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문제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관심 가지고 글을 쓰고 있는데 요즘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층간소음 해소 공약을 내놓았는데, 내용이 그럴듯합니다. 그동안 건설사들이나 전문가들이 제기했던 내용들이 거의 다 포함돼 있습니다. 물론 실천이 관건이겠지만요.
더불어민주당이 2월 1일 발표한 '층간소음 제로 사회' 공약 에는
1. 층간소음 기준 상향 조정
2. 층간소음 현장진단 서비스 강화
3. '111' 층간소음 분쟁 긴급 중재서비스 도입
4. 층간소음 등급 인증제 도입
5. 소음 차단형 주택에 대한 용적률 상향 추진
방안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기둥식 아파트 용적률 올려준다
이중 제일 눈에 띄는 게 소음 차단형 주택 용적률 상향입니다. 기둥식 아파트가 층간소음이 적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요, 건설사들이 그동안 기둥식 아파트 건축을 꺼린 이유는 건설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벽식 구조는 층고가 2900㎜로 3.3㎡당 골조 공사비가 평균 66만 원 들어갑니다. 반면 기둥식 구조는 층고가 3250㎜로 높아 골조 공사비가 3.3㎡당 82만 원으로 16만 원이 더 들어갑니다. 32평형 아파트로 치자면 골조 공사비가 평당 16만 원, 총 512만 원이 더 들어가는 셈입니다. 기둥식이 벽식보다 빨리 지을 수 있는 반면 들어가는 비용은 많고 분양가는 제약을 받기 때문에 그동안 꺼려왔던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기둥식 아파트를 지으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준다는 건데요. 그동안 건설사들과 전문가들이 요구해 온 바로 그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20층짜리 아파트 5개 동 단지를 벽식 대신 기둥식으로 짓는다면 아마 한 개층만 더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해줘도 아파트를 기둥식으로 안 짓는 건설사들이 없을 겁니다. 5개 동을 한 개층만 더 올릴 수 있게 해도 최소 10가구를 더 분양할 수 있는 거죠.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용적률이 높아져 한개층을 더 올릴 수 있다면 더 들어가는 비용을 뽑고도 남게 됩니다.
이사 전에 아파트 층간소음 등급 확인 가능
층간소음 등급 인증제도 좋아 보입니다. 아파트 분양 때 층간소음 인증을 제대로 받고, 공개하는 것은 물론 기존 주택들도 층간소음 측정을 정확히 받아 공개하면 새 아파트에 입주하거나 이사하는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분양 때 건설사들이 내놓은 층간소음 정보를 믿을 수 없고(공고 안 해도 그만), 기존 주택의 경우는 거의 '깜깜이' 수준입니다. 그런데 정확한 측정을 받아 층간소음 관련 정보를 자신 있게 공개한다면 신뢰도가 높아져 집 값도 올라가고, 입주자에게나 새로 이사 가려는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층간소음 방지 설계 심사 의무화
또 공동주택의 사업승인이나 건축허가 단계부터 층간소음 방지 설계의 타당성을 심의 항목에 포함시키고, 정확한 층간소음을 위해 세계 표준인 '임팩트볼' 방식을 도입한다는 내용도 성의 있는 공약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얼마 전 국회를 통과된 층간소음 사후 인증제(층간소음 건설사 책임제)까지 하반기부터 시행될 경우 정말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아파트를 짓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111' 층간소음 긴급출동 서비스
그 밖의 내용들도 다 좋습니다. 층간소음 분쟁 발생 시 신고할 수 있는 ‘111’ 긴급출동 서비스 번호를 신설해 경찰이 즉각 현장 출동하게 한다든가, 층간소음 현장 실측 진단 서비스를 강화하는 내용 등입니다. 층간소음 분쟁이 일어나도 소음으로 인정받는 비율이 극히 드물다는 점을 감안해 층간소음 인정 기준을 현재(야간 38, 주간 43 데시벨)보다 3~5 데시벨 정도 더 높이겠다는 것은 이미 환경부에서 추진하겠다고 한 내용입니다.
어쨌거나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전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좋은 공약을 내놓은 것은 박수를 받을 일입니다. 당연히 국민의힘이나 다른 당에서도 공약이 나올 거라 기대합니다. 어떤 당이 집권하더라도 약속을 꼭 지키고 제발 층간소음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힘을 써주기를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