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모드에는 2층 버스가 최고G : 타이베이시티투어버스
대만은 일본인가 중국인가 ( 6 )
나는 운전 면허증이 없다
고로 차가 없다
하지만 드라이브를 좋아한다
어떻게? 버스로...
내 고향 부산에는 악명 높은 산복도로가 있다
바다와 부산역이 내려다보이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부산 아재 특유의 터프함으로 내달리는 만원 버스 안에서
몸은 좌우로 위아래로 흔들리지만 손잡이조차 여의치 않아
이것은 롤러코스터인가 버스인가 헷갈릴 때쯤이면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등하교 출퇴근 시간이 아닌
한적한 버스, 아니 앉아서 갈 수 있는 버스에서 바라보던
한없이 빛나던 바다이든
산을 가득 채운 삶의 불빛이든
가슴이 찡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특히 맨 뒷좌석에 앉으면 리무진의 주인이라도 된냥
이렇게 운전자가 딸린 큰 차로 드라이브라니
혼자 헛생각을 하며 키득거리기도 했다
이런 기억이 남아서인지 어째서인지
종종 시티투어 버스 혹은 관광투어버스를 이용한다
둘이서 여행한다면, 동남아나 중국이라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택시나 우버, 그랩을 이용하지만
혼여 중에는, 생존여행 중에는 조금 부담스럽다
더구나 대만은 택시 기본요금이 한국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문맹에 벙어리인 여행객이
버스를 타기도 쉽지 않다
지하철은 계단 오르내리기 힘들고
풍경을 볼 수 없어서 한국에서도 이용하지 않으니 패스
보통 시티투어버스는
적당한 가격에 일정 시간 내에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가장 핵심 관광지를 잇는 노선이 주를 이루니
혼여객에겐 딱이다
더구나 날씨 좋을 때는 이층 버스에서 바람을 맞으며
아이 앰 어 투어리스트
티를 팍팍 내면서
여행 온 기분을 왕창 만끽할 수 있다
평소에도 버스 드라이브를 즐기는 나로서는
혼자인 시간이 있으면 어디서든 시티투어버스
타이베이에서는 역시나 타이베이역에서 출발~~
표를 사고 시간을 확인하고 탑승....
레드라인과 블루라인이 있는데
둘 다 이용 가능....
블루라인의 목적지는 고궁박물원 벗뜨
아무리 내가 박물관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제의 헤드뱅잉이니 무전취식이니 그 난리를 겪고
-앞에 편들 참조-
박물원 올라가는 계단을 보니
-내적 갈등이 심하긴 했으나-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조용히 쭉 그 버스에 앉아서 돌아왔다
혼여의 장점이 이거지
모든 걸 나 자신에게 맞춤!
옥 배추야 미안하다 인연이 되면 담에 만나...
다시 타이베이역으로 돌아와서 레드라인 탑승
종교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절이든 성당이든 유명한 곳은 꼭 가는 편
좋은 기운들이 깃들어 있는 곳이니까...
용산사에 내려서 한 바퀴하고 소원도 빌고...
그래도 랜드마크는 함 봐줘야지
타이베이 101
내려서 사진도 찍고
지하에 가서 뭐 먹을까 엄청 고민하다
루러우판 먹어주고
시간 맞춰서 정류장으로 가서 다시 타이베이역으로...
공장이었다던가 창고였다던가를 개조한
화산 문화창의 공원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도시재생산업이겠지
체크인하고 2층 침대에 잠시 누워서 쉬었다
샤워하려고 내려오다가 손을 잘못 디뎌서
손가락 부러질 걸 반지 큐빅이 산산조각 나는 걸로 대신했다
난 이 뒤로 절대 2층 침대는 예약하지 않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최악의 여행지는 타이베이였는데....
자, 이제는 성공적이었던 여행을 이야기해 보자
마음의 고향 베트남이 등판할 때가 된 듯하다