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의 ‘무개념 사과’에 대해

진정성도 없고 내용도 부실한 사과에 크게 실망함

by 이리천


사람이나 회사나 나라나 모두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합니다. 항상 기세등등하게 살 수는 없습니다. 잘 나갈 때 겸손해야 넘어지고 힘들 때 도움을 받습니다. 잘못했을 때도 삭삭 비는 게 좋습니다. 잘못한 게 없다고 고개 쳐들어봐야, 대충 뭉개고 가려해 봐야 결국 자기 손해입니다.


카카오페이가 그렇습니다. 카카오페이는 정말 잘 나가는 회사입니다. 지난해 11월 3일 상장하자마자 금융 상장사 기준으로 시총 2위, 코스피 13위에 올랐습니다. 공모주 청약에 182만 명이 모였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9만 원)의 두 배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간편 결제 서비스로 시작해서 증권 보험까지 진출한 새로운 핀테크 강자에 투자자들은 환호를 보냈습니다.


경영진들은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받아놓은 스톡옵션만 수십억~수백억 원에 달합니다. 류영준 대표는 스톡옵션 가치가 1500억 원에 달한다는 애기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화근입니다. 경영진들이 지난해 12월 8일 스톡옵션을 한꺼번에 팔면서 사달이 난 겁니다. 그것도 상장 한 달만에 한 날 한 시에 한꺼번에 매도한 겁니다. 경영진들이 스톡옵션을 판 게 위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경영진이 주식을 팔면 '매도 신호'로 읽힙니다. 더구나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은 상장때 개미 투자자들에게 주주들이 상장후 팔고 나가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본인들은 한 달만에 주식을 몰래 판 거지요. 한 마디로 뒤통수를 친 겁니다. 주가는 한 달만에 27% 이상 곤두박질쳤습니다. 개미 투자자들과 기관, 직원까지 모두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배신했다 “며 아우성을 치는 것도 당연합니다.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12150286i


http://www.newsway.co.kr/news/view?tp=1&ud=2021121315371542311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은 여러 변명을 합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오는 3월 카카오 공동대표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스톡옵션을 팔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다른 경영진들도 대주주 양도세(보유 주식 가치가 10억 원(또는 지분율 1%)이 넘어가면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이 중과되는 제도) 문제 때문에 팔 수밖에 없었다고도 합니다.


물론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처녀가 아이를 낳아도 할 말이 있고, 콩 밭에 소 풀어 놓고도 할 말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했는 지가 아닙니다. 누구든 잘못을 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뒤의 처신입니다.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은 주가가 폭락하고,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한 달만에 나서 사과합니다. 그런데 내용도 형편없고, 진정성도 없어 보입니다.


류영준 대표는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상장사 경영진으로서 가져야 할 무게와 책임감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류 대표의 후임자로 내정된 신원근 기업전략 총괄 책임자는 "상심이 크셨을 주주와 크루 등 이해관계자 분들께 사과드린다.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및 주식 매도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점검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 경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게 끝입니다. 헛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과란 무릇 5가지(5R)가 충족돼야 합니다. ①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는지 적시(Recognition) 하고 ②그게 자신의 책임(Responsibility) 임을 인정하고 ③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는 양심의 가책(Remorse)이나 죄책감을 표현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④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배상(Restitution)을 약속하고 ⑤재발(Repetition) 방지까지 약속해야 합니다.


https://brunch.co.kr/@2877e99751154fc/7


류 대표는 사과한다고 했지만 자신이 뭘 잘못했다는 건지, 잘못한 점을 인정하고는 있는지, 또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 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상하겠다는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재발 방지를 약속하겠다는 건지 모두 생략했습니다. 상장사 경영진으로서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은 혼자 골방에서 일기장에 쓰면 되는 내용입니다. 이미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혀 신뢰를 잃은 경영진이 이제 와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는 게 시체 말로 말인지 밥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카카오페이 노조는 류 대표의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경영진을 중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입니다.


저는 주식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분야에서든지 사과와 용서, 배려, 화해가 필요하고, 그런 품격 있는 행위를 통해서만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점을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이 잘못을 했지만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고, 주주들과 직원, 그리고 카카오를 응원한 국민들에게 겸허하게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랬습니다.


그런데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은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도, 보상을 약속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면피성 발언으로 대충 때우고 가려는 모습만 보였습니다. 그런 회사에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사과 같지 않는 사과가 나온 후 주가는 더 떨어졌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카카오가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용기 있는 조치로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바랍니다.



브런치라는 좋은 마당을 제공한 카카오를 무거운 마음으로 꾸짖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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