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직생 꿀팁 84... 후배 편(34)
한 그룹 회장님이 있었습니다. 말을 하는데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웅얼웅얼거려서 도저히 해독이 불가했습니다. 비서가 써준 걸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회장님이 하루는 야외 행사장에서 준비한 축사를 읽는데 바람에 자료가 날아갔습니다. 비서가 황급히 자료를 주워왔는데 순서가 뒤죽박죽이 됐습니다. 그걸 회장님은 웅얼 웅얼 아무런 일 없다는 듯 다 읽었습니다. 참석자들이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웅성거렸습니다.
그 그룹에서는 회장의 난해한 언어를 해독하는 ‘특출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출세한다는 게 정설이었습니다. “아 그 뭐야 거시기 있잖아” “그 누구야, 그 사람 어디 갔어” 이렇게 대충 말해도 바로 알아듣는, 개똥 같이 얘기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요즘 AI 용어로 ‘맥락 인터페이스’가 좋은 사람이죠. 실제로 그런 인물이 해당 그룹의 부회장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오늘 얘기하고 싶은 건 소통 능력입니다. 소통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사실 회사 일의 절반 이상이 소통에 관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업무 시간의 절반 이상이 소통과 대화로 이뤄져 있습니다. 회의와 보고, 그리고 리뷰. 모두 소통 절차입니다.
소통이 잘 되면 일은 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웅얼거리는 회장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력, 자원이 낭비됐을지 생각해 보세요. 고급 인재들이 모여 회장님 말의 의미를 추론하고, 해석하고, 다시 확인하고, 그러다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나요.
그런데 문제는 위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요즘은 부하 직원들과의 소통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도통 말을 하지 않아서 더 그렇다고 합니다. 대면 소통에 익숙하지 않고, 카톡 문자 디엠 등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세대들이어서 그럴 수 있습니다.
뭔가 얘기를 하려고 마주 앉으면 벌써 눈동자부터 어쩔 줄 몰라 허공을 헤매고, 뭔가 지적이라도 하면 울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여러 선후배들과 혼나고, 부대 끼고, 술 마시고, 괴로워하며 직장 생활을 한 상사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대화 자체가 겁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직원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소통과 대화가 어려운 직원들이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특출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젊은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언어, 습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눈높이를 맞춰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젊은 직원들도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지금 직장을 당신이 선택한 이상, 함께 일하는 선배들과 호흡과 보폭을 맞추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명심하세요. 젊은 당신이 그렇게 혐오하는 선배들도 한 때 퇴근 후 소주잔을 기울이며 선배들을 욕하며 불타는 열혈 청춘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빤질빤질한 ‘빤대’라는 소리를 듣는 당신이 꼰대 소리 듣는 것도 순식간이라는 사실을.
꼰대 빤대 소리를 듣지 않는 유일한 해결책은 소통입니다. 부지런히 얘기하고 나누세요. 그래야 세상이 평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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