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적인 인간

the subtle art of being ineffective

by 트위티 Tweety

언젠가 누군가 나한테 이런 적이 있다.

"출퇴근하실 때 왜 그쪽으로 가세요? 저쪽으로 가면 훨씬 빨리 도착할 수 있는데."

이 질문을 받자마자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지만 굳이 그렇게 대답하지 않고, 그냥 "그냥요." 하고 말았다.

이 질문을 받고 썩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마치 내가 정말 비효율적인 사람인마냥, 그것도 몰랐늬? 라는 뉘앙스가 느껴졌기 때문.

그 길이 더 빠른 걸 내가 몰랐을까? 지하철역까지 5분 더 걸려도 나는 더 빠른 그 길보다 이 길이 더 좋아서 이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그래. 너 ㅈㄴ 똑똑하고 참 효율적이어서 좋겠다 ^^

그 사람의 질문이 이상하게 짜증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모든 것에서 효율을 따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놈의 효율 효율.

좀 늦더라도 멀리 돌아갈 수도 있는 거고,

좀 더 걸리더라도 천천히 볼 수 있는 건데.

'효율적'으로 빠른 길을 찾고,

'효율적'으로 빠르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내어 뚝딱 만들어내고...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게 뭘까?

물론 시간은 절약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저 그것을 천천히 음미하는 그 순간, 그 느림이 좋은 건데.

아무튼. 갑자기 효율성에 대해 분노의 글을 싸지르는 이유는

나는 어릴 때부터 느린 사람이고, 새로운 것을 파바박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인데

ex, 위 언급한 일화와 비슷하게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굳이 돌아간다던가,

무언가를 만들 때 만드는 법을 참고하지 않고 혼자 관찰하고 만져가며 남들은 뚝딱 다 끝낼 때 나는 막 시작하는 단계라던가,결정적으로 이렇게 하면 진짜 비효율적이게 느리게 되겠지? 라고 인지하면서도 그렇게 했음.

내가 일하는 이 환경은 빠름과 효율성을 극도로 중요시하는 곳이고 입사한 지 시간이 흘러 이제는 "쟤가 이제 이 정도는 하겠지?" 가 되어버린 애매한 상태가 된 지금.

그저 은은하게 받아 무시할 수 있던 스트레스가 이제는 눈앞에 뙇! 나타나 나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

이런 고민을 하기엔 얼마 안 된 거 아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나라는 사람의 성향을 생각해 봤을 때 여기서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여기서 일을 하며 성취감과 일의 행복을 느낄 수나 있을까? ... 그런 생각.

그래 뭐... 회사 전부 아니지. 근데 그래도 돈 받고 일하는 곳인데 일하는 시간만큼은 제대로 잘 하고 싶잖아.

근데 나는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내가 '잘한다!'라는 기분을 느끼기는커녕 도망치고만 싶고, 어느새부턴 출근 전 한숨이 푹푹 나오는 상황이라면.

그래서 또 ... 변화가 답일까?

나는 또 "그래, 좋은 경험이었다. 이 길도 아니었어. 역시 대학원 가야지!"라는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

이건 도망이 아닐까?

더 해봐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이 정도 감정은 느끼는 게 아닐까?

너무 나약한 건 아닐까?

이 정도 힘듦도 각오하지 않은 걸까?

처음에는 간절하지 않았나?

나도 모르겠는 질문을 나에게 끊임없이 하는 중.

답 없는 퇴사를 막기 위해 최근에 과소비를 좀 하긴 했다.

옷이랑 신발 그리고 이것저것~ 카드를 좀 긁었더니 퇴사 생각이 좀 줄어들긴 했다만...

이 역시 얼마 가진 못하겠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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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은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분명 지금 이것보다 더 빠르고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나 왜이렇게 멍청하지? 내가 조금 더 똑똑했다면 진작에 끝나지 않았을까?"

...

원래의 내가 하던 생각과 정 반대의 생각을 매일 하고있다.

회사생활을하며 새로운 일을 하니 나의 생각이 바뀌는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 생각의 바뀜이 썩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그게 문제임.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효율을 따지는 인간이었지? 왜 모든것에 내탓을 하면서까지 이러고있지?

여기가 너의 마지막은 아닐거야. 분명 너가 더 thrive할 수 있는 환경이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거기는 어디고 무슨일일지.

그래도 몇 개월 전까지는 출근 전 일요일에 설레던 순간이 있었는데 말이지.

나 혼자 하는 프로젝트를 서서히 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그 설렘을 느낀 지가 꽤 되었음.

길고 긴 연휴를 보내고, 내일 오랜만에 출근하는 전날.

내일 출근이 걱정되어 밤에 맥주 한 캔 마시며 이런저런 업무 확인을 하다가...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효율성에 관한 나의 생각을 끄적임.

뭐 모르지. 나중에 시간이 흘러 생각이 바뀌어 이 글을 다시 읽을 때 허;;; 나 이런 개똥같은 생각을 하는 인간이었네????? 할 수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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