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00
귀촌을 하겠다고 여기저기에 말을 했다.
전공을 정할 때도 남의 이목을 생각해서 결정했는데 이 귀촌이야 말로 정말 모두가 말리는 일이지만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온 것으로 순수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유일하고도 강력한 사건이다.
해야겠다고 말만 하고 자꾸 미루는 편이라 가상의 D-DAY를 설정해 봤다.
3년이라고 항상 얘기를 했는데 1000일이면 2년 9개월 정도다. 이미 3년 후에 가겠다고 한 지가 1년이 넘었으니 얼추 맞는 날짜다.
귀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이 나는 순서대로 적어보겠다.
1. 무엇을 먹고살지 정하고 준비해 보자.
2. 어디에 살 것인지 도시를 정해보자.
3. 서울에서만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4. 귀촌자금의 목표금액을 만들어보자.
어제 이 D-DAY를 걸기로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좋은 영화관에서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서울의 장점을 언젠가는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해놔야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D-1000에 한 일 (3-1)
- 신도림 씨네Q는 내가 가장 즐겨 가는 영화관이다. 처음에는 리클라이너관이 너무 좋아서 보고 싶지도 않은 영화를 억지로 보기도 했는데 그 뒤로 이제 가장 즐겨 가는 영화관이 됐다.
영화를 본다는 행위자체는 굉장히 자발적인 일이기도 하고 설레는 일이기도 해서 극장의 분위기가 상당히 중요하다. 대부분 영화관 인테리어는 열심히 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만족하지만 영화라는 엄청난 돈을 들인 작품의 퀄리티나 무드에 미치는 영화관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된다.
가장 좋았던 영화관은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필름소사이어티관이다. 상영관이 작긴 하지만 상영관 앞에 라운지가 어둑하고 영화의 분위기로 들어갈 수 있도록 잘 어울리게 꾸며놨다. 그래서 항상 시간 전에 가서 라운지를 즐기다가 영화를 본다.
그 외의 영화는 워낙 시끄러워서 정신이 없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런 것을 싫어하는 나는 씨네Q를 찾고 여기에 정착했다. 씨네Q는 영화관 라운지도 여유롭고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한껏 배려했다. 다만 수익구조에 대한 염려가 들어 언제 문을 닫지 않을까 염려해 보지만 내가 대기업 걱정은 하나마나인 것 같아 그만두었다.
티켓금액이 서비스에 비해 너무 저렴해서 정성스러운 밥을 1000원 주고 먹는 느낌이라 미안할 정도이다.
스위트는 전용화장실에 전용라운지와 거의 비즈니스급 리클라이너를 갖췄는데도 일반극장 프리미엄급관의 티켓값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부지런히 가보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그래도 어제는 마침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 리저브 5관에서 영화를 봤는데 역시나 훌륭했다.
서울의 맛은 바로 이런 거지라고 생각했고 열심히 더 다닐 생각이다.
1000일 후면 2028년 12월 25일이네.
정말 날짜 한번 기가 막히다.
1000일 후에도 못하면 서울에 영원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