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태와 '사과 않는' 김범수

선한 의도와 욕심이 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은 케이스

by 이리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저서 '노예의 길'에서 한 말입니다. 세상만사 좋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때론 의도와 다르게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수 있습니다. 모든 이에게 공평한 결과를 보장하겠다는 공산주의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베네수엘라의 포퓰리즘도 모두 지극히 아름다운 취지에서 시작됐다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케이스입니다.


카카오의 위기도 근본적으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언론들은 카카오 그룹이 휘청거리고 주가가 폭락하는 이유를 실적 하락이나 일부 경영진의 일탈행위(상장 후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몰래 매각한 행위)로 설명합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바로 카카오와 14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김범수 의장의 '선의'와 '욕심'입니다. 왜 그럴까요.




카카오는 네이버 대표이사였던 김범수가 독립해 2008년 설립한 '아이위랩'이 전신입니다. 2010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잭팟을 터트린 후 다음을 인수 합병하고 사업을 금융(은행 증권 보험)과 모빌리티(대리 콜택시 등), 엔터테인먼트(게임 음악 웹툰 웹소설 등), 벤처 투자 등으로 확장해 갔습니다.


카카오는 12년 만에 계열사 141개에 연 매출 4조 원, 당기순이익 2000억 원, 시총 43조 원(코스피 시총 9위)의 거대 그룹으로 컸습니다. 친정인 네이버와 맞먹는 기업이 됐고, 웬만한 국내 유수 굴뚝기업들을 다 제친 셈입니다. 식구도 카카오만 3200명, 계열사까지 합하면 2만 명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대단한 성공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 성공의 뒷면에 위기의 암초가 숨어있었던 겁니다. 뭘까요.


김 의장의 기업 이념은 종합 정리하면 '한국에 없던 기업으로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기업이 더 나은 세상 만든다' 정도입니다. 그는 이를 위해 후배 양성을 강조합니다. 후배 기업인 100명을 육성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들에게 키우고 육성하면서 함께 크겠다는 것이죠. 요즘 강조하는 ESG 경영을 처음부터 생각했던 거지요.


실제로 김 의장은 후배 기업인들 육성에 열정적으로 뛰어듭니다. 투자하고 지도하며 키워냅니다. 또 후배 CEO들이 스타트업처럼 독립적으로 경영하도록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합니다. 관계도 그룹과 계열사가 아니니라 공동체로 표현합니다. 김 의장은 후배 기업인들을 눈여겨봤을 겁니다. 후계자 감도 찾아야 하니까요. 그들의 경쟁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봤을 겁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경고등'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성장에 매몰돼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카카오스러움이 잊힌 거지요. 계열사 기업인들은 각자 실적에 매몰됐고, 사회공헌이나 혁신 등은 2순위로 제쳐두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가 계열사들의 골목상권 침해와 택시비 인상, 이번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의 '주식 먹튀'라는 모럴 해저드 등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계열사 간 무한 실적 경쟁 속에서 벌어진 참사라고나 할까요.


카카오는 그제 그룹의 계열사 관리를 강화하고, 경영진의 주식 매도를 상장 후 2년간(임원은 1년) 제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이사 명의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또한 잘못된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과한다거나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부적절한 행위로 주주들이 입은 피해는 어떻게 보상하겠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또 사과의 주체도 틀렸습니다. 실질적 그룹 총수인 김 의장이 직접 나서서 겸허하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카카오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직접 밝히는 게 도리입니다.


특히 이번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먹튀'사건의 경우는 김 의장 자신이 직접 초래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사퇴하고 어물쩍 덮고 갈 일이 아닙니다. 젊고 일 잘하는 후배 CEO를 계열사 상장 직후 그룹 CEO로 발탁한 것은 그 자신입니다. 국민주 방식으로 180만 명이 넘는 소액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상장하자마자 CEO를 바꾸는 것은 그의 능력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에 대한 기만행위나 다름없습니다. 통상은 상장 후 1~2년 더 일하게 하는 게 도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페이 대표와 경영진들이 작당해서 스톡옵션 돈잔치를 벌였으니 민심이 조용할 리 없습니다. 주가가 폭락하고 카카오 위기론이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계열사들의 모럴 해저드를 막을 장치도 없이 무한 경쟁을 시키고, 성장의 과실에 취해 더 큰 성장과 수익만을 추구했던 지난 10여 년. 카카오는 그러고도 지금 글로벌 사업을 키우겠다고 욕심을 부리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사람이나 신뢰를 잃으면 끝입니다. 카카오가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오너부터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그 첫걸음은 김 의장 자신의 겸허한 사과와 반성, 주주 보상책이어야 할 것입니다.



제대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리더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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