하는 몇몇이 모여 함께 술을 마셨다. 자리를 잡기 위해 우연히 둘이 먼저 시작을 했는데 그때 느낌이 참 좋았다. 역시나 내게 조언 같은 건 하지 않았고 처진 눈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기만 했다. 그때도 좋아하는 티 같은 건 따로 내지 않았고 가볍고 유쾌하게 놀다가 집에 왔다.


2023. 9. 13. 22:35, INFP : 토요일 자볼*와요

2023. 9. 13. 22:52, ISFP : 자네, 이 사람 이거 자네

2023. 9. 14. 06:37, ISFP : 기절했네 ~~

2023. 9. 14. 06:37, INFP : 토요일 자볼은 당근가야지~~

2023. 9. 14. 06:38, ISFP : 휴가는 어디로가요?

2023. 9. 14. 07:16, INFP : 가평으로 하루 갔다오려고요 어차피 계속 놀지만

2023. 9. 14. 07:20, ISFP : 부럽당~~난 아직도 휴가 못갔음

2023. 9. 14. 07:34, INFP : 휴가를 왜 안가고 그랬대여^^

2023. 9. 14. 07:39, ISFP : 그니까ㅜㅜ 갈데도 없다~~휴가때 오창이나 가야지

2023. 9. 14. 07:56, INFP : 갈데가 왜없어여 갈데야 많지^^ 민둥산 가봤어여?

2023. 9. 14. 08:03, ISFP : 아니~ 민둥산 검색하니까 진짜 좋아보인다~ 걷기 딱좋네

2023. 9. 14. 08:05, INFP : 그니까여 좋은데 많아여^^

2023. 9. 14. 08:12, ISFP : 담에 같이가요~~

2023. 9. 14. 08:18, INFP : 네에~ 그르자요!


*자볼 : 자유볼링, 10시~1시까지 무제한으로 치는 볼링, 볼링장마다 다르다.


‘같이 가자’라니 나에겐 엄청난 진전이다. 내가 그런 말을 하다니.

그래도 작정하고 어디 가자고 했다면 정말 부담스럽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온 대화에서 잡는 약속은 부담스럽지 않았다. S는 전혀 무리하지 않는다. 아니 무리해서 나가지 ‘못하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내가 한 발 나가면 바로 발을 맞춰 왔다.

휴가도 계획 못해서 못 가는 것 같아 아이디어 내준 건데 덥석 같이 가자고 하니까 산도 싫어하면서 흔쾌히 가자고 답했다.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2023. 9. 22. 09:59, ISFP : 바뻐요? 월요일에 월차 쓸건데 같이 놀아주세요~~

2023. 9. 22. 10:26, INFP : 좋아요!! ㅋㅋㅋ뭐할거예요?

2023. 9. 22. 10:44, ISFP : 원정볼링* 가자

2023. 9. 22. 10:47, INFP : 그래여^^


*원정볼링 : 정기전을 하는 메인 볼링장 말고 다른 볼링장에 가서 치는 것. 볼링장비를 다 가지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다소 번거롭다.


둘이 가는 것도 아니었고 그 어떤 ‘수작’도 없었다. 어찌나 순수하신지.

S의 가족소유 텃밭에서 파를 뽑아왔다.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가지, 호박 말린 것을 S가 본가에서 가져왔고 뽑은 파와 함께 엄마를 갖다 드렸다. 순수하게 이것저것 챙겨주는 게 참 좋았다.


2023. 9. 28. 17:25, INFP : 엄마가 모두다 잘 먹었다고 전해달라셨어요^^ 파도 향이 좋아 넘 맛있고 저 가지호박 말린건 제가 젤 좋아하는건데 잘 먹을게요!!

2023. 9. 28. 17:28, ISFP : 이모티콘 오~~다행이다^^ 담에 또 같이가서 챙겨오장~~


'다음에' 또 같이 가자는 말이 왜 그렇게 좋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그 말은 참 듣기 좋다.

그리고 나는 왜 그렇게 전화를 못 받았을까, 하지만 전화통화 없이 전화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2023. 9. 26. 23:38, INFP : 전화했어요?

2023. 9. 26. 23:39, ISFP : 잘가고 있나해서 전화해봤습니다.

2023. 9. 26. 23:58, INFP : 아아 아직요^^



노래방과 절친 사건

S는 항상 선을 넘지 않았다. 과하게 연락을 하거나 조르거나 하는 등의 대화는 1도 없었다. 가끔 내 제안에 정당한 이유지만 거절을 하는 일도 있고 이게 밀당인가 싶지만 그 정도로 치밀해 보이진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같이 놀자는 제안을 하는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적이 있었다.

