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은 유독 팀원들끼리 사이가 좋다. 다 또래들이고, 성격도 모난 사람 하나 없어 둥글둥글 잘 지내는 편이다. 입사 초반에는 우리 팀 분위기가 이렇게도 좋다는 것이 참 좋았다. 어떻게 내가 이렇게 좋은 팀에 배정되었을까, 운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팀원들끼리 사이가 너무 좋으니 그만큼 대화도 많이 했고, 어떤 클라이언트가 얼마나 더 진상이네, 내가 그래서 이런 실수를 했네.. 등등 내가 담당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다 떠들어댔다. 하지만 최근에 깨달은 건, 아무리 친한 동료사이어도 내가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프로젝트가 어떤지 (특히 얼마나 힘들었고, 내가 무슨 실수를 했고 등등...) 다 얘기하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느끼게 된 계기는... 올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입사 3개월 차, 팀원 한 분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이 분 성격이 너무 재밌어서 이 사람을 인간적으로 참 좋아하지만 같은 프로젝트를 약 3개월간 진행하며 난 마음의 병을 얻었다. 업무스타일이 정말 너 무 나 도 안 맞았다. (처음으로 팀장님과 1:1 면담을 신청해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토해내고 싶을 정도였지만 참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이 팀원분에게 주로 업무 지시를 받아야 하는 나는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다가도 그 지시가 점점 개인적인 감정 attack으로 다가왔다. 그분은 그저 내가 한 업무에 대해 피드백을 준 것뿐인데. (마치 친한 친구가 나한테 너 잘못했다고 꾸중하는 뭐라 하는 느낌이랄까...) 이런 감정이 한 번 두 번 쌓이니 점심시간에 둘이 밥 먹을 때도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직장동료로서의 너와 친구로서의 너의 경계가 너무나도 흐렷해졌다.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을 땐 직장인들이 직장동료들과 주말에는 따로 만남을 갖지 않는지 (이걸 왜 그토록 극혐 했는지...) 동료 이상의 관계로 발전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주 5일 하루 8시간 붙어있고, 프로젝트를 같이하고, 성격도 잘 맞으면 완전 찐친되는거 아냐?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회사는 돈을 받고 노동을 제공하는 곳이기에, 좋은 업무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선 같이 일하는 동료의 역량 또한 중요하다. (나 혼자 모든 걸 다 해낼 순 없으니)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시점에 같이 들어가기로 한 팀원을 알게 되는 순간, "(기쁨의) 오!"가 아니라,
(탄식의) "아..."가 먼저 흘러나온다면? 그 사람이 인간적으로는 참 좋아도, 같이 일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답답해진다면?... 점심시간에 하하 호호 밥을 같이 먹으며 전 프로젝트에 대해 불평불만을 잔뜩 쏟아냈던 상대가 나의 프로젝트 메이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럼 그 팀원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아.. 얘 이번 프로젝트 할 때도 그렇게 투덜 되겠지?"
지금까지 내가 투덜 되는 사람이 되어본 적도, 상대의 투덜거림을 듣는 쪽이 되어본 적도 있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내가 투덜거림으로 인해서 나는 동료들에게 내 업무역량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고 광고하고 다닌 셈이고... 상대의 투덜거림을 듣고 나선 난 상대가 과연 좋은 프로젝트 메이트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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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나는 이번회사에선 이미지 관리 다 글러먹었으니 여기서의 교훈을 잘 안고 다음 회사부터 잘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