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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천 Dec 14. 2021

'층간소음' 어떻게 대응해야할까요

살인 유발 '층간소음'에 대응하는 슬기로운 6단계 대응법


층간소음 발생때 밟아야 할 6단계 대응 절차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제주에서는 소음을 내는 윗집 아이를 흉기로 위협한 30대가 구속됐고, 부천에서는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윗층 주인 노부부를 흉기로 때려죽이거나 중태에 빠뜨린 20대가 체포됐습니다. 인천에서 끔찍한 칼부림 사건이 난 게 엊그제인데 몸서리치는 층간소음 비극이 끝도 없이 계속됩니다.

     

 사과 용서 화해도 좋지만, 층간소음이 '발등의 불'입니다. 따뜻한 안식의 쉼터를 순식간에 살인 지옥으로 만들고, 언제 닥쳐올지 재앙에 떨게 만드는 층간소음 분쟁.  문제에 대해 좀 더 써볼까 합니다. 일전에 층간소음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들에 대해서는 정리한 바 있습니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입니다.  


https://brunch.co.kr/@zzomsenge/16



 이런 대처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웃과의 관계 개선 등 해결법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아이디어를 주십니다. 그러나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지사입니다. 뜻대로 안 됐을 경우,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합니다. 층간소음으로 고생하고, 해결책을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대처법을 '6단계'로 정리해 봤습니다.


①초인종 안되고 인터폰은 오케이


 층간소음이 참기 힘들어지면 생각하는 게 직접 항의 방문하는 것과 민원 제기, 경찰 신고, 소송 등입니다. 그러나 일단 직접 대면은 선택지에서 빼야 합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가 서로 감정만 상하고 상황만 악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이재만 변호사(법무법인 청파)에 따르면, 법원이 내놓은 층간소음 항의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인터폰이나 전화 문자, 쪽지, 가볍게 천장 두드리기 정도는 용인됩니다. 그러나 직접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거나 현관문을 두드리고, 문을 발로 차거나 밀치고 들어가는 행위는 모두 처벌 대상입니다. 큰 목소리도 항의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②경비실, 관리소장에 얘기할 때는 내용을 상세하게


 문자나 쪽지 등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에 따라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경비직원에 중재를 요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때는 무턱대고 하지 말고 층간소음 상황을 상세하게,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리해 전달해야 합니다. 민원 제기 사항과 조치 내용도 관리 대장에 기록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게 좋습니다.  시간을 갖고 준비해서 민원을 내는 게 좋겠다는 얘기입니다.  

층간소음 문제를 연구하신 '가려진시간' 작가님은 ‘층간소음에서 살아남는 방법-단계별로 항의하라’(https://brunch.co.kr/@rlqpsfkxm/611)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직접 층간소음을 확인하게 하고, 위층으로부터 죄송하다는 얘기를 하게 만드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런 내용들이 꾸준히 중재를 시도했다는 증거로 남아 그다음 단계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조언입니다. 사진이나 동영상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경찰 신고 같은 공권력 개입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으니 추후 옵션으로 남겨놓는 게 좋습니다.     


아파트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적극 활용해야


 그다음 단계는 아파트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는 방법입니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는 층간 소음 분쟁을 맡는 아파트 자치기구로, 관리사무소장과 아파트 입주자 등 3~5명으로 구성됩니다. 전국 17개 시도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층간소음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층간소음관리위원회 구성이 명시돼 있습니다. 서울시를 비롯한 11개 시·도는 이를 의무화했습니다. 대상은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승강기가 있거나 중앙난방을 할 경우 150가구 이상)입니다.

 

 중재 우수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 환경공단이 우수사례집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만들지 않은 아파트가 태반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2258개 단지중 1218곳(54%)만 위원회를 만들었다는군요. 다들 위원회가 층간소음을 해결해줬으면 하지만, 스스로 나서 골치 아픈 일에 얽히고 싶지 않은 거지요. 증간소음관리위원회가 없는 곳이라면 입주자 대표회의 등을 통해 민원을 제기할 수 있겠습니다.      


