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범이 될 것인가, 사상범이 될 것인가

슬직생 꿀팁 95... 후배 편(45)

by 이리천


코로나로 병가 중인 직원이 회사로 전화했습니다. “팀장님, 몸살은 나았는데 아직 몸이 좋지 않습니다. 나가도 될까요?” 팀장을 떠보는 멘트입니다. 팀장은 병원 소견서를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다음날 직원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출근했습니다.


팀장으로부터 그 얘기를 전해 듣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당 직원이 제대로 사회생활 요령에 대해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불운아라는 점, 그리고 그대로 가만두면 ‘잡범’으로 사회생활을 조기 마감할 것이라는 예감이었습니다.


필자가 그 직원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팀장님, 몸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약간 기침이 나지만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마스크 쓰고 내일 출근하겠습니다.” 아마 그러면 십중팔구 팀장은 이렇게 답했을 겁니다. “며칠 차도를 보고 기침이 완전히 멎으면 나오는 게 좋겠네요.”


한국말 참 배우기 어렵다는 게 외국인들의 이구동성입니다. 정작 한국인들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미묘한 어감을 잘 살리지 못해 난처해합니다. ‘나가도 될까요’라는 질문과 ‘나가겠습니다’라는 말은 비슷한 글자 수에다 주제도 똑같지만, 뉘앙스는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는 나가기 싫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고, 후자는 나가고 싶은데 동의해 달라는 주문입니다. 전자는 상대를 떠보는 질문이고, 후자는 동의를 구하는 통지입니다. 나가도 될까요라는 질문은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고, 나가겠습니다는 문장엔 동료들과 조직을 위해 나가야 될 것 같다는 희생의 의미가 포함돼 있습니다.


전자류의 질문을 하는 직원들을 필자는 ‘잡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이득을 위해 주위 사람들을 현혹하고 떠보고 갈등을 조장합니다. 조직에서 인정받기 힘듭니다. 일을 제법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신뢰를 얻지 못합니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마감하게 됩니다.


후자류의 화법을 쓰는 직원들은 ‘사상범’입니다. 설령 일이 잘못되더라도 인정을 받습니다.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이 인정돼서 실수를 해도 타격을 받지 않습니다. 실패해도 곧 재기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교도소에서도 잡범과 사상범은 대우가 다릅니다. 잡범은 멸시를 받지만, 사상범은 존경을 받습니다. 차이는 하나입니다. 일신의 영달을 위했느냐, 대의를 따랐느냐는 겁니다.


병가 중인 직원의 말 한마디에 뭘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느냐고 질책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될 성 부른 나무는 싹만 봐도 안다고 했습니다. 입에서 나가는 모든 것이 곧 당신이 됩니다. 잡범이 되느냐, 사상범이 되느냐는 당신의 화법에 의해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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