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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5. 2021
층간소음 '절대'해서는 안 되는 9가지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바로 그 답!!
얼마 전 인근 아파트에서 소란이 있었습니다. 아래층 주민이 야구 방망이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가 소음에 항의한 사건입니다. 놀라운 것은 가해자가 경찰이라는 겁니다. 문을 밀치고 들어가면 주거침입이고, 방망이를 휘두르면 특수 상해입니다. 중죄입니다. 경찰이 이를 모를 리 없는데도 그렇게 했습니다. 치매에 걸린 노모가 위층 소음에 자주 깨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였다고 합니다. 순간 폭발하면서 이성을 잃은 거지요. 경찰이 빨리 출동해 제지했기 망정이지 자칫 비극적 결말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층간 소음. 날이 갈수록 더 문제입니다. 마침 코로나 상황에다 겨울입니다. 집에 있는 시간은 늘고, 서로 부딪힐 일은 많고…. 이웃 간에 감정이 쌓이고 쌓여 종종 살인까지 벌어집니다. 마침 인근에서 그런 분란까지 있고 보니 상황을 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층간 소음과 관련된 서적들과 전문가 인터뷰, 언론 보도 등을 훑어보고 층간 소음 발생 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9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① 무조건 쫓아 올라가기
‘귀트임’이라는 게 있습니다. 어느 순간 특정한 소리가 예민하게 들리는 순간입니다.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노출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옵니다. 무시하고 싶어도 집요하게 들리는 소음. 아마 층간 소음으로 고생하신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귀트임이 시작되면 고문이 시작됩니다. 그때 조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불쑥 찾아가는 겁니다. 잘 풀리면 좋지만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을 밀고 들어가면 주거침입죄로 처벌 대상입니다. 초인종을 누르거나 인터폰으로 연락하는 것도 조심하세요. 모욕적인 말도 폭력죄로 처벌 대상입니다. 직접적 대면은 불필요한 감정을 생산하고, 이를 악순환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처음엔 현관문에 정중하게 쪽지를 붙이거나 경비실 등을 통해 요청하는 게 좋습니다.
② 훈계와 협박
불가피하게 대면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최대한 예의를 지키시는 게 좋습니다.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3~5초 정도만 생각해 보세요. 반드시 얼굴을 봐야 하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 지를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해야 된다면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 불가피하게 말씀드리게 됐다. 양해 부탁드린다”라며 상대에게 여지를 주는 게 좋습니다. 상대도 오죽하면 올라왔겠냐며 역지사지로 생각해주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런 상황이 안됐더라도 이런 말을 하면 절대 안 됩니다.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갑니다.
“애들 교육 좀 똑바로 시키세요.”
"못배운 사람들처럼 왜 그러는 겁니까."
“이렇게 말씀드리는데도 시정이 안되면 신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③ 어설픈 중재
어설프게 다른 이웃에게 중재를 맡기는 것도 패착의 원인이 됩니다. 잘되면 좋지만 안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뜻하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상대와 얘기가 잘 안된다고 판단된다면 층간소음 전문가에게 맡겨보세요. 그 외에도 각 아파트 단지별로 구성돼있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중앙환경분재조정위원회 등도 있습니다. 법적 소송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얻을 것도 작습니다.
개그맨 이휘재씨도 층간소음으로 신고를 당했습니다. <사진=문정원 인스타그램>④ 보복 소음
하다 하다 안되면 생각할 수 있는 게 보복입니다. 막대기나 고무망치로 천장을 두드리는 식으로 항의할 수 있습니다. 천장에 ‘우퍼 스피커’를 붙여 진동을 위층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위층에서 신고하면 경범죄 처벌법(제3조 21항)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⑤ 소음원 파악 전 경찰 신고
우리나라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기둥식이 아니라 내력벽 구조로 설계 시공되기 때문에 층간 소음이 쉽게 전달되는 편입니다. 층간 소음은 주로 위층에서 발생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위층의 위층, 위층의 옆집, 옆집, 심지어는 아래층에서도 발생합니다. 층간 소음에 대해 문제를 삼을 때는, 특히 경찰에 신고할 땐 소음원이 어딘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좋습니다.
위층에서 소음이 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자제를 요청했는데 위층에서는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음원이 위층인지, 위층의 위층인지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벽에 손을 밀착시켜보면 됩니다. 바로 위층이면 진동이 강하고, 위층의 위층이면 진동 없이 소음만 전달됩니다.
때로는 위층을 비운 상태에서 소음 여부를 측정하기도 합니다. 위층에 사람이 없는데도 소음이 있다면 위층에 위층, 위층에 옆집 등을 차례로 체크해 보는 게 좋습니다.
⑥ 여론전
층간 소음 해결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소문을 내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닙니다. 소문이 돌고 돌아 위아래층이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소음 자체보다는 감정의 골 때문에 더 심각한 상황이 옵니다.
⑦ 인격 모독
소음 문제를 지적받는 측에서도 언행을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상대를 인격적으로 모독하거나 정신병자 취급하는 행위, 남들과 비교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입니다. 이런 발언은 보복 유발, 구타유발 사유입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한마디도 없었는데 유별나게 왜 그래요.”
“아가씨는 애가 없어서 그래요. 애 낳고 키워봐요.”(그것도 홀로 사는 여성에게)
“좀 어디 안 좋으신 거 아닌가요. 병원이라도 좀 가셔야지.”
⑧ 고의적 역보복
층간 소음을 줄여달라는 요청에 고의적으로 소음을 더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보다 더 문을 크게 닫거나, 발등을 찍어 걷거나, 의자를 끄는 행위 등으로 아래층에 보복합니다. 그러면 아래층에서는 또다시 보복에 나서고, 위아래층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인근 이웃들이 불안한 상황 때문에 중재를 요청하지만 중재를 무시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화산 폭발' '쓰나미' 직전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항상 역지사지입니다. 상대가 오죽했으면 올라왔겠느냐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⑨ 물리적 폭력
층간소음 관련 민원 건수는 지난해 4만 2000건으로, 2019년(2만 6000건)보다 62% 늘었습니다. 올해는 더 증가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충돌은 늘어나는데 이를 해결할 뾰족한 수는 없어 보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피해야 할 게 물리적 충돌입니다. 지난 9월 전남 여수에서 층간 소음으로 위층에 사는 40대 부부를 살해하고 그 부모에게도 중상을 입힌 40대가 체포된 일이 있었고, 2018년에는 샌드백을 치는 아래층 주민을 도끼로 찍고 불을 지른 70대 노인도 있었습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사건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포악해지고 있습니다. 서로 너무 각박하고 힘들게 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더 힘들어질수록, 조금만 더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아량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층간 소음 해결을 위해 꼭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정리해보겠습니다.
층간 화해의 뉴스가 더 많이 나오는 새해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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