나와 놀기가 싫거나 일부러는 아닌 것 같고 절친과 함께 있었기에 박차고 나오기가 힘이 든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게 갑자기 화가 나서 나는 토라짐을 시전 했다.


image.png

2023. 10. 3. 20:15, ISFP : ㅜㅜ 왜 화나셨습니까 집에 갈때 톡할겡~~^^

(바로 전화하지 않고 이따 톡한다고 하는 이 패기를 보라. 그래서 난 이렇게 대답했다)

2023. 10. 3. 20:25, INFP : 대씁니다, 그 분과 쭉 노십셔!

2023. 10. 3. 20:35, ISFP : ㅜㅜ 함 봐주세요

2023. 10. 3. 20:48, INFP : 톡주세요~~~


나는 답답함에 폭발해 버릴 것 같아서 절친에게 전화를 했다. 일교차 10도 이상, 습도 90%가 되면 운무를 볼 수 있는 별마로 천문대가 생각이 났다. 그날 조건이 완벽했고 우리는 밤 12시에 영월에 갔다.

도로에는 차가 하나도 없었고 이런 콜에 응해준 친구와 갑자기 여행이라니 너무 신이 났다. 선루프로 보던 어마어마한 양의 별도 너무 좋았고, 잘 자고 일어나 새벽에 운무를 보자 정말 날아갈 것 같이 기분이 좋았다.


영월에 가는 내내 친구와 S의 답답함에 대해 얘기했다. 때려치우자고 결론을 냈는데 아침에 운무를 보고 나니 S에게 연락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시간이 이르고 말고 가릴 것 없이 연락을 했다.

KakaoTalk_20251121_103904222.jpg [아, 답답하다]

2023. 10. 4. 06:50, INFP : 일어나라 일어나

2023. 10. 4. 07:17, ISFP : 기상했음돠~

2023. 10. 4. 07:37, INFP : 여기 넘 좋습니다

2023. 10. 4. 07:39, ISFP : 저렇게 좋은데 있으면 델구가줘~~

2023. 10. 4. 07:39, INFP : 오세요~지금 출발~

2023. 10. 4. 07:40, ISFP : ㅋㅋㅋ 진짜 가고싶당

2023. 10. 4. 07:42, INFP : 오세요~


이 이후로는 내가 한 제안에 재깍재깍 YES를 했다.

10월 4일에 룰루랄라 캡슐*, 10월 7일에 B볼링클럽** 볼링 정기전, 10월 10일에 더케이 캡슐 이렇게 닥치는 대로 볼링을 쳤다.

*캡슐: 볼링장에서 일정 점수 이상이 되면 상품을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만든 게임, 25만 원 상당의 볼링공이나 고가의 상품들이 있어 게임도 치고 잘하면 공도 뽑을 수 있는 게임. 각 볼링장마다 상품이나 점수기준이 다르다.

** B 볼링클럽 : 기존에 가입해서 다니고 있던 볼링클럽 말고 새로 알게 되어 게스트로 나가게 된 클럽


드라이브 사건

전에 다니던 회사 사람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 함께 한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나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기 때문에 그 상태로 2차를 가니 살짝 지루하던 참에 마침 S에게서 연락이 왔다.(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이제는 볼링을 제외하고서도 가끔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됐다.

자리에서 나와서 카톡을 하다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아서 내가 드라이브를 가자고 했다. S는 바로 오겠다고 했다. 절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연락을 한 것이 한몫했다.


2023. 10. 12. 20:09, ISFP : 정프로~~ 뭐하고 계십니까?

2023. 10. 12. 21:14, INFP : 여의도에서 사람들만나고있어요 전 회사사람들, 살짝 지루함…

2023. 10. 12. 21:17, ISFP : 지루해도 잘 참아봐유~~

2023. 10. 12. 21:25, INFP : 난 또 놀자는줄알았네

2023. 10. 12. 21:26, ISFP : 당근 같이 놀아야지~~난 항시대기중~

2023. 10. 12. 21:29, INFP : 10시 드라이브 콜?

2023. 10. 12. 21:30, ISFP : 어디로 가면되나요?


나는 신이 나서 자리를 마무리하고 S를 태우러 갔다. 목적지도 없어서 김포방향으로 운전을 하면서 얘기를 나눴다. 단 둘이 만난 게 처음이었고 다소 어색했지만 운전을 해야 했어서 다행이었다.

INFP는 즉흥적으로 무언가 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지루하다가도 그런 일이 생기면 갑자기 힘이 난다. 다행히 S도 거기에 응하는 타입이었다. S도 P니까

J는 당황스럽다. 만약 J였고 여기에 응하지 않았다면 산통이 깨졌을 거다. 나는 이다음에 약속을 잡고 하는 드라이브와 지금 갑자기 하는 드라이브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드라이브를 하고 나서 별 다른 얘기는 없었지만 우리는 꽤 자주 톡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S에게는 자신에게 잠이 굉장히 중요한 주제였고 그 영역은 썸녀도 건드릴 수가 없었다.

