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방의 비밀① 의문의 죽음

by 이리천

한숨도 못 잔 눈엔 핏줄이 섰다. 헛헛한 마음으로 출근하자마자 담배부터 찾는다. 담배 밑동을 왼손 엄지손톱 위에 툭툭 털고, 재빨리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다. 지포 라이터의 부싯돌을 튕겨 불꽃이 튕길 때 나오는 알싸한 휘발유향. 그 냄새와 함께 담배를 힘껏 빨아들인다. 연기는 입안으로 들어오지만, 머릿속으로 은은한 커피 향이 퍼진다. 정애라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비로소 안도감이 밀려온다. 신문사 출근길 내내 지끈거리던 머릿속이 개운해지기 시작한다.


‘예삐’ 시체를 발견한 것은 지난밤 퇴근 후였다. 언제 죽었는지 이미 싸늘히 식어 뻣뻣이 굳은 상태였다. 잘못 먹은 것도 없고, 밖에 나간 적도 없었다. 누가 때린 흔적도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머릿속이 사이렌처럼 윙윙대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없이 예삐를 들쳐 안고 병원으로 뛰었다.


반쯤 감긴 눈으로 나온, 귀밑 살과 뱃살이 통통하게 오른, 푸석한 얼굴의 젊은 수의사는 건성건성했다. 종종 있는 일이다, 그냥 강아지 사체를 들고 돌아갈 거냐, 아니면 부검을 해보겠느냐. 개새끼. 나오는 욕을 겨우 참는다. 참자. 참자. 수술실 창문 너머로 메스 패드가 보인다. 어쨌든 예삐 몸에 칼을 댈 수는 없다.

자정 넘은 시간, 그녀는 아파트 뒤편 산자락을 판다. 차라리 내 가슴을 파고, 나를 묻는 게 나을 텐데. 그녀는 소리 없이 울음을 삼킨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예삐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까. 누구한테 하소연할까. 울음을 멈출 수 없다.


예삐를 만난 건 4년전이다. 대학 학보사를 거쳐 어찌어찌 지방 신문사에 들어간 직후였다. 남들은 망해가는 언론사 왜 가느냐고 했다. 방송사도 아니고. 그러나 사람 만나는 게 좋았다. 이름 석 자 활자로 박히는 것도 매력이다. 가장 즐거웠던 것은 독립이었다. 엄마의 한도 끝도 없는 잔소리로부터의 해방.


회사에서 도보로 20분 거리 아파트를 빌렸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애완견을 알아봤다. 갓 태어난 4마리를 분양한다는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치와와. 인형 같은 외모에 선량하기 짝이 없는 눈망울. 첫 눈에 반했다.


예삐는 그녀의 삶 자체였다. 힘들고 고된 언론사 생활. 지킨 몸을 이끌고 들어오면 예삐는 그녀의 친구이자, 따뜻한 연인이자, 아낌없는 조력자가 돼 줬다. 반겨주고, 핥아주고, 안겨주고. 무엇보다 예삐에게 뭔가 얘기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아이디어들이 툭툭 터져 나왔다. 내가 한 얘기 맞아. 어떻게 이렇게 신박한 생각을 했을까. 모두 예삐가 준 영감 때문이야. 그럴수록 예삐가 더 귀엽고 예뻐 꼭 안아줬다.

예삐는 그동안 한 번도 아파본 적이 없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같이 살자며 6개월마다 건강 검진도 꼭꼭 시켰다. 어제 아침 나올 때 만해도 일찍부터 일어나 신나게 꼬리를 말아 흔들던 얘였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정애라는 담배 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인다.


딱 하나 걸리는 게 있기는 하다. 그저께 무심히 올린 단신 기사 하나. K시의 대표 맛집이자 명물인 중국집 ‘신라방’ 음식에서 손톱 비슷한 게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시청 위생과에서 점검차 들렀지만,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단순 해프닝이었다.


마침 부장으로부터 기사 조회 수 닦달 메시지가 날라 왔다. 아, 피곤해. 그냥 면피용으로 하나 올려놓을까. 20 문장이나 될까. 노트북도 꺼내지 않고, 그냥 핸드폰으로 슥슥 썼다. 그렇게 올린 기사에 이상하리만큼 클릭수가 빠르게 붙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퇴근했다.

그리고 하루도 안돼 예삐가 죽은 것이다. 그 외엔 도통 생각나는 게 없다. 이제 입사 4년 차 햇병아리 기자에게 무슨 대단한 일이 있겠나. 밀려드는 쓰레기 같은 홍보성 보도자료들. 어떻게든 자기 얼굴을 알리고 싶은 속물들의 인터뷰 요청. 지방 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추잡한 후보 관련 얘기들. 하나같이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이야기뿐이다. 홈런을 원하지만 그녀에게 허락된 것은 항상 번트와 희생타인 것 같았다. 신라방 기사도 그런 종류라고 생각했었다.

정애라는 담배에 또 불을 붙인다. 더 깊숙이 연기를 빨아들이지만 예삐 생각에 눈물이 더 나올 것 같다. 개운한 맛도 사라졌다. 다시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문제를 풀지 않고는 오늘도 잠을 못 잘 것 같다.

4층짜리 신문사 건물을 싸고도는, 면도날처럼 찬 바닷바람에 한기가 확 밀려든다. 담배 연기와 침을 함께 깍, 퉤, 뱉는다. 꽁초를 구둣발로 짓이기며 가방을 들춰 맨다.


그래, 밥 먹기 전 신라방부터 한번 가봐야겠어.

그러고 보니, 신라방과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적지 않게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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