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말하는 감잔데.
올해 1월에 새로운 포지션으로 입사했고, 지금이 8월이니까 딱 7개월 차이다.
회사 분위기 파악도 다했고, 프로젝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가 해야 할 것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눈에 잘 들어온다. 우리 팀은 회사 내에서도 유독 분위기가 자유롭다. 직급 상관없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분위기이고, 이런 분위기는 팀장님 덕분에 형성된 것 같다.
그렇다. 오늘은 팀장님의 업무방식에 대해서 입사 7개월 차인 내가 느끼고 깨달은 점을 써보려고 한다.
처음엔 우리 팀 분위기가 마냥 좋았다. 팀장님은 나이, 직급, 성별 모두 관계없이 존댓말을 쓰셨고, 모두의 의견을 경청해 주시며 모두가 존중받는 느낌이 드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셨다. 다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팀장님은 정말 너무너무 바쁘시다는 거다.
우리 팀은 특성상 개개인이 각자의 프로젝트를 들고 있다. 어쩌다 1~3명이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각자 프로젝트이지만 중간중간, 그리고 마무리 단계에 팀장님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팀장님은 모두의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한 3~4개월 차 때까지는 혼자 프로젝트를 하지 않으니 같이 하는 팀원분께 물어보고 의지할 수 있었다. 내가 직접 1:1로 팀장님과 업무에 관한 교류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직접적으로 클라이언트와 소통하고 컨택하지 않다 보니 그만큼 부담감도 적었다.
그런데 한 달 한 달 지나다 보니, 누군가 시키는 일만 한다기보다 스스로 찾아서, 그리고 좀 더 주도적으로 일을 해야 할 일이 늘어났다. 이제는 물어볼 사람이 바로 팀장님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른 팀원분들도 각자 자기 일을 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내 플젝 문제를 갖고 가서 매번 귀찮게 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업무 관련하여 팀장님과 직접 소통하다 보니 이제 이 사람의 업무스타일이 파악되기 시작했고, 같이 일하는 팀원으로써 좋은 점, 어려운 점도 하나하나 쌓여갔다.
팀장님은 기본적으로 이 분야에서 10+년 정도 일하셨기 때문에 전문적인 건 당연하고, 손과 두뇌회전이 굉장히 빠르시다. 할 일이 굉장히 많다 보니 물밀듯 들어오는 업무를 빠르게 쳐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한 문제를 들고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으면, 팀장님은 같은 시간에 이미 문제 10개를 해결하는 것 같다.
일처리가 굉장히 빠르신데 바쁘시다 보니 질문이 생기면 직접 다가가서 질문을 해야 하고, 그때그때 그 상황에 맞는 답을 빠르게 얻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처음엔 이런 방법이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나는 아직 주니어이고, 주니어로서 더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커리어 초반에 제대로 된 배움을 얻고 싶었다. 그때그때 겉핥기식으로 배우면 나중에 내가 혼자 처리해야 할 때 잘 해내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워낙 바쁘시다 보니 1:1 미팅이나 내가 한 업무에 대한 제대로 된 피드백은 꿈꿀 수도 없는 환경이고, 정말 피드백을 원한다면 어떻게든 팀장님이 시간이 있을 때 붙잡고 볶아야 한다. 하지만 먼저 다가가서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어렵다면...?
질문하는 것이 어렵다고 두리뭉실 애매하게 이해한 채로 업무를 진행하면 나만 손해다. 나만 손해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가 잘 못 될 수도 있다. 하아... 근데 그래도 가서 질문하는 게 여전히 어려운 걸 어쩌라고...
팀에는 유독 붙임성 좋고 사근사근 잘 다가가고 모두에게 예쁨 받는 팀원이 있는데, 질문이 있을 때마다 팀장님에게 잘도 다가가서 질문을 하더랬다.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참 부럽고 신기했다. 팀장님 입장에서는 저 팀원처럼 척척 알아서 잘 해내고, 먼저 다가가서 친근하게 질문도 잘하는 저런 직원을 더 예뻐하지 않을까? 질투도 나고 부러웠다.
분명 내가 갖지 못한 걸 가진 저 팀원을 질투만 하지 말고, 옆에서 지켜보며 저 사람으로부터 뭘 배울 수 있고, 저 사람의 행동을 그저 따라 하기보다는 어떻게 내 방식대로 바꿔서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 이거 뭐예요? 저거 뭐예요? 이런 1차원적인 질문 대신, ~부분이 헷갈리는데, ~식으로 해도 괜찮을까요?
이런 식으로 나의 설루션을 제안해 보기.
- 상사는 너무 바쁘다... 우리 팀에서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를 oversee 해야 하고, 팀 프로젝트 외에도 팀장으로서 개인업무도 있다. 내가 담당하는 이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다 파악하고 나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다짜고짜 "이 프로젝트의 이거는...$%^&*(#@!..." 이렇게 질문하면 상당히 당황스러워한다. 그들의 바쁜 뇌가 나의 질문을 슬쩍 보고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질문하는 게 중요하다.
-> 덕분에 어떻게 질문하는지 여기서 실~컷 train 하고, 오히려 좋아.
- 이건 너무 멍청한 질문이 아닐까?라고 고민할 시간에 그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내가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가서 질문을 하는 게 더 현명하다.
- 클라이언트는 언제든 본인들이 필요한 게 있으면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내는데, 그때 내가 직접 상대를 하다 보면 그 질문들 또한 나의 지식으로 흡수된다.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 전에는 항상 상급자랑 같이 프로젝트에 붙었기에 내가 클라를 직접 상대할 일이 없었는데, 이젠 그것도 아니다. 클라 메일이나 전화에 직접 응답하기 위해서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이해하다 보면, 그 프로젝트가 끝나도 나에게 남는 게 생긴다. "내"프로젝트가 되는 것이다.
-> 혼자 하든, 같이 하든 내가 발 담두고 있는 프로젝트는 내가 PM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마음가짐을 갖고 갖지 않는 것에는 프로젝트를 임하는 자세 자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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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팀장은 엄청 힘든 일이다. 난 안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