이게 밀당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었다.

ISFP가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거의 누워 있는 사람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끝나고 뭐해요? 좀 쉬려고

지금 뭐해요? 쉬고 있어

주말엔 뭐해요? 쉬어야지

이런 식이고 나랑 대화를 하다가도 자야겠다고 생각하면 단호함이라고는 1도 없던 사람이 단호해진다. 대화를 이어가 보려고 해도 잠은 자야 해서 기필코 쉬러 갔다.


2023. 10. 15. 17:57, INFP : 뭐하고계십니까?

2023. 10. 15. 17:58, ISFP : 살짝 졸려서 1시간 잘려구~

2023. 10. 15. 17:58, INFP : 지금이시간에 자려고여? 저녁약속이있나보져?

2023. 10. 15. 18:01, ISFP : 없습니다. 밥먹으니까 졸려. 딱 한시간만 자고오겠습니다~~^^

2023. 10. 15. 19:31, ISFP : 화장실 때문에 깼다.

2023. 10. 15. 19:40, INFP : 한시간잤구만요 멀^^ 맛저해요~

2023. 10. 15. 19:44, ISFP : 비몽사몽 ~~다시 자러갑니다.~~

2023. 10. 15. 19:46, INFP : 에헤이 8시에 자다니 말도안된다

2023. 10. 15. 19:54, ISFP : 오늘만 힘든거야~~

2023. 10. 15. 19:54, INFP : 흠흠

2023. 10. 15. 20:00, ISFP : 이모티콘 그럼 잠시 충전하러가요~~^^


무언가 같이 할 게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불러내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2023. 10. 19. 09:26, INFP : 오늘 더케이*어때여

2023. 10. 19. 09:27, ISFP : 좋아요~~^^

2023. 10. 19. 09:38, INFP : ^^그때처럼 해서 가요 이따 톡할게요

2023. 10. 19. 09:41, ISFP : 네^^ 그때처럼 준비할게요.

2023. 10. 19. 10:45, INFP : 오늘은 끝나고 저녁도 먹어도 되겠다 시간되면 저녁도 같이 먹을래여?

2023. 10. 19. 10:50, ISFP : 그래요 볼타고 맛나게 저녁 먹자요^^

*더케이 : 더케이볼링장으로 캡슐게임을 하러 가겠다는 뜻이다.


고구마축제 사건

나름 썸을 타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여러 사람과 같이 만나거나 데이트 같은 느낌의 만남은 내가 제안한 한 번의 드라이브가 전부였다. 그리고 자꾸 만남에 걸리적거리는 게 있었는데 바로 S의 '패밀리같이 지내는 무리와의 친분'이었다. 그들은 같은 볼링모임 사람이었는데 볼링을 치고 뒤풀이를 한 후 집으로 가서 다음날까지 술을 마시거나 합숙을 하는 식이었다. 퇴근하면 별일 없으면 같이 저녁을 먹고 술모임이 있으면 결국 집으로 가서 끝을 내는 식이었다. 나와는 별 상관이 없었지만 가끔은 커플 사이에 껴서 노는 S가 내 제안에 응하지 못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는 거다.

내가 먼저 제안하거나 여러 사람과 만나는 것 외에 진전이 없자 나는 점점 답답해졌고 조금씩 그 답답함이 쌓이기 시작했다.


2023. 10. 22. 16:10, INFP : XX가 저녁에 볼치자고 연락이 왔어요. 갈래요? 7시 종로쪽이요

2023. 10. 22. 16:24, ISFP : 선약이ㅜㅜ 오늘이라서 지금 원주왔어 저번주에 약속한거라 ㅜㅜ 또 미안해요

2023. 10. 22. 16:30, INFP : 아니예요~뭐가 미안해요. 갑자기 말한 건데

2023. 10. 22. 16:32, ISFP : 이모티콘 역시 최곱니다^^볼링 잘치고 올라갈때 톡할게용~~


그리고 볼링모임앱의 사진첩을 보니 이 사람… 고구마축제에 갔네. 절친과 며칠 전까지 계속 ‘이 사람 고구마 같다, 너무 답답하다’며 얘기했었는데 고구마 같은 그 사람이 바로 그 고구마 축제에 간 거였다.


2023. 10. 22. 21:00, INFP : 고구마씨 고구마축제갔어요? 대박 라임 장난아니네여

2023. 10. 22. 21:26, ISFP : 나도 고구마축제 하는지몰랐어 전에 약속한거라 어쩔수없지 간거야 ㅜㅜ오늘까지만 봐주세요.

