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를 끼고 있는 K시의 구(舊) 도심은 어느 지방도시와 마찬가지로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한때 쌀 적출항으로 번성했으나, 이제 그 흔적이라고는 좁은 도로 양쪽에서 벗겨지고 무너져가는 오래된 건물들뿐이다. 목재, 합판, 조선 관련 기업들마저 중국과의 교역이 줄면서 하나둘씩 뜨기 시작했다. 직장이 사라지자 인구도 신도시 쪽으로 물밀듯 빠져나갔다.
시민 30만 명 중 구도심에 남은 사람은 이제 채 5만 명이 되지 않는다. 아직 이사를 가지 않은 시청과 경찰서 등 관공서 때문에 낮에는 그럭저럭 사람 구경을 할 수 있지만, 저녁은 무서울 정도다. 가로등만 있을 뿐 인적을 보기 힘든 저녁거리. 가끔 ‘유령 도시’ ‘퇴락한 도시’를 주제로 영화를 찍을 때 K시는 로케이션 후보로 빠지지 않는 그런 곳이다.
그 구도심 한 가운데 자리한 신라방. 이 가게는 이 도시에서 물 위의 기름같이 이질적인 존재다.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번듯한 건물도 그렇고, 한번 먹으면 끊을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음식 맛과 아침부터 끊이질 않는 손님 대기줄도 모두 생경하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있는 오아시스요, 동경 대지진 때 홀로 살아남은 제국호텔의 위용이다.
신라방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우선 메뉴가 하나뿐이다. 일명 ‘마약 짬뽕’으로 불리는 해물 짬뽕이 유일하다. 짜장과 짬뽕, 탕수육과 만두, 양장피 유산슬 깐풍기로 이어지는 수십 가지 메뉴를 늘어놓은 여느 중국집과 다르다. 비주얼도 특별한 게 없다. 해물이 좀 많다는 정도? 그러나 맑지만 진하고, 맵지만 달짝지근하고, 텁텁하지만 담백한, 그 형언할 수 없는 국물 맛과 신공의 쫄깃 면발은 한번 맛을 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게 하는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가격은 2만 원. 중국집이 많기로 유명한 K시 다른 가게보다 2~3배다. 그런데도 항상 전국 8도와 해외에서 까지 손님들이 들끊는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예약도 안되고, 포장도 안된다.
신라방 짬뽕에 대한 평가는 충격적이다. 가게를 수차례 찾은 미슐랭 가이드의 한 평가원은 한 언론과의 익명 인터뷰에서 마약 짬뽕에 대한 평가는 자신의 능력 밖이라고 공언해 버렸다. 신라방을 위한 별도의 중국음식 등급을 만들어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해방 직후부터 신라방에서 짬뽕을 먹었다는 할아버지는 아들 내외를 따라 해외에 나가 살다 폐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자, 신라방 짬뽕을 먹길 소원했다. 남은 시간은 길어야 1개월. 그러나 노인은 K시 호텔에 짐을 풀고 신라방 짬뽕을 먹기 시작해 2년을 더 살았다.
그 외에도 마약 짬뽕을 먹고 식욕을 찾은 40대 불임부부가 아이를 갖게 됐다는 얘기부터 정서불안 수험생이 짬뽕을 먹고 좋은 대학에 붙었다는 얘기까지 신라방을 둘러싼 미담과 과장, 전설은 무엇이 진실이고 소문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한 확대, 재생산돼갔다.
이러니 언론과 매체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 국내외 방송과 신문, 케이블 TV는 물론 유튜버와 맛집 블로거까지 매체 종류와 국적을 불문하고 신라방과 메뉴를 소개하지 않는 곳이 없을 지경이다. 정치인들도, 지자체도, 심지어는 기업들도 ‘신라방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신라방처럼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게 단골 멘트. 그러나 정작 신라방엔 그런 광고도, 글 판도 없다.
신라방 인기를 한층 더 부채질하는 요인이 신비주의다. 3대 경영자이자, 창업자의 손주 며느리인 김미영 사장은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하다. 방송사도, 신문사도, 맛집 인플루엔서들도 별별 수를 다 써서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바빠서 할 틈이 없다는 게 그의 답변이다. 그 집 주방을 들어간 본 사람도 없고, 레시피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다. 해물이나 채소 등을 대는 거래처도 비밀이다. 다국적 식품회사들도, 국내 대기업들도 모두 탐낸다는 소스는 김 사장과 두 명의 주방장이 만든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음식점이 소문나면 확장하기 마련. 그러나 신라방은 해방 후 그 자리 그대로다. 분점도 없다. 프랜차이즈나 밀키트 제조에도 관심이 없다.
한 번은 국내 굴지의 종합식품기업 S회장이 직접 신라방을 찾아와 짬뽕을 먹어본 후 김 사장을 불렀다. 그는 진심을 담은 간절한 얼굴로 함께 의기투합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손님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드셨으면 자리를 비워주세요”라는 게 다였다. 얼굴이 벌게진 회장이 흠흠 헛기침을 수차례 하다 일어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그런 믿거나 말거나 얘기들은 뜨내기 외부인들과 관광객들의 관심거리일 뿐이다. 정작 K시 시민들은 궁금한 게 따로 있다. 오래전부터 쉬쉬하지만, 서로 궁금해서 죽지 못하는 질문들. 정애라가 막 의심하기 시작한 것처럼, 70년 다 된 그 이층짜리 건물과 절대 웃지 않는 그 집 사람들을 둘러싼 괴이하고도 이상한 소문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