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웃픈 일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런 사례들을 정리해봤습니다.
①집 매수자와 하룻밤 동침한 사연
최근 층간소음 때문에 이런 일까지 벌어지나 싶을 사례를 받았습니다. 안양에 계신 분의 사연인데, 집을 내놓은 지 2주 만에 매수자가 방문했고, 이 분이 층간소음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저녁에 자봐도 되냐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지만, 집을 팔아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기에 그러라고 했다고 합니다. 아마 원룸이었던 모양입니다. 주인은 침대에 누워 자고, 매수자는 바닥에 누워 자고.
상상이 되세요? 그 어색함? 집주인과 매수자가 동성인지 이성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마 동성이겠지요. 이성일 수도 있고요. 아무튼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일면 생각해보면 얼마나 매수자 측에서 층간소음에 얼마나 민감하게 느꼈기에 그런 부탁을 했는지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대부분 그렇잖아요. 비가 새는 집에서 살면 비만 안 새는 집이면 된다고 해서 이사 갔다가 찬바람 들어오면 다음 이사 때는 비 안 새고 참 바람을 막아주는 집을 찾는 식으로. 아마 층간소음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은 매수자임에 틀림없습니다.
②“월 25만 원에 층간소음 참아주기로 했어요”
층간소음으로 싸우던 윗집과 월 25만 원에 층간소음에 대해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는 사연도 있습니다. 지난해 초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 올라온 사연인데요, 위층의 아이들 뜀박질 때문에 전쟁을 치르던 분이 월 25만 원의 상품권을 받기로 하고 딜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분을 이걸 ‘금융치료’를 받았다고 재밌게 표현하셨네요.
간단한 내용이지만, 이 역시 그간 얼마나 말 못 할 사연이 그 배경에 깔려 있을지 짐작됩니다. 오죽했으면 윗집에서 저런 딜까지 제안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댓글들이 재밌습니다. “그 정도 보상이라면 개이득”이라거나 “날 상품권을 매수한다면 받아주지”등등.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아래층 분의 반응입니다. 25만 원을 받고 나니 위층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실일까요.
그런 경우는 있다고 들었습니다. 철길 옆에서 사는 사람은 처음엔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자다가, 나중엔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안 들리면 잠을 못 잔다고 하는군요. 일종의 ‘인지 소음’ 효과인데요. 위층에서 나는 소음의 원인과 발생자를 알고 나면 소음 정도가 저감 된다고 합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가설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아래층분이 그 후에도 계속 상품권을 받고 있는지 아니면 얼마간 받다가 위층과 층간소음에 화해키로 합의했는지, 이사 갔는지 궁금합니다.
2018년 컬투쇼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위층의 위층으로 올라가 위층 층간소음에 보복했다는 내용입니다.진행자들이 사연을 상당히 코믹하게 그리고 있지만, 이 역시 얼마나 층간소음에 힘들었으면 저런 방법까지 동원했겠는가 싶어 안쓰럽습니다. 아무튼 아래층 아주머니는 그 후 위에 위층 아주머니와 도원결의 수준으로 친해졌다고 하네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층간소음도 해결하고, 좋은 이웃도 만나는 1석2조 해결법입니다. 다만, 위층 주민이 이 같은 보복을 받아준다는 조건입니다. 추측건대 열에 아홉은 그런 보복 소음에 반격할 가능성이 있으니 그런 방식을 채택할 때는 위층 성향도 면밀히 파악한 후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말 조선일보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헤어진 연인들에게 선물을 돌려 달라고 통보할 때도, 아래층과의 층간소음 분쟁 때도 내용증명을 활용하는 게 어떤 추세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겁니다. 직장인 유모(29)씨가 이사 후 관리실로부터 문 닫는 소리나 통화소리에 대해 위층으로부터 항의를 받게 되자, 직접 찾아갔더니 ‘또다시 직접 대화를 시도할 경우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이 왔다는 내용입니다.
내용증명은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사항을 우체국을 통해 전달하는 문서입니다. 젊은이들이 이렇게 번거로운 내용증명을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보입니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이를 받은 사람에게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또 나중에 만약 소송전으로 가게 되면 내용증명을 증빙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아무튼 빈틈없는 젊은 세대입니다.
SBS의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서 지난해 말 방영한 사연입니다. 제작진은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악취 때문에 3년간 층간 분쟁을 벌였다는 제보자의 집에 가서 뜻밖의 원인을 찾아냅니다. 제보자의 집에 있던 오래된 클렌징크림에서 나는 썩은 냄새를 아래층에서 향을 피우는 냄새로 착각해 3년간 아래층을 괴롭힌 것입니다. 얼마나 황당하고 무안했을까요. 아래층에 가서 삭삭 빌고, 그동안 중재를 못한다고 면박한 관리소에도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층간소음. 층간 악취. 가끔은 소음이나 악취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엄한 사람을 죄인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SBS 소개 사례도 그렇고, 그 같은 사례가 실제로 비일비재합니다. 민원을 제기하거나 남을 탓할 때는 반드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시간을 갖고 세밀하게 준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