④정부, 지자체 공권력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이 공권력의 힘을 빌리는 단계입니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고, 중재를 전문으로 하는 행정부 기관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전문 행정기관으로는 한국환경공단(환경부 산하)이 운영하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1662-2642)와 한국토지주택공사(국토부)의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1600-7004), 지자체 들이 운영하는 층간소음민원센터(서울시 등 지자체가 운영.연락번호는 아래 표)등이 있습니다.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는 콜센터를 운영하며 현장조사(소음측정 포함)와 분쟁 조정 등을 해줍니다. 관리주체가 있는 아파트는 관리소장을 통해서, 관리주체가 없는 다세대나 연립주택은 개인이 중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은 인원이 연간 4만 건이 넘는 민원을 접수 처리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민원 접수 후 현장 조사를 나오는데만 짧으면 1개월, 늦으면 9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인원 확충과 전문성 강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신청된 현장측정 건 중 서울 지역은 환경보전협회에서 측정을 대행하고 있습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noiseinfo.or.kr) 참조


 때문에 서울시 광명시 인천시 등은 지자체별 층간소음민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력도 예산도 적잖게 투입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연락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 소음정보시스템(noiseinfo.or.kr) 참조


 LH가 만든 아파트의 경우, 국토부 산하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국번없이 1600-7004)에 층간소음 문제를 문의할 수 있습니다. 알선과 조정이 필요할 경우 국토부 공공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알선은 화해 유도이고, 조정은 화해가 안됐을 때 위원회가 조정안을 제시해 일정기간 내 양측이 받아들이도록 권고하는 절차입니다. 강제력은 없습니다. 5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는 중앙 공공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그보다 작은 단지는 16개 시도 공공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해 줍니다.   


https://namc.molit.go.kr/dpconcil/installationCondition.do?menu=5#none


 소송으로 들어가기전에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없이 132)을 통해 층간소음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등을 미리 알아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법률구조공단과 함께 대응방안을 강구하거나 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군요.

 

⑤경찰 신고도 옵션


행정부와 지자체 중재 전문기관을 거치는 방법도 있지만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습니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제3조 제1항 제21호)는 악기·라디오·텔레비전·전축·종·확성기·전동기(電動機)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층간소음 피해도 이에 준해서 경찰에 신고해 층간 소음의 시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큰 실효성은 없다고 보는게 합리적입니다.


⑥오래 걸리고 실익적은 소송은 '비추' 옵션


 맨 마지막이 소송입니다. 재판을 받을 수도 있고, 그 전에 1심 재판과 같은 효력을 미치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환경분쟁조정법)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해양오염, 자연생태계 파괴 등과 함께 층간소음 분쟁에 대해서도 알선·조정·재정을 합니다. 재정은 알선, 조정 다 안됐을 경우 위원회가 피해액을 판결하는 절차입니다.  민사의 1심에 해당합니다. 때문에 재판을 받기전에 준비해야 할 서류들이 적지 않습니다. 층간소음이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지 직접 측정한 기록과 중재노력 자료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등을 거쳐 올 것을 권고합니다. 때문에 시간이 적잖게 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중앙뿐 아니라 각 지방 환경분쟁조정위도 활동하고 있는데, 1억원 이상 사건은 중앙에서, 그 이하 사건은 지방 환경분쟁위에서 맡아 처리합니다. 지방 환경분쟁조정위 판결에 불복하면 중앙 환경분쟁위에서 재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락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국가 소음정보시스템(noiseinfo.or.kr) 참조

 

 정식으로 소송을 걸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가 해당됩니다. 우선 가처분 신청입니다. 층간 소음 피해자는 층간소음 가해자를 상대로 법원에 ‘층간소음을 발생시키지 말고, 자신의 거주지에 찾아오지 말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 가능합니다. 통상적인 수준 (수인한도) 이상의 층간 소음을 발생시켜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것을 증빙해야 합니다. 때문에 소송전 소음측정 결과, 이전 중재 노력과 결과 등에 관한 자료, 주변 사람 진술, 그 밖의 증거물(동영상 또는 음성 파일 등)을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권고할 만한 솔루션은 아닙니다. 최소 1년의 시간이 걸리고, 승소해도 위자료가 고작해야 100만~200만 원(그간 최대 판례가 500만 원)에 그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가급적 피해야 할 선택지라고 권고합니다. 

      



 층간소음 문제가 사회 문제화된 지 오래됐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해결책은 요원합니다.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사고는 점점 잔인하고,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복합적입니다. 공동주택 부실 건설 문제부터 공동생활에 관한 기본 교육 부족, 관련 법과 제도 미비, 분쟁 조정 시스템 미흡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단순히 개인적 인성문제나 이웃 간 싸움으로 볼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 모두 발 벗고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중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소음 걱정 없는 공동주택 건축입니다. 너무 층간소음에 대해 안이한 생각으로 건물을 지은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그 문제는 다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층간소음 비극 없는 세상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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