2023. 10. 22. 22:40, INFP : ㅋㅋㅋㅋ네 고구마씨


기가 차서 운무를 같이 보러 간 절친에게 바로 카톡을 했다.(절친은 INFJ다)


2023. 10. 22. 22:40, INFP : 오늘 그분께서 어디가셨는지 들어볼래?

2023. 10. 22. 22:49, ENFJ : 어디가셨을까 답답이 오빠

2023. 10. 22. 22:51, INFP : 고구마축제

2023. 10. 22. 23:24, ENFJ : 대에박

2023. 10. 22. 23:28, INFP : 넘사벽이지 아무나 못한다

2023. 10. 22. 23:31, ENFJ : 언니가 찾던 재밌는 사람이다

2023. 10. 22. 23:34, INFP : 한수위다 한수위

2023. 10. 22. 23:35, ENFJ : 응 아무도 못이겨


S는 사태의 심각성을 가까스로 파악하고 다음날 만나자고 했다. 볼링을 치고 둘이 밥을 먹자고 했는데 단둘이 약속을 잡고는 처음 만나는 거였다.


2023. 10. 23. 23:25, ISFP : 이모티콘 덕분에 너무 재미나게 놀았슴돠~~

2023. 10. 23. 23:27, INFP : 네네 나도여~

2023. 10. 23. 23:32, ISFP : 내가 항상 잘할게요~ 실수나 놓치는거 있으면 바로 피드백해주세요.

2023. 10. 23. 23:33, INFP : 스스로 하셔야져. 내가 더이상 간섭하지않겠어요~오늘 내가 너무갔어

2023. 10. 23. 23:34, ISFP : 오늘은 기억에서 잊어버리셈

2023. 10. 23. 23:34, INFP : 몇년이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요. 세월 다 갑니다(이 말이 무슨 뜻인지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이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속도는 느리지만 말뜻은 빠르고 완벽하게 알아듣는 것이 중요했다.)

2023. 10. 23. 23:38, ISFP : 걱정말아요. 얼마 안걸려요~~


잘 놀았던 것 같은데 이날 나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좋아한다는 얘기를 하진 않았지만 했어야 하는 타이밍에 전혀 하질 않고 다른 얘기만 계속했던 게 문제였던 것 같고 내가 소개팅을 하는 것도 '잘되도 어쩔 수 없다'라는 의견을 내왔던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무슨 생각으로 상관없다는 말을 한 걸까? 자신감인 배려심인지 잘 모르겠다.

왜 그 고백을 기다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호감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도 나름의 표현을 해왔는데 자꾸 뒷걸음질 치는 일들이 생겼기 때문에 나도 더 가지는 못할 수밖에 없었다.


2023. 10. 24. 07:48, INFP : 답답이 리셋됐어 나 안면도간다

2023. 10. 24. 08:10, ENFJ : 역시 방심은 금물이었나. 고구마 축제를 다녀와서 그런건가

2023. 10. 24. 08:20, INFP : 그런가봐 수동적이야

2023. 10. 24. 08:22, ENFJ : 참으로 답답하네

2023. 10. 24. 08:24, INFP : 그래서 내가 고백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나는 움직이지 않겠다고 선포함

2023. 10. 24. 08:25, ENFJ : 흠…얼마나 걸릴까

2023. 10. 24. 08:25, INFP : 내가 몇년이 걸리지않도록 하라고도 말했는데

2023. 10. 24. 08:26, ENFJ : 그걸 왜 또 시간이 걸려야 하는거야?

2023. 10. 24. 08:27, INFP : 몰랑^^천천히 알아가고 싶대

2023. 10. 24. 08:29, ENFJ : 올해까지만 두고봐

2023. 10. 24. 08:29, INFP : 소개팅남하고 잘 된다고 해도 잡을 순 없대

2023. 10. 24. 08:30, ENFJ : 아핫 미쳤나봐 고구마

2023. 10. 24. 08:30, INFP : 푹 찔렀는데도 리셋됐어 ㅋㅋㅋㅋ 오늘 굴 먹으러가서 굴이 너무 맛있으면 사랑에 빠질지도 몰라

2023. 10. 24. 08:31, ENFJ : 이러다가 오늘 굴 오빠가 치고 들어오는거 아닌가 몰라

2023. 10. 24. 08:32, INFP : 굴오빠는 적극적이야 이제

2023. 10. 24. 08:32, ENFJ : 와오,,,, 이거 무슨 일이고

2023. 10. 24. 08:33, INFP : 내잘못은 없다 이제 난 할만